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최종 보고회...추모곡 제외에 4.3 유족들 '분통'

8193.jpg
▲ 원희룡 제주지사가 2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최종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도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를 수 없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났는데도 제주도가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제주도는 27일 오전 10시 도청 한라홀에서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원희룡 지사, 고창덕 특별자치행정국장, 윤승언 4.3지원과장, 김남선 협치정책기획관, 김일순 총무과장, 현학수 공보관이 참석했다.

4.3유족회에서는 양윤경 회장, 홍성수 4.3실무위원회 부위원장, 정문현·김두연 전 회장, 박창욱 4.3중앙위원, 이중흥 4.3행방불명인협의회장 등이 자리했다.

원희룡 지사는 "올해 69주년 추념식은 내년 70주년을 앞두고 4.3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과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4.3의 의미와 미래 방향에 대해 도민과 정부,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하고, 추념식 자체도 배려와 품격이 느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 지사는 "무엇보다 추념식은 희생자와 유족 중심으로 이뤄지고,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돼야 한다. 행사장소에 시설이나 편의, 교통수송 모든 문제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일본이나 서울에서 오시는 분들도 차질없도록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며 "이번 행사는 대선을 앞둔 시점이기에 19대 대선 출마 후보자와 정치권 인사, 국가적인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있었던 미흡한 점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고창덕 국장은 추념식 개요, 전야제, 추진상황, VIP 등 의전, 교통 및 주차 등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는 추모노래 부분에서 나왔다. 제주도는 69주년 4.3추념식 추모노래로 '빛이 되소서' 한 곡만 부르기로 결정했다.

4.3 유족들은 4.3실무위 첫 회의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와 '빛이 되소서' 2곳을 부르기로 했는데 왜 갑자기 '잠들지 않는 남도'는 빠졌느냐고 항의했다.

유족회 한 간부는 "추모노래로 '잠들지 않는 남도'가 제외된 이유가 무엇이냐"며 "VIP(황교안 권한대행) 참석 때문이냐"고 따졌다.

8222.jpg
▲ 원희룡 제주지사가 2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최종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중흥 회장도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 바뀐 이유가 뭐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윤승언 4.3지원과장은 "추모노래는 빛이 되소서 한 곡으로 결정했다"며 "잠들지 않는 남도는 찬반이 있어서 올해는 한곡으로 했고, 내년에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소 궁색한 답변을 했다.

정문현 전 회장도 "실망스럽다. 잠들지 않는 남도 노래를 이번에도 못부르게 하느냐"고 한탄했다

홍성수 4.3실무위 부위원장은 "잠들지 않는 남도가 실무위에 상정됐는데 69주년 추념식에서는 평화재단에서 선정한 빛이 되소서 하나만 부르는 것으로 했다"며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2보 전진을 위한)일보 후퇴로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4․3의 대표적 노래로 꼽히는 '잠들지 않는 남도'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4.3국가추념식 공식행사에서도 빠지면서 도민 반발을 부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희생자 결정이 안된 이유에 대해서도 유족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김두연 전 회장은 "4.3희생자 (의결대상자)225명이 4.3중앙위원회에 까지 올라갔지만, 2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무총리나 장관은 제주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중흥 회장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4.3중앙위원회를 몇 번이나 개최했느냐. 원희룡 지사도 당연직 4.3중앙위원인데, 원 지사는 취임한 후 중앙위가 개최될 수 있도록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윤승언 과장은 "4.3중앙위에 올라간 225명에 대한 희생자 결정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양윤경 유족회장은 "희생자 결정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국무총리와 행자부장관 면담을 신청했지만 불발됐고, 지난 3월24일 행자부 과거사지원단을 방문했는데 지원단장이 부임한 지 한달도 안됐다"며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논의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 정부에 유족회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겠고, 유족회장으로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원희룡 지사는 "4.3추념식 행사를 넘어서 4.3관련 자체에 대한 여러가지 안타까운 의견이 제시됐다"며 "함께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서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