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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비엔날레 연계 행사로 24일 미학자 심광현 교수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립미술관, 심광현 한예종 교수 초청 강연...‘현실 기반 비엔날레’ 방향성 제시

예술가는 우리 사회에서 어디에 있어야 할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끝임 없이 움직이며 사회의 건강성을 알리는 일종의 바로미터(barometer)가 바로 예술과 예술가의 자리다. 제주도민들에게 올해 처음 선보일 대규모 미술행사인 제주비엔날레는 이런 판단에 비춰 “도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예술적으로 기여하는 행사가 돼야한다”는 조언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은 24일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에서 제주비엔날레 연계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강사는 미학자 심광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다. 서울대에서 미학으로 박사 과정까지 공부한 심 씨는 서울미술관 학예실장, 상산조형연구소 소장, (사)한국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 문화개혁감시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예술인 겸 학자다. 2000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마음과학과 예술’이란 주제로 도민들과 만난 심 교수는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J. 깁슨이 제시한 지각 이론을 통해 과학적인 시각에서 예술을 어떻게 분석했다. 사회에 필요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도립미술관이 준비하는 제주비엔날레가 어떤 방향으로 열려야 하는지 피력했다.

인간의 감각은 눈(시각), 코(후각), 귀(청각), 혀(미각), 피부(촉각)로 구분된다. 모두가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시각은 기능이나 역할에 있어서 특수한 위치에 있다. 제임스 J. 깁슨은 시각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눈을 정지 상태로 고정시켜 한 곳만 보기 ▲눈동자만 이동하며 보기 ▲머리를 돌려서 주변을 돌아보기 ▲일어서서 주위를 걸으며 보기로 나뉜다.

심 교수는 위 네 가지 가운데 마지막 두 가지를 단순한 시각이 아닌 ‘지각’이라고 불렀다. 월등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적 분석을 예술에 반영하면서 "예술가는 통제되고 제한된 형태로 관객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보다는 자연적으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각적' 예술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고립된 연구실에 머물러서도 안 되고 일상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양쪽 끝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유동적 경계’가 바로 예술의 위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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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각적인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심광현 한예종 교수. ⓒ제주의소리
심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예술의 기능을 ‘잠수함 속 토끼’로 비유했다. 잠수함 속 공기 상태를 토끼의 반응으로 확인하는 사례에서 유래된 말이다. 사회 속의 문제적 현상을 가장 먼저 느끼고 알리는 것이 바로 예술과 예술가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제주에서 열릴 비엔날레 역시 이러한 '지각'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하나에 매몰되는 작가주의를 벗어나 주민과 함께 움직이는 행사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의 자연 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릴지, 도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미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비엔날레는 예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비엔날레를 주관하는 조직은 지속적-체계적으로 예술과 주민을 연결해야 한다. 앞서 열린 광주와 부산비엔날레 사례를 보면, 지역 주민-예술인과 연결하려는 노력 없이 외국 작가에게 의존하며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이벤트 장이 돼버렸다”며 도립미술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올해 9월 비엔날레를 개최할 도립미술관은 강연, 미술작가 답사 프로그램 같은 사전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3월 10일에는 이용우 전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특강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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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강연은 제주시 탑동에 있는 아라리오뮤지엄 탑동 시네마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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