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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행정체제 개편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임승빈 명지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제주의소리
위성곤 의원·국회사무처 법제실·한국지방자치학회, ‘제주 행정체제 개편 방안’ 토론회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인구규모를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특례부여보다 지방자치단체 기능을 확대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승빈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명지대 교수)는 24일 위성곤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법제실, 한국지방자치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권한이양 및 주민선택권 강화를 통한 제주 행정체제 개편’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임 회장은 먼저 “인구규모를 기준으로 자치행정권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은 정책 오차를 발생시킨다. 그렇다고 분권정책 오차를 줄이기 위해 특례부여 인구규모를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수요를 유발하는 지표를 강화해 모든 지자체에 대해 특정 행정수요에 대해 특례를 부여하고, 다른 행정수요에 대해서는 광역수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장기적으로 모든 지자체에 지역여건에 따른 행정수요 차이가 반영된, 특성화 기반 지방행정체제가 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은 또 “지방행정체제의 다원화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공서비스 공급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공서비스 공급의 수직적 단일계선 구조를 다양화, 행정기능별, 서비스 구역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정착된 2개의 행정시 체제를 생활권 범위와 행정구역을 일치시키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2개 행정시 체제를 주민들의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자치단체 또는 준자치단체로 개편함으로써 독자적인 지역공동체로 정착시키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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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행정체제 개편 방안 모색' 토론회. ⓒ제주의소리
◇ “합의 가능한 영역부터 우선 추진, 내년 지방선거 때 적용하자” 현실론 부상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야 해 정부·국회에 목을 매는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관련 권한을 이양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민기 제주대 교수는 “주민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특별자치 또는 일반자치 선택과 행정시장 선임 방법 등을 포함한 하부 행정기관 구성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권한 이양뿐만 아니라 제도 선택 등과 관련된 특례를 운영함에 있어 이를 법률에 규정해 입법결정권을 국회에 두는 것보다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지역 주민들의 결정권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특별자치’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권력구조까지 전통적인 기관대립 형태에서부터 기관통합형, 또는 제3의 형태로 전환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정민구 제주주민자치연대 고문도 “기초단체 부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채 행정시 권한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주민 편익과 권리 확대는 내팽개친 채 과거처럼 행정 효율성, 중앙 요구 등이 우선시 돼 졸속적이고 반자치적인 논의 과정이 돼서는 안된다”라고 전제한 뒤 “행정체제 개편 결과는 직접적으로 지역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민들 참여가 필수여야 하며 주민들 선택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고문은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직접 참여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인 행정과정에 주민참여 도입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대로 된 주민참여예산제 실질적 도입 ▲지역주민들이 자치입법권한 보장을 위한 주민발의제 도입 등을 제주특별법 개정 과정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은 합의 가능한 영역부터 단계별 로드맵으로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때부터 적용하자는 ‘현실론’이 깔려 있는 제안인 셈이다.

이 의원은 “도민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판단기준과 원칙을 마련, 그 기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도민사회에서 합의가 가능한 영역을 우선 추진, 내년 지방선거부터 우선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이상적인 제도이긴 하지만 현재 제주도가 지방자치법 적용을 받는 사항이기 때문에 제주특별법에 반영된 특례사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단계적인 접근방법을 주문했다.

김명종 국회 법제실 법제관은 제주특별자치도가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헌법’ 상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법제관은 “행정체제 개편은 제주도민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결국은 국회에서 법률로 규정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아직까지 제주특별법이 한 번도 발의되지 않아 국회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의 자치권 이양과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주민선택권 강화를 위해서는 도민들의 자체적인 논의도 중요하지만 결국 입법 활동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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