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위령비.jpg
▲ 제주4.3당시 희생된 967명의 서귀포시 남원읍 4.3영혼들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2월24일, 의귀리 돈물교 공원에서 제막됐다. ⓒ제주의소리

제주4·3희생자유족회 남원읍 희생자 위령비 24일 제막…의귀리 돈물교 공원에 건립

제주 어딘들 예외였을까. 69년전 한라산 남쪽 수악, 이승이악, 사려니악, 붉은오름, 물영아리오름 골짜기에서도 잔혹한 피바람은 일었고, 어김없이 무고한 주검들을 낳아 고향 땅에 영면하지 못한 영령들은 원혼으로 구천을 떠돌아야 했다.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 사이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만 967명의 남원읍 4.3영혼들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4.3발발 70주기를 일 년여 앞둔 2월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남원읍지회(회장 현관철)는 4ㆍ3당시 희생된 영령들의 원혼을 달래고 유족들의 참배 봉행을 위해 의귀리 ‘돈물교 공원’에서 위령비 제막식을 거행,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현관철 4.3유족회 남원읍지회장은 “엇갈린 이념, 허울 좋은 국가 권력에, 들판과 운동장 등에 쓰러진 억울함, 가슴에 응어리져서 못다 외친 함성들이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는 주제사를 통해 4.3당시 좌우 이념대립과 폭압에 숨진 영령들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남원위령비2.jpg
▲ 제주4.3당시 희생된 967명의 서귀포시 남원읍 4.3영혼들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2월24일, 의귀리 돈물교 공원에서 제막됐다. ⓒ제주의소리

현 지회장은 또 “어느덧 69년 만에야 영령들이 나고 자란, 농사를 짓고 소와 말을 가꾸던, 고향 마을 남원읍 의귀천 돈물교 소공원에 모시게 됐다”며 “이제 억울함과 원통함을 푸시고 용서로 화해로 영면하소서”라고 원혼을 달랬다. 

이어 이중환 서귀포시장은 추도사에서 “제주도민 누구에게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제주4.3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라며 “남원읍 지역에서도 967명의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오늘의 추모위령비 제막식이 화합과 평화인권 신장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지역구인 위성곤 국회의원(민주당)도 “4.3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위령비 건립과 제막을 계기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제주공동체의 해원과 상생의 길에 모두 함께 하자”고 영령과 유족들을 독려했다. 
 
이어 추도시 낭송과 유족, 지역주민 등 참석자들이 분향과 헌화가 이어졌다. 

한편, 남원 지역 9개 마을에선 4.3 당시 양민 967명이 토벌대와 무장대 총칼에 의해 희생됐다. 의귀리 한 동네 주민 250여명이 한꺼번에 학살되는 등 수망리와 한남리 등 이 일대 중산간 마을들은 군경의 초토화 작전으로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