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아트센터는 24일(오후 7시 30분), 25일(오후 7시) 창극 <나운규, 아리랑-시즌2>를 공연한다. 이 작품을 연출한 정갑균 씨는 "여느 오페라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창극"이라고 자신감있게 소개했다. ⓒ제주의소리

[인터뷰] 24~25일 제주아트센터 <아리랑> 연출가 정갑균 “여느 오페라보다 손색없어”


제주아트센터 무대에 모처럼 창극(唱劇)이 오른다. 한국 전통의 소리로 만드는 창극이라 '낡고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인상을 줄 법도 하지만, 연출자 정갑균(54) 씨는 자신 있게 “<나운규, 아리랑>은 지루하고 낡은 느낌의 창극이 아닌 전통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작품이다. 관객 가슴 속에 오랫동안 새겨질 작품이라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주아트센터는 24일(오후 7시 30분), 25일(오후 7시) 창극 <나운규, 아리랑-시즌2>를 공연한다.  

<나운규, 아리랑>은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창극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국립민속국악원이 지난 2015년 제1회 창극 소재 공모전을 통해 선정·제작한 창극이다. 초연 이후 부산, 대구, 대전 공연에서 관객 4300여명을 불러 모았다. 내용은 지난 1926년 10월 1일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 감독의 무성영화 <아리랑>에서 차용했다. 

188430_216463_5831.jpg

일제강점기 시절 고통 받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영화 <아리랑>의 내용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오늘날 창극배우로 활동하는 가상의 인물 ‘나운규’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 나운규와 배우 나운규는 다른 지역에 사는 같은 인물인 도플갱어(Doppelgänge)라는 설정이다. 3.1운동 당시 일본의 고문으로 정신이 망가졌지만 반민족적 친일파에게 폭력을 가하는 비극적인 주인공의 이야기인 영화 <아리랑> 줄거리와 현실 속 고난에도 예술가로 살아가며 숨을 거두는 ‘나운규’의 삶이 수시로 교차된다.  

“예술을 향한 한 예술가의 고뇌와 슬픔, 희망과 좌절, 그를 통한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는 근본적인 질문서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가족애와 개인적인 사랑, 그리고 그 용서와 화해도 다루고 있다.” <나운규, 아리랑>을 쓴 최현묵 극작가의 설명이다.

시즌 2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초연 이후 대본, 연출, 음악이 상당부분 보강됐기 때문이다. 앞선 2월에 다섯 차례에 걸쳐 서울 국립국악원,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공연했고, 마지막 일정으로 제주가 잡혔다.

▲ 창극 <나운규, 아리랑>의 장면. 출처=국립민속국악원.
▲ 창극 <나운규, 아리랑>의 장면. 출처=국립민속국악원.

공연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극장 안은 리허설을 앞두고 연기자, 연주자, 스태프들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리허설 직전에 만난 정갑균 씨는 제주 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특별히 제주에서 공연을 하자고 내가 국립민속국악원 측에 요청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와 제법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 창작오페라 <백록담>을 지난 200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해 공연할 당시 연출을 맡았었다.

▲ 연출가 정갑균 씨는 <나운규, 아리랑>에 대해 "전통에서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소개했다. ⓒ제주의소리
중앙대 음악학과를 졸업한 정 씨는 로마 연극학교, 이탈리아 밀라노 연극학교 등에서 극 연출을 공부한 뒤, 2000년대 초반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이탈리아 국립오페라극장 '토레 델 라고'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공연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토스카>, <아이다>, <카르멘>, 창극 <다섯바탕뎐>, <흥보전> <흥보가 박타령> 등 작품 100여편을 만든 중견 연출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오페라를 가르치기도 했다.

정 씨는 무성영화, 국악, 창극 등으로 비춰지는 <나운규, 아리랑>이 도민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분명히 예상과 다른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는 “국악이 나오는 창극이라서 남루한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여느 뮤지컬이나 서양 음악극보다 손색없을 만큼 짜임새를 갖췄다.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과 정서적 눈높이를 맞추면서 여러가지 무대 장치를 도입해 관객과의 호흡도 깊다”며 “전통에서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서는 아리랑, 구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해주아리랑, 상주아리랑이 적재 적소에 등장한다. 풍물놀이, 소고춤,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지전춤, 살풀이 같은 전통 예술도 녹여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네 가지 장이 진행되면서 자연과 인생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기승전결의 극적 흐름을 돕는다.

여기에는 프로젝션 맵핑 기법, 매직미러(Magic Mirror)로 불리는 무대 위 LED패널 반투명 거울이 역할을 한다. 배경막에는 영화 속에 남아 있는 나운규의 모습과 그의 영화들이 상영되기도 한다. 앞선 공연을 관람한 여러 리뷰에서도 작품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무대를 채우는 다양한 장치에 대해서 인상 깊다는 평이다.

▲ 창극 <나운규, 아리랑>의 장면. 출처=국립민속국악원.
▲ 창극 <나운규, 아리랑>의 장면. 출처=국립민속국악원.
▲ 창극 <나운규, 아리랑>의 장면. 출처=국립민속국악원.

정 씨는 “<나운규, 아리랑-시즌2>는 제주 관객들 가슴 속에 오랫동안 새겨질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며 “한국의 전통적 소재가 '이런 방식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 되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모처럼 가지는 도민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나운규, 아리랑-시즌2> 제주아트센터 공연은 24일(오후 7시 30분), 25일(오후 7시) 두 차례 열린다. 관람료는 모든 좌석 만원이다. 

문의·예약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