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자본주의 시장 매커니즘을 뜻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과연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방식일까? ‘국부론’외에 ‘도덕감정론’의 저자이기도 한 아담스미스는 인간은 동감하는 존재라고 통찰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과 동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성장하면서 일깨워지는 내면의 '관찰자'를 따르게 된다. 이 내면의 공정한 재판관을 따르는 자는 현명한 사람인 반면 연약한 사람은 이기심을 통한 부의 축적과 명예로 사람들의 동감을 얻으러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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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손’이란 표현으로 유명한 경제적 자유주의의 원조이자 자유시장의 설계자 아담스미스((Adam Smith, 1723~1790) <사진제공=한국채식문화원>
아담스미스는 인간 내부에 현명함과 연약함이 모두 존재하고 인간사회의 질서와 번영을 위해 각각 다른 역할이 주어져 있음을 인정한다. 연약함의 소산인 이기심은 악덕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시장과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현명함의 소산인 법과 정의는 사회적 질서를 가져온다.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충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연약함은 방임되어서는 안되고 현명함에 의해 제어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가 너무 중시된 나머지, 이를 보완해야할 사회와 교육과 문화 등 경제 외적 분야마저 시장논리로 보고 문제를 풀어가려한다. 심지어 인간은 물질적이고 경쟁적이며 이기심이 마치 인간의 본성인양 인식되는 실정에까지 이르렀다. 그 결과 공동선을 도모하는 인간의 능력에 심한 회의가 생겨나 정부를 신뢰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비인격적인 시장법칙에 맡기는 게 더 안전하고 낫다는 극단적 경향이 생겨난다. 이러한 경향이 만연될수록  시장은 기존의 부에 최고로 보상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하며 부는 집중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주류가 된 시장지상주의와 승자독점 경제는 온통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성이 버젓이 자리하게 된다. 한편으론 정치적 보조금을 투입해 곡물가격을 너무 저렴하게 만들고 동시에 곡물의 대량생산을 꾀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론  그 곡물마저 구매가 불가능할 정도의 가난한 국가와 사람들을 양산해낸다. 그래서 그 넘쳐난 곡물을 동물사료로 공급하는 게 이익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세계 식량의 40%가 가축사료로, 어류의 50%도 가축이나 다른 양식어류의 사료로 투입되면서 연간 10억 명은 배고파 죽어가는 반면, 20억 명은 배불러 만성질환으로 죽어간다. 그리고 만성질환을 치료하기위한 신약개발을 위해 연간 수억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대상으로 희생시킨다. 

동물성 식사의 낭비와 비효율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밥상에 오르기 위해 연간 700억 마리의 동물이 무자비하게 도살당하고 세계 농지의 80%, 물소비의 70%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낭비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구조의 왜곡과 조류독감과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은 물론 지구온난화와 생물다양성, 수질과 대기오염 같은 치명적 생태계 파괴가 초래되고 시장은 이러한 외부효과 즉 생태계와 환경파괴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자연자본주의’의 저자 폴호켄은 미국경제를 예로 들며 지금의 자본주의는 오로지 거대한 물질적 흐름의 6%만이 생산물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버려지는 놀랍도록 낭비적인 시스템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승자독점경제가 야기한 부의 집중은 정치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고 이 정치가 다시 경제구조의 모순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야하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인간본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살아나야한다. 이기심만이 인간본성이라는 인식은 너무 일면적이고 천박하지 않은가. 우리 안에는 공정성과 협력, 깊은 의미에 대한 추구 또한 존재한다. 오히려 후자가 더 우리 본성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이 되살아나는 민주주의를 통해 승자독점 경제를 견제하는 새로운 선순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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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와 결핍은 우리 시대의 정치적 경제적 고충에서 뿐만 아니라 영적인 삶에도 근본적인 개념이다 즉 영적 자각 상태와 정치적 경제적으로 잘못된 것들에 반응하는 우리의 능력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진 제공=한국채식문화원>

인간본성에 대한 검토는 삶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제가 풍요냐 결핍이냐 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 전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며 현재의 정치 경제의 잘못된 점에 대응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중대한 관건이다. 예로 삶이 정글이라면 실제 정글이 아니라 전제로 인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 정글에서 자라는 방식으로 표현되기에, 실제 정글을 현실화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현실과 소비주의 강박증 그리고 전 지구적 지속가능성 위기는 삶의 전제가 결핍에 있음을 단적으로 증거한다. 

우리가 풍요로 삶을 전제하면 자연을 소득이 아닌 자본으로 여기며 어떻게 잘 협력하며 공정하게 기존의 식량과 토지 자원 등을 낭비없이 잘 관리하며 분배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결핍의 전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생산하는가에만 집중하며 우리가 얼마만큼 풍요로운 공급원을 줄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미래의 자본을 파괴하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에 빠뜨리고 있는지를 보지 못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풍요 속에서 결핍을 생산하고 스스로 우리가 혐오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특히 음식은 이러한 세상을 만드는데 우리가 기여하는 중대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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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채식주의자 수백명이 채식으로 지구와 생명을 구하자는 내용의 비건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전세계 25개국 이상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오후 2시께 동시에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한국채식문화원>

첫째, 음식은 모든 것을 연결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계이며 비선형적이다. 음식은 일종의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와 같다. 음식을 따라 풀어 가면 어느덧 전체적 그림이 드러난다. 음식은 지구 전체의 경제 정치 생태적 질서와 연관 되어 있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기에 의식적으로 선택하기만하면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이라도 큰 변화로 이어진다.

둘째, 그러나 현대문명에서 음식은 가장 저평가된 필수품이다. 언제부터인가 너무나 뻔하고 단순해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음식은 문명의 수단으로 늘 세상을 만들어 왔다. 도시와 문명의 탄생도 음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음식의 중요성을 잊거나 그렇지 않으면 거의 맹목적으로 음식을 무기처럼 휘두른다. 전쟁을 일으키고 토지를 정복하고 풍경을 바꾸고 체제를 전복한다. 만약 음식으로 지구를 파괴하는 대신 선을 공유하기 위해 건설적 방향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특히 오늘날 육식관행이 자본의 자기 확장충동에 따른 생산체계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논리의 상징이자 그 증상으로 우리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셋째, 삶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 하고 마음을 바꾸려면 음식을 바꿔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전통적으로 음식은 경건한 것이었으며 나눔이며 정체성이었다. 음식은 뭇 존재의 협력과 희생이 깃든 우주의 선물이며 우리는 음식을 통해 풍요와 감사를 기억하고 체험할 수 있다. 비건(완전채식)은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한 생명이라는 확장된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인류본성에 공감과 연민의 씨앗을 발현하며 뭇 생명에 대한 연민과 경제 생태계 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마음살피기에 기초하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구현한다. 문제의 원인이 된 사고방식으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채식에의 전환은 사고방식 즉 문화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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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석 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제주의소리
마지막으로, 현대과학과 환경운동도 우주의 기본 속성이 생명과 의식일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환경운동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산업화의 무한질주를 제한하는 규제 위주에서 근원적 차원의 생태 인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주는 완전한 상호의존 체계이며, 만물은 하나하나 고유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우리 행동의 결과도 살아있는 우주에 공명해 윤리적 되울림으로 되돌아온다는 인식이다. 현대의 비건(완전채식)운동은 이러한 인식이 음식을 선택하는 인식의 질과 무관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비건은 이름만 비건이지 사실상 상호의존성 자각의 한 표현일 뿐이다.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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