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㉛ 당뇨병과 사카린

오늘날 단맛을 낸다면 누구나 '설탕'을 생각할 정도로 감미료의 대표적인 것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생활 습관병인 당뇨병, 비만 등 여러 가지 질병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원인으로 설탕이 지목받는다.

이에 대한 대체 감미료로써 사카린, 아스파탐, 스테비아 등이 이용되고 있는데, 오늘은 어려웠던 시절에 많이 이용됐고, 말썽이 많았던 사카린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사카린은 1878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콜타르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발견됐다. 화학적으로는 설파나이드라고 불리는 성분이며, 백색의 결정성 분말이다. 사카린은 주로 석유에서 추출되는 '톨루엔(toluene)'이라는 물질을 원료로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쳐 만들어낸다. 톨루엔은 처음에는 톨루발삼(남미산, 향기가 있는 수지)에서, 그 후 석탄·석유에서 증류해 얻어졌다. 현재는 주로 원유 정제과정에 생산되고 있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50배 더 달지만, 사카린 자체는 물에 안녹기 때문에 츄잉검에만 이용되고, 나트륨염(사카린산 나트륨, 물에 녹음)의 형태로 여러 가지의 가공식품과 치약가루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카린이 상품화되기 시작한 것은 1884년에 '사카린'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난 후이며,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돼 설탕이 부족하게 되자 수요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다가 1960~70년대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이용돼 1963년부터 판매 개시한 코카콜라에 대체 감미료로 넣어져 다이어트 음료로도 판매됐다.

설탕이 당뇨병 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체내에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흡수돼 빠르게 혈당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사카린은 미각세포만 자극할 뿐 대사작용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된다. 달지만 칼로리가 제로(zero)이고, 혈당지수도 제로여서 먹어도 혈당이 높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칼로리도 영양소도 없기 때문에 비만을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설탕보다 사카린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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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런데 1960년대 암컷 쥐를 사용한 실험에서 방광암이 생겨, 사카린에는 약하지만 발암성이 있다고 생각해 사용을 금지한 적이 있다. 그 후 원숭이 등 여러 가지의 동물 실험에서 발암성이 나타나지 않아서,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카린의 안전성을 인정했고, 현재는 발암성 리스트에서 삭제됐다.

발암성 때문에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사카린이 최근 다시 대두됐지만, 과거의 잘못된 인식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이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5.16군사정변 후 모 재벌이 자재 명목으로 사카린을 밀수입해 물의를 빚었는데, 그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두한 씨가 이 사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서 오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있었다. 어떻든 발암물질, 사카린 밀수사건 등으로 오명을 썼든 말썽 많은 물질이었다.

▲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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