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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보이스피싱에 속은 할머니의 냉장고에서 7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중국동포.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이틀새 제주서 5건 신고, 3명 1억여원 털려...“제주도 빨리 떠라” 도주 중국동포 2명 검거

중국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이 제주에 행동책을 투입하고 미리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무차별적인 공격에 나선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경찰이 범행 발생 하루만에 다른 지역으로 도주하려던 중국동포(조선족) 2명을 붙잡았지만, 돈을 건네받은 또 다른 일당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돼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70대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 냉장고 속 7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중국동포 장모(19)씨와 조모(21)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중이다.

이들은 중국 현지 연락책의 지시에 따라 20일 오후 서귀포시 동홍동 A(76)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 냉장고 냉동실에 있던 현금 7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할머니는 이날 오전 11시쯤 누군가의 전화를 받아 “특정인이 할머니 계좌에 있는 돈을 빼내려 한다. 돈을 인출해 냉장고에 보관하라”는 말을 믿고 행동에 옮기다 낭패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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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보이스피싱에 속은 할머니의 냉장고에서 7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중국동포이 검거 당시 소유하고 있던 가발과 돈.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친구 사이인 장씨 등 2명은 과거 구직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보이스피싱 일당의 연락을 받고 3월19일 서울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에 들어 온 뒤 하루만에 범행에 가담했다.

A할머니 집에 침입해 돈을 훔친 이들은 택시를 타고 제주시로 넘어와 노형동 이마트 앞에서 또 다른 공범에게 수수료 10%를 뺀 나머지 6300만원을 넘겼다.

범행 직후 이들은 “제주도에서 빨리 떠나라”는 알선책의 연락을 받고 오후 5시30분쯤 제주국제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려다 잠복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1월과 2월에도 서울에서 2건의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해 돈을 가로채는 행동책 역할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도 수수료로 10%를 챙겼다.

이들에게 돈을 건네받은 공범 역시 중국동포로 추정되고 있다. 키는 170cm, 나이는 30대 가량이다. 경찰은 이들이 접촉한 노형동 이마트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중이다.    

제주에서는 20일 하루에만 보이스피싱이 3건 발생해 3명의 할머니가 1억2400만원의 피해를 봤다. 21일 이후에도 2건, 1억2800만원의 보이스피싱 미수사건이 발생했다.

▲ 20일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보이스피싱으로 속은 할머니의 냉장고에서 7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조선족.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21일 오전 11시 제주시농협 동문지점에 B(78)할머니가 달려와 3800만원을 급히 인출하려 하자 범죄 가능성을 우려한 농협 직원이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막았다.

22일 오후 1시에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70대 노부부가 차를 몰고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가던 중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인이 남문지구대를 찾아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 사이 남편은 돈을 찾아야 한다며 차에서 내려 인근 은행으로 내달렸지만,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피해를 모면했다.  

경찰은 검거한 인원 외에도 공범들의 추가 행적이 확인되자, 중국동포를 중심으로 한 일당이 제주에도 내려와 조직적으로 임무를 나눠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붙잡힌 2명은 취업비자 등으로 국내에 들어온 경우로, 제주에는 연고가 없고 처음 방문했다”며 “범행을 계획하고 지시한 일당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국제전화로 지시를 받은 점에 비춰 주범은 중국 현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중국에 수사협조 요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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