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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 일명 '태극기 집회'가 26일 처음으로 제주에서 열렸다. 주최 측이 제공한 태극기가 쓰레기처럼 버려지면서 눈총을 샀다. 집회날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 훼손된 채 버려진 태극기. ⓒ제주의소리
제주 첫 탄핵 반대집회 26일 개최...집회 도구 사용되고 버려진 국기(國旗) '씁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26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國旗)인 태극기를 흔들며 ‘촛불은 거짓, 태극기가 민심’이라고 외쳤지만, 태극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훼손하는 씁쓸한 모습도 나타났다. 

애국탐라인연합회 추진위원장 겸 하모니십연구소 대표 신백훈 씨는 26일 오후 3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말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동시에, 촛불집회와 야당 정치인을 비판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각하하거나 기각해야 하고, 현 시국의 본질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고영태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 촛불 집회와 일부 야당 대선주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행사 내용은 영상 시청, 자유 발언, 옛 가요와 군가 합창 등으로 이뤄졌다. 탄핵 심판 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정규재TV 영상, “탄핵 인용시 내란이 일어난다”고 헌재 재판장에서 발언한 김평우 대통령 대리인 변호사의 지난 22일 변론 영상, 김진태 자유민주당 국회의원·정미홍 전 아나운서의 축하 영상 같은 자료를 시청하면서 홍종진 뉴욕 의병대장, 신구범 전 제주지사, 자유 발언 순으로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만세 삼창으로 집회는 마무리됐다. 집회 참가자 수는 약 4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집회를 준비한 신 씨는 앞서 이번 행사를 ‘태극기 집회’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많은 수의 태극기가 집회 도구로 사용됐다. 주최 측은 작은 크기의 태극기 3000여개를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손수 준비한 태극기를 챙겨온 인원까지 더해, 하루 전 촛불로 가득 찬 도로는 다음 날 태극기로 채워졌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길바닥, 화장실 등에 쓰레기처럼 버리며 시민들의 눈총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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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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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 측에 태극기를 반납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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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인근 공사현장 임시 쓰레기통에 버려진 태극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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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태극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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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버스정류장 인도에 버려진 태극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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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돌 말린 채 인도에 버려진 태극기. ⓒ제주의소리

주최 측에 반납하거나 챙겨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제주시청 조형물, 버스정류장 인도, 공공화장실 쓰레기통, 공사현장 임시 쓰레기통 등 집회 장소 주변 곳곳에서 버려진 태극기가 발견됐다. “촛불은 거짓이다! 태극기가 민심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정작 국기를 쓰레기 취급하는 모습은 탄핵 반대라는 목적에 태극기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집회를 지켜본 시민 박모(28) 씨는 “태극기를 열심히 흔들면서 자신들이야 말로 나라를 구할 세력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집회에서 떠나자마자 태극기를 버린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요즘 태극기를 보기 싫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직접 보니 알겠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나라의 얼굴인 태극기를 이용하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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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복을 입고 등장한 집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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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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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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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념 중인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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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에는 중-노년층이 다수 참여한 가운데 어린이, 청소년도 일부 눈에 띄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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