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한 양회 첫날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금년 중국의 경제 블루프린트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신중하고 중립적일 것, 그리고 재정정책은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성장을 추구한다는 원칙이 드러나 있다.

중앙은행의 중립이란 미국의 경우처럼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경기를 부양하는 도구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다. 경제성장률 목표를 작년의 6.7%보다 낮은 6.5%로 잡았고 통화량 증가율, 고정투자 증가율도 모두 작년보다 낮추었다. 무역 및 생산 등 실물부문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경험했던 금융부문에서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을 것이다. 2월 28일 '중앙 재경 영도자 소조 모임'에 참석한 시진핑은 금융 리스크의 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코메르츠 뱅크의 싱가포르 주재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우 하오도 중국의 금년 경제 기조를 점진적 긴축으로 해석한다. 즉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사이에 GDP 대 총대출 비율이 160%에서 260%로 높아졌는데 이제는 거품에서 바람을 빼는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금융 규제완화가 2008년의 금융위기로 이어졌던 경험을 교훈 삼아 어렵게 얻은 것이 볼커 룰, 즉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가지고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손을 대지 말라는 원칙의 법제화였는데 이를 가장 앞장서서 반대했던 집단 중의 하나였던 골드만 삭스에서 사장(게리 콘)과 수석부사장(스티브 머누친)을 역임했던 두 사람이 각각 트럼프 정부의 국가경제협의회 의장과 재무장관으로 영입되었다. 볼커 룰이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금융 리스크가 미국에서 다시 커지고 있다.

성장보다 안정을 구하는 중국

중국과 미국이 반대로 가는 또 하나의 상황이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2월 23일 중국 국방부가 금년 처음으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21개의 질문 중 첫 질문을 포함해 7개가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대령 계급장을 단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이어서 그 동안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답했고 만일 미국이 대만에 사드를 배치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이 인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왜 이렇게 완강하게 반대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미국의 의도를 보자. 사드는 종말단계(터미널) 고고도 방어체계로서 미사일의 궤도가 하강하는 단계에서 요격하는 장치다. 중국이나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이 한국 상공을 지날 때는 미사일의 궤도가 상승단계에 있으므로 이것을 요격하기에 사드는 적절치 않다. 그러나 사드 기지에 배치된 고성능 레이더는 최대 2000킬로미터까지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발사된 미사일의 정보를 타 기지에 전달해 요격케 할 수 있다.

art_1485526718.jpg
▲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출처=프레시안.

중국이 말하는 안보위협이란 바로 미국이 중국 서부의 ICBM기지까지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레이더 탐지기능을 두고 하는 말일 수 있다. 핵무장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초, 중국의 최고위급 외교관 양지에치(양길호)가 백악관을 방문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맥 마스터 예비역 중장, 수석 전략담당관 스티브 배넌을 차례로 만난 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고 이어서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사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관계

그는 영국 LSE 대학에서 공부했고 외교장관과 주미 대사를 지냈으며 현재 국무위원 5인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 이 시간 미국의 칼빈슨 항공모함 전투군단은 남중국해를 서서히 운항하면서 우리나라의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북상하고 있고 그 와중에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재개했다.

187756_215569_2931.jpg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드 기지 후보지인 성주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관련 군사시설 일부가 국내로 반입되었다. 중국은 애먼 한국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는 와중에 일반 국민은 물론, 대통령 탄핵에 따른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둔 정부도 우리나라의 핵심 이익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반대로 가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혜안 있는 외교력이 아쉬운 요즘이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3월 8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