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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가 된 제주한라대의 (징계)'요청서'. 대학 비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부장을 맡고 있는 보직교수들이 일선 교수들을 상대로 "강압적으로 서명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요청서에는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를 임의로 줄여 '민교협'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교수협의회 측은 이것 역시 교수협의회의 위상을 부정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명 강요 확인...최종 책임은 김성훈 총장"

<제주의소리>가 단독 보도한 [제주한라대, 대학비판 교수 ‘징계’ 정조준?…‘강제서명’ 논란] 기사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4일 <제주의소리>는 학부장 보직교수를 중심으로 대학에 비판적인 특정 교수들을 겨냥한 ‘(징계)요청서’를 만들어 교수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정황을 보도했다. 

보도 이후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학 측의 강압적 서명에 대한 진정을 냈다. 

28일 인권위는 “대학 측은 전체 (교수)160명 중 120여명이 자발적으로 서명에 동참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서명하지 않으면 교수들이 업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재임용 거부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우려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 “서명한 교수들은 보직교수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서명을 강요받은 느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선택은 보장돼야 한다. 보직교수들이 직접 교수들을 대면해 서명을 받는 경우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보장됐다고 보기 힘들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징계요청서 작성과 서명 방식에 대한 책임이 김성훈 한라대 총장에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김 총장은 본인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총장으로서 행정보직자 주간회의를 주관하며, 요청서 등 결과를 최종적으로 보고 받는 위치에 있는 점을 고려,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인권위는 김 총장에게 인권침해 주의 권고를 내렸고, 학교법인 한라학원 이사장에게는 김 총장과 보직교수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에게도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평교수들로 구성된 교수협의회는 민주적 대학 운영을 촉구하며 지난 2013년 3월 탄생했다. 

2015년 12월 감사원 감사 결과 각종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이사장 일가의 퇴진과 제주도 당국의 지도감독 강화 등을 요구해왔다. 또 성명을 통해 김성훈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학 측이 교수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문제의 ‘요청서’에는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가 언론을 상대로 호도하고 있는 내용은 우리대학 대다수 교수·학생 및 졸업생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적혀있다.

또 "새로운 도약을 해야하는 시점에서 과거 이미 확인되고 매듭된 사안들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에 공표하는 등 도민사회에 대학의 위상을 계속 실추시키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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