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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민예총은 27일 오후 2시부터 관덕정 마당에서 4.3문화예술축전 역사맞이 거리굿 리허설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4.3 문화예술축전 ‘역사맞이 거리굿’ 리허설...“3.1대회 에너지 보여줄 것”

“꽹과리 소리가 짝! 하고 멈추면 총이 발포했다고 여기고 순이삼춘은 가운데 쓰러지면서 전체가 멈추는 겁니다. 자, 시작!”

춘분(春分, 양력 3월 21일)이 며칠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흐린 하늘에 찬바람까지 더해져 흡사 초겨울 날씨였던 3월 27일. 오후 제주시 관덕정 마당에는 남녀노소 골고루 40여명이 모였다. 환희와 절망을 오가며 69년 전 광장을 재현한 이들은 4월 2일 같은 곳에서 열릴 제24회 4.3문화예술축전 ‘역사맞이 거리굿’(이하 거리굿) 출연진이다. 거리굿 제작진은 각종 예술을 한 데 모은 한 편의 4.3공연으로 도민 수 만 명이 모였던 3.1절 기념대회 현장의 에너지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제주민예총은 27일 오후 2시부터 거리굿 리허설을 진행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현장에는 최상돈 예술감독을 비롯해 연출진과 볍씨학교, 풍물굿패 신나락, 제주작가회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거리굿 연습에 몰두했다.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도 집중해야 할 순간에는 출연자, 연출진 모두 작은 감정도 함부로 소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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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이 대본을 살펴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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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포먼스팀 살거스와 최상돈 예술감독(맨 오른쪽)이 상의 중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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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돈 예술감독(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청소년 배우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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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산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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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독할 대본을 미리 연습하는 제주작가회의 회원들. ⓒ제주의소리

4월 2일 오후 2시 관덕정 마당에서 진행될 거리굿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한데 모아 4.3을 알리는 ‘종합예술’ 성격의 행사다. 2시간 동안 연기, 춤, 음악, 퍼포먼스, 문학, 미술 등을 연결 지어 '그날'을 재현한다. 매해 4월마다 다양한 거리굿을 진행해온 제주민예총은 지난해 제주시청 도로에서 이 같은 방식의 무대를 처음 선보이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형식과 의미 모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은, 바로 장르 융합의 무대였다. 

비록 첫 시도에서 일부 아쉬운 짜임새를 보였지만 종합예술로서 4.3을 조명한다는 가능성에 주목한 주최 측은 올해 보다 완성도를 높여 거리굿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큰 줄거리는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3.1절 기념대회로 시작해 학살로 이어지는 4.3의 과정을 그린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3을 세상에 알린 현기영 선생의 소설 《순이삼촌》과 강요배 작가의 연작 <동백꽃지다>를 각색해 전체 내용에 녹여냈다. 소설 속 문구는 대사가 되고 그림은 LED화면에 띄워져 배경이 된다. 매 장면마다 20명이 넘는 출연진이 등장해 무대를 가득 채우고 합창, 시낭송, 낭독이 배경에 깔린다.   

여기에는 놀이패 한라산, 민요패 소리왓, 풍물굿패 신나락, 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 제주두루나눔, 볍씨학교, 제주작가회의, 퍼포먼스팀 살거스, 마임이스트 이경식, 무용수 김한결,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 제주청년협동조합, 음악인 조애란·김강곤, 보결댄스라이프, 배우 김기강, 일본인들로 구성된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 한라산회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한다. 전문적인 예인(藝人)들이 있지만, 아마추어도 상당수 참여한다. 실력과 열정의 조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상돈 예술감독은 유사한 틀을 일 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어떤 점에 차이를 두냐는 질문에 ‘3.1절과 광장’을 꼽았다.

그는 “1947년 3월 1일 이곳에서 벌어진 3.1절 기념식과 광장의 에너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는 순이삼촌이란 인물이 막을 이끌고 가는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단체 신(scene)에 보다 힘을 주고자 한다. 순이삼촌이 등장하긴 하지만 배우들의 집단 연기로 광장과 역사의 에너지를 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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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를 지시하는 최상돈 예술감독(가운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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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순이삼촌》 내용이 담긴 대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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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종합예술이 펼쳐질 관덕정 마당. 4월 2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한다. ⓒ제주의소리

마치 4.3뮤지컬 한 편이 기대되는 거리굿은 2일 오후 2시 관덕정 마당에서 열린다. 지난해 제주시청 도로와 비교하면 무대 공간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구조는 장점이다. 

이 밖에 4.3문화예술축전 행사가 4월 1일부터 15일까지 관덕정 마당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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