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에 관한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목도리, 장갑, 옷가지 등으로 쌓인 따뜻한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소녀상 훼손, 설치반대 및 철거요구 시위, 쓰레기 쌓아놓기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도 종종 들린다.

특히 2015년에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산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전국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소녀상 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광주광역시 등은 공공조형물 지정을 통해 행정기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와 관련한 방안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도 지난 2015년 12월19일 제주한라대학교 인근 방일리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제주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도내 대학생들이 주체가 된 ‘제주, 대학생이 세우는 평화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후 9개월 넘게 모금한 모금액으로 만들어져 의미가 더 깊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설치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애초에는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일본총영사관 앞을 부지로 계획했지만 제주시가 외교문제 등을 이유로 불허하자 현재의 방일리 공원을 대체용지로 선정해 소녀상을 세웠다. 그러나 2016년 7월경 소녀상의 얼굴이 전기드릴로 긁힌 상처가 발견됐고 비슷한 시기에 소녀상 옆 의자의 방석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난도질당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과 정성으로 치유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입신 할머니들을 잊지 않고자 만든 ‘평화의 소녀상’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훼손하는 것은 할머니들을 보호해 주지 못한 나라와 가해자들의 행동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자 할머니들에게 또 다른 큰 상처를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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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남. ⓒ제주의소리
현재 시국이 역사의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소녀상조차 정치 쟁점화 되고 있지만, 제주도는 망설임 없이 공공조형물로 지정, 등록해 관리해야 한다. 제대로 등록, 보호된다면 더 이상의 소녀상 훼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CCTV 등 보호시설 설치가 가능해 소녀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진실을 알리는 역사공부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도민들의 뜻을 따르는 행정기관의 최소한의 의무이행이자 우리 도민들을 더 이상 역사의 희생자 앞에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하는 현명한 정책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 강철남 (제주청소년지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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