[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하민철

1980년대 초 MBC에서 방영된 <사랑의 유람선>이라는 미국 드라마는 필자에게 큰 문화적 충격을 줬다. 크루즈 여객선인 ‘퍼시픽 프린세스’에서 일어나는 승객들과 선원들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를 보면서 필자도 언젠가는 저런 유람선을 타고 멋지게 세계일주하는 날이 있으리라 꿈을 꾸기도 했다. 아마도 당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로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크루즈 여행은 아시아의 성장과 크루즈 관광산업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드라마 속 한 장면이 아닌 실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는 지정학적으로 한․중․일 3국의 중심에 위치해 동북아 크루즈산업에 있어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세계자연유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인 제주해녀문화 등 독특한 해양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국가나 지역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작년 한해 120만 해외 관광객이 크루즈를 이용해 제주를 방문하면서 동북아시아 최고의 기항지로 성장했다. 6500억원에 달한다는 경제적 효과에 한껏 고무되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낼 정도다.

최근 제주를 드나드는 크고 화려한 온갖 크루즈를 봐라보는 도민의 심정은 어떨까?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는 크루즈산업은 도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실 피부로 와닿지 않을 것이다.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제주의 크루즈관광은 단순 기항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체류시간이 8~12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고 있어 출입국 수속과 면세점 위주의 쇼핑관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민에게 미치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인해 제주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통이 막히고, 쓰레기와 하수는 처리 용량을 넘어서고 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불편을 감수하는 만큼 도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도민들이 떠안는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필자가 대표의원으로 있는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미래전략산업연구회는 지난 17일 “제주지역 크루즈산업 발전전략”이라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내외 크루즈관광 및 제주지역 크루즈관광 동향 분석과 제주 크루즈산업의 파급효과 등을 살펴보고,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된 제주지역 크루즈산업의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으로 크루즈산업을 미래형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해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 조성 및 지역경제발전에 지역 동력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찾고자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참여로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주제발표자인 제주국제대 김의근 교수는 크루즈 수요에 대비한 기반시설의 지속적 확충과 더불어 크루즈 관광객 전통시장 유치 인센티브 지원, 크루즈 전문 여행사 육성,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기관 육성 및 청년 일자리 창출, 크루즈 선용품 유통회사 및 선용품센터 건립, 크루즈 터미널 이용수익 극대화,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서비스 품질 향상과 크루즈 원패스 카드 도입, 전통시장 및 원도심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 개발, 개별관광객 수용태세 준비, 크루즈 특구 지정 추진, 육상전원 사업화를 통해 친환경 크루즈 항만 건설,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여기에 현장과 학계의 여러 전문가들은 지정토론을 통해 도의회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과 추진 주체 지원 및 예산 확보, 중국 관광객의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운영, 크루즈 여객선의 입항시간 단축과 함께 크루즈관광에 대한 도민 인식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편의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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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민철 의원.
올 7월이면 강정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정식 개항하게 된다. 크루즈여객선의 입항시간 단축, 입국심사대 확충과 출입국 과정의 간소화, 셔틀버스 등 연계 교통대책 마련, 버스 주차 공간 확장, 안전사고 대비 등 도정의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요구된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크루즈관광 패턴에서 벗어나 개별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내 주요 관광지 이용 확대와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등 지역상권 방문이 이뤄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광행태도 개선돼야 한다. <사랑의 유람선>은 우리 모두의 꿈과 희망이자 현실이어야 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하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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