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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모든 차원에서 연결돼 있다

고용석 news@jejusori.net 2017년 04월 06일 목요일 08:52   0면

[다른 밥상 다른 세상] 현대판 신화의 가능성과 사피엔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                        /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한국채식 문화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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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리적 이유로 초지능 유전자를 지닌 시험관 아기의 시술을 미국에서 금지시켰다고 치자. 그런데 중국과 북한이 커튼 뒤에서 이를 허용했다. 미국이 가만 있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와 생명공학은 생물학적 불평등을 야기해 더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드러낼 것이다. 개별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교보문고에서 출판 사인회를 했던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사진제공=한국채식문화원>

옛날에는 유기동물 중 인간이 1%이고 나머지가 야생이었다. 지금은 인간과 인간관련 동물이 98%이고 야생동물이 2%에 불과하다. 인간관련 동물의 대부분은 식용동물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채식주의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다른 진화의 경로를 걷으며 지구를 근본적으로 지배하게 된 요인으로 허구, 이야기의 발견을 꼽는다.

아프리카 한구석에 살던 호모 사피엔스는 7만년 전 새로운 사고와 의사소통 방식으로 인지혁명을 일으켰다. 특별할 게 없던 이 동물은 직접 보거나 만지지 못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집단적 상상이 가능해졌고 허구를 믿는 이들은 결속하고 협력하게 됐다. 오늘날 국가, 인권, 화폐, 제국, 종교, 자본주의 등도 이야기가 창조한 상상의 질서이며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문제를 위해서라도 또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지구적 관리체제(Global governance)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21세기에는 핵이나 양극화, 지구온난화처럼 국가나 민족 단위로 해결 안 되는 문제들이 많다. 기후만 봐도 전형적인 공공재다. 다들 남들이 잘 해줘서 무임승차로 득보기를 원하지, 솔선수범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그러니 기후변화를 비롯한 현대의 난제들은 어떤 국제회의라도 합의를 이루기가 정말 어렵다.

설사 합의해도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글로벌 경제지만 글로벌 정치가 없기 때문이다. 각 나라는 민족적 시야에만 갇혀서는 안되고 주권국가를 넘어선 획기적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인류사회의 최대 도전은 공동의 비젼 즉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상력의 부재고 현대판 신화의 부재이다.

미국과 호주 등 서구권에서 불었던 거대사 교육의 열풍도 이러한 성찰과 노력의 일환이었다. 거대사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는 오늘날 학생들은 파편화된 생각들만을 배우고 있는데 이건 위험하다고 말한다. 인간중심의 세계사를 극복해야 인류와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사는 그 생각들의 연결고리와 큰 그림, 우주의 일부분로서 인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민족과 국가의 역사를 넘어서는 인류 공통의 역사의식 나아가 우주적인 정체성까지 고민하자는 제안이었다.

되돌아보면 가장 원초적 형태의 이야기는 신화였다. 그런데 이 신화는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옛사람들은 동물이건 식물이건 모두 영혼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영혼들은 몸이 죽는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옛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그들이 복수하지 않도록 달래는 것이었다. 당연히 옛사람들에겐 다른 생명을 죽여 영양을 취하는 것이 크게 불편하고 두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피할 수 없는 삶의 현실이고 전제조건이다. 현대의 대표적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이러한 인간의 마음과 삶의 현실을 화해시키는 것이 신화의 기본구조라 한다. 세계의 모든 신화는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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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찰 귀면상의 원류이자 ‘영광의 얼굴’이란 뜻의 키르티무카 (인도 아잔타석굴) 힌두사원이나 불교사찰에 가면 입구에 배가 고파 자신을 차례로 먹어 올라가 얼굴 하나만 덩그렇게 남은 남의 생명을 먹고 사는 생명을 상징하는 이 이미지를 발견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신이나 부처를 예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사진제공=한국채식문화원>

신화는 먹고 살아야하는 삶의 긍정적 의미와 우주론적 세계관을 제공했다. 공동체의 협력과 통합을 가져다줬을 뿐 아니라 인간잠재력과 가능성을 일깨우는 교육적 기능도 담당했다. 그러나 이제 그 신화는 시효를 지났다. 국가, 화폐, 자본주의 등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환경적 재앙과 지속가능성 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곤란을 겪고 있는 이유도 훌륭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종의 이야기의 과도기에 살고 있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아직 배우지 못하고 있다.  과연 오늘날 인류공통의 새로운 이야기 즉 현대판 신화는 무엇이며 누가 이 새로운 인식을 주도하고 있을까.

첫째는 환경운동이다. 환경운동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산업화의 무한질주를 제한하는 규제 위주에서 새로운 차원의 인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환경평등과 환경정의를 넘어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모든 생명은 신성하며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수십억종의 다른 생물종을 돌보고 그들과 협력하며 이 지구상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동식물은 인간의 둘도 없는 친구이며 바꿀 수 없는 동맹자다. 우리가 계속해서 생명의 그물을 찢어놓는다면 그 덫은 곧 우리의 존재자체에 구멍을 뚫어놓는 짓이 된다는 생태주의 인식이다.

둘째는 현대과학이다. 과거 수백년 동안 과학계는 생명과 의식이라는 것이 물질세계가 더 높은 수준의 생물학적 복합성으로 진화할 때만 나타나는 우주의 새로운 특성이라는 생각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은 '생명과 의식'이 우주의 기본 속성일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우주가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찰라마다 하나의 교향곡으로 재생되고 완전한 상호의존 체계라는 깨달음은 우주 만물과의 연계의식은 물론 세상에 대한 우리의 연민을 일깨운다.

그리고 살아있는 우주라는 맥락 안에서 사는 법을 배우게 한다. 기존 뉴턴의 기계적 우주론의 시각에서 소비주의와 지구착취가 어쩌면 직접적이고 당연한 결과라면 우주가 살아있다고 보는 인식의 패러다임에서는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행복을 바깥이 아닌 우리 자신 안에서 찾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윤리적으로도 모든 만물은 하나하나 고유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우리 행동의 결과도 살아있는 우주에 공명해 윤리적 되울림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임을 안다. 이런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안녕에 조화를 이루도록 행동하면서 생명의 영역과 감각에 맞게 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의 비건(완전채식)운동이다. 원초적 이야기인 신화는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사실 옛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러나 소위 현대인들은 이런 삶의 전제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나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 게다가 공장식 사육, 단일경작, 유전자조작 등 생명이 조작되고 상품화되는 것이 일상인 시대에 살고 있다.

비건은 환경운동이나 현대과학의 새로운 인식들이 음식을 선택하는 인식의 질과 무관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이 음식선택의 인식의 질은 일반적 지식과는 달리 내면의 사랑과 자비에 그 앎의 근원을 둔다. 환경운동이나 현대과학의 새로운 인식을 내면화하고 일상에서 윤리적으로 실천케 한다.

이 실천은 모두를 삶과 생명의 그물망으로 연결한다. 생명체의 존속은 또 다른 생명체의 생명에 기대지만 탐욕이 아닌 오직 '필요'한 만큼 최소한의 폭력을 행사해야한다. 비건은 이러한 삶의 방식이자 윤리적 배려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과 문화에 내재한 폭력과 미망으로부터의 영적 각성과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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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멕시코 칸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6)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비건채식 활동가들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미 유엔(UN)은 2010년부터 세계가 기아와 에너지, 빈곤과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식 위주 식단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해왔다.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1억 명으로 증가한다고 전제할 때, 육류와 유제품 위주로 짜인 서구식 식단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제공=한국채식문화원>

이런 음식과 영성, 상호의존성과의 깊은 인식은 오늘날 생태주의와 시민운동의 선구자라 일컫는 에머슨과 소로우 등 미국 초월주의 진보적 지식인그룹에 의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인식과 통찰은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와 영적 전통에서  ‘네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베풀라’라는 황금률이나 아힘사(Ahimsa)의 이름으로 이미 장려되고 실천되어 왔다.

공자 역시 평생 동안 행할 만한 것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상대에게 베풀지 말라’고 가르쳤다. 구조인류학자들도 모든 사회와 사회발전의 기본 구조로 먼저 베풀고 상대도 답하는 ‘증여와 답례’라고 밝히고 있다. 전통풍습도 마찬가지다. 옛사람들은  콩을 심을 때 하늘의 새와 땅의 벌레, 사람이 한 알씩 먹도록 배려하고 오합혜와 까치밥, 고수레를 통해 이미 이를 생활양식으로 삼아왔다.

심지어 대상을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무생물까지 자연스레 확대됨을 볼 수 있다. 사랑을 원하면 사랑을 베풀어야 하고 생명체에 가혹한 행위는 행위 그 자체에 의해 우리에게 온갖 고통으로 되돌아오는 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공감능력이 인류의 문명도 진화시켜왔다고 한다. 여성, 동성연애자, 장애인, 흑인 등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뀌고 타 민족, 타 인종에 대해서도 서로 인정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독일이 2002년에 세계 최초로 헌법에서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고 에콰도르가 2008년 모든 개인, 공동체, 국가는 공적인 제도 이전에 자연 또는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요구할 수 있는 지구권이란 조항을 헌법에 명시했다.

동물권에 대한 자각과 비건과 채식인구에 대한 폭발적 증가추세도 이를 반영한다.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해 모든 생물과 공존할 때 지속가능성도 가능한 법이다.  현대의 비건운동은 모든 생명을 향한 자비심과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마음살피기에 기초하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구현한다. 또한 인류와 인간의 본성에 공감적 특성의 씨앗을 발현한다. 이름만 비건일 뿐 사실상 상호의존성 자각의 한 표현이며 현대판 신화의 한 과정인 셈이다.

현대판 신화는 생명체에 대한 연민에 기초한 긍정적 혁명의 노래이며 일종의 새로운 차원의 패턴과 인식을 모색해가는 과정이다.  이 공동의 비젼 속에  주권 국가를 넘어설 수 있는 광범위하고 국제적인 협력과 유대가 이뤄지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정치 경제 변화도 가능하다. 복잡계 물리학은 사태의 특정 원인 보다는 사태를 발생케 하는 배경 즉, 사회 뒤로 숨어있는 조직화와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모든 패턴은 집단적 성질을 띠고 임계상태에서는 모래알 하나조차 큰 변화를 촉발한다.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본래 만물은 모든 차원에서 연결되어 있다. 비록 무의식적이나마 알고 있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이를 확인하고 싶어 안달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소위 감각의 확장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개발하고 시장과 무역을 통해 물질적 시공과 사람을 연결해왔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문명이나 다른 한편으론 환경파괴와 인간소외, 지속가능성 위기 등 근본적 한계도 노출했다.

우리는 우리의 문명이 진정한 행복과 공동체 이상을 보장하지 못함도 알게 됐다. 현대판 신화는 이러한 문명 자체를 문명화하며 그 방향을 내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상호연결을 의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모두가 하나의 살아있는 중심에 대해 살아있는 관계에 들어서게 하는 것이다.

이 전환이야 말로 진보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관계능력도 소생하고 우리의 세계도 새롭게 한다. 이를 통해 인류공동체들 사이에 보편적인 연대와 협력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고 인류 사피엔스의 행복도 가능하리라 본다. /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한국채식 문화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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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석은? 비건채식운동가. 1994년, 환경·시민·종교단체가 총망라된 국내 최초의 국제 채식 심포지엄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를 비롯해, 지구온난화 관련 글로벌 컨퍼런스를 수차례 기획했다. 지구온난화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부산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국제채식연합IVU을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관련 활동에 참여했다. 2005년부터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로 활동하며 현재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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