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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승광농장 대표 오동훈씨는 15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건립에 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합의안 도출을 촉구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도청 국장이 주민들에 민원제기 요구" vs 제주도 “사실무근”...30억지원-함바 약속 드러나  

제주도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사업부지 인근의 양돈장 이설 없이 주민들에게 30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이 주민들에 의해 드러났다.

제주도청 고위 간부가 공무원을 동원해 양돈장을 폐업시키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추진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사태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건설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민선5기 제주도지사, 제주시장과 작성한 ‘지역주민지원 협약서’가 발단이었다.

당시 협약서 제6조(주민 지원사업의 종류) 3항에는 ‘협약과 동시에 동복리 1230 외 4필지에 위치하고 있는 양돈장 등 악취유발 시설의 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돈장 이설 약속에 도지사까지 서명을 했지만, 정작 해당 사업자에 대한 동의절차는 없었다.

당사자인 승광농장 대표 오동훈씨는 2005년 이 양돈장을 경매로 사들여 12년째 운영하고 있다. 부지 1만4520㎡, 연면적 2만838㎡ 규모로 돈사 10동에서 돼지 2100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후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지만 마땅한 대체 부지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경매에 나온 양돈장 2곳은 규모와 금융거래 등을 이유로 매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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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착공이 지연되면서 양돈장 대표가 70억원, 100억원을 요구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되자 오씨는 15일 오후 직접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관련 내용을 폭로했다.

2016년 3월7일 도청 간부가 제주도와 동복리간 협약서 재작성을 언급하고 이후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양돈장을 폐업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오씨의 주장이다.

오씨는 “000국장이 주민들에게 '양돈장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면 24시간 공무원을 파견시켜 폐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주민이 이 사실을 저에게 알렸고 녹취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 해당 국장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세차례 만나 사과까지 받았다”며 “제주도가 저를 범법자처럼 매도하고 주민들과 이간질하는 비열한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오씨에 따르면 제주도가 지난 2월1일 동복리 쓰레기 매립장 인근에 양돈장 이설을 최종 요구했지만 주민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이마저 실현되지 못했다.

제주도는 결국 양돈장 이설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민들에게 주택개량 사업비 명목으로 가구당 1500만원씩 총 30억원의 지원안을 마을회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복리부녀회에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에 따른 현장식당인 이른바 ‘함바’ 운영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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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주민들이 지난 2일 오전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공사 현장 진입로를 가로막고 "양돈장 이설 약속을 선행하라"며 착공에 반발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동복리 마을회는 16일 오후 6시 마을총회를 열어 이 요구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곧바로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착공으로 이어진다.

제주도 관계자는 “가구당 얼마씩 지원하는 내용의 협의를 한 것은 맞다. 다만 확정된 내용은 아니”라며 “양돈장 이전은 꾸준히 노력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실적으로 민간업체(양돈장)를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폐업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도 차원에서 공무원을 양돈장에 투입해 시설을 폐쇄하려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오씨는 이에 “제주도는 마을 자생단체에 지원안을 제시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런 구태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제주도와 제주시, 동복리간 3자 협약으로 12년간 양돈장 주인인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왔다”며 “일방적 행정행위를 중단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합의안을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환경자원순환센터는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56-34번지 일원 26만7095㎡ 부지에 매립(21만299㎡)과 소각(4만7227㎡)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국비 878억원과 지방비 1156억원 등 총사업비 2034억원을 들여 당초 2016년 11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양돈장 이설 등의 문제로 착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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