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작업실·명소 돌아보는 제주도립미술관 탐방 프로그램 ‘눈길’...매달 한 차례 가량 진행

완성된 미술 작품이 아닌 과정이 담겨 있는 작업실 그리고 작가와 마주하는 색다른 탐방이 시작됐다. 나아가 제주도 곳곳을 둘러보며 지역마다 간직한 문화·역사까지 만나는 제주도립미술관의 ‘아트올레’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3월 24일 오후 3시 제주시 화북포구에서 아트올레 첫 번째 일정을 진행했다. 예술의 영단어 ‘Art’와 제주어 ‘올레’를 결합한 아트올레는 도립미술관이 올해 9월부터 진행하는 제주비엔날레의 연계 행사다. 참가자들이 작가 작업실을 찾아가 생생한 창작 현장을 느끼고, 동행한 가이드와 함께 화북, 대정, 서귀포 원도심, 성산까지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지역에 스민 역사·문화까지 공유하는 일종의 여행형 체험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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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은 24일 제주시 화북동에서 아트올레 첫 번째 일정을 진행했다. 화북포구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3월 24일 화북을 시작으로 대정(4월 15일), 애월(5월 20일), 한림(6월 17일), 우도(7월 15일), 남원(8월 19일), 제주시 원도심(9월 16일), 한경(10월 14일), 서귀포 원도심(10월 21일), 조천(11월 11일), 성산(11월 16일), 안덕(12월 16일)까지 섬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제주시내권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마을 공동체 모습도 상당부분 남아있는 화북은 여러 예술가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승수, 허문희 작가를 비롯해 서양화 작가 이은경-김강훈 씨와 함께 비영리창작공간 문화공간 양도 화북에 있다.  지난 2014년, 화북에 있는 미술, 음악, 시 예술가를 조명한 전시 <화북동 예술가>를 문화공간 양이 열기도 했다.

화북 일정은 조각가 이승수, 서양화가 허문희 씨 작업실을 방문하고 건축가 김석윤 씨가 가이드로 나서 서예가 겸 화가였던 청탄 김광추 선생이 살았던 도지정문화재 김석윤 가옥을 둘러봤다. 

일반 시민, 미술관 봉사자, 현업 미술작가 등이 고루 참여한 가운데, 흐린 날씨 속에도 주최 측 예상을 넘는 30여명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개발의 손때가 덜 뭍은 마을 골목 구석구석은 대대로 살아온 김석윤 씨의 해설이 곁들여져 짧은 시간 여행 장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고즈넉한 매력을 간직한 가옥은 이끼 낀 옛 기와, 아담한 마당 같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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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옥에 대해 설명 중인 건축가 김석윤 씨. 그는 이날 아트올레의 가이드를 맡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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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윤 가옥에 모인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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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윤 가옥 위쪽에 자리잡은 쉼터에 모인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화북포구 인근에 위치한 이승수 작가 작업실은 제주4.3 사건 당시 경찰 지서가 있던 장소다. 지서 건물이 불타 없어지면서 이후 임시 교실, 제주보육원, 창고로 사용되는 역사를 지나왔다. 10년 전부터는 제주의 청년 조각가 이승수 씨가 사용 중이다.

허문희 씨 역시 마을 주택가 구석에 위치한 건물 1층에 10년 전 들어왔다. 넓기 보다는 아담한 축에 속하는 내부 공간은 작품들이 이곳저곳에 쌓여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사용하는 여러 도구도 자연스레 놓여 있다. 작가가 예술적 영감을 얻는 책도 나란히 꽂혀 있어 제법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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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수 작가 작업실에 모인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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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 중인 이승수 작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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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립미술관 강효실 학예사(맨 뒤 왼쪽 첫번째)가 허문희 작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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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 중인 허문희 작가. ⓒ제주의소리

미술관 관계자를 비롯해 참가자들은 작가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두 명 모두 ‘부끄러움이 많다’는 작가들은 생애 처음 겪어보는 단체 방문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질문에 친절히 답했다. 더불어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경험이 자신들에게도 색다른 자극이 된다고 여겼다.

이승수 작가는 “예술가는 자신의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 그런 점도 고려해 작업실과 주변과 함께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문희 작가 역시 “작업실 속 스케치, 도구, 미완성 작품을 만나는 건, 완성 작품을 꾸며진 전시장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고 아트올레에 대해 호평했다.

다만, 보다 알찬 내용을 서로 주고받도록 사전 조율이 더욱 많이 이뤄진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연동에서 온 부애정(52)씨는 “미술관에 간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문턱이 높은 일이기도 한데, 아트올레는 작가와 부담 없이 이야기 하면서 생생한 현장을 보고 마을의 문화, 역사도 함께 알 수 있어 마치 문턱 낮은 박물관 같다”고 표현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프로그램 ‘모다들엉 과학예술’에 참여했다가 아트올레 소식을 접하고 참여했다는 오라동 주민 김영성(67) 씨는 “문화예술에 대해 낯선 사람들에게 적극 추전하고 싶은 좋은 기회”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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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수 작가 작업실에 모인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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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문희 작가 설명을 경청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미술관 측은 “첫 행사를 통해 확인된 여러 부분을 점검해, 참가자와 작가 모두가 만족하는 아트올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의: 제주도립미술관 홈페이지 http://jmoa.je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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