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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사기혐의’ 김모씨 행방 추적…고소·고발 쇄도, 피해자 최소 20명

제주도내 유명 문화기획사 가운데 하나인 A사 대표 김모(34) 씨가 투자자들에게 빌린 거액의 돈을 갚지 않고 갑자기 잠적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빌린 돈의 규모가 이자 등을 포함해 총 100억 원대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지난 10일 제주동부경찰서에 김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장이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고발장 접수 당시 피해자는 5명이었지만 11일 오전까지 2명이 더 늘어난 상태로, 이들 7명의 피해 금액은 총 9억원 가량이다. 그러나 이 피해액은 일종의 투자배당금을 뺀 원금만 추산한 것으로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해자들 주변에선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이들이 최소 20명이 넘고, 원금과 배당금을 포함한 피해액이 10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6일 오전 자신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후배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휴대전화도 집에 놔둔 채 사라져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들로부터 고소·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피해자 진술 확보와 함께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특히 사라진 김씨가 평소 지인들에게 농담처럼 “언젠간 밀항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문화기획사 A사는 수년간 개인사업체로 운영해오다가 제주지역 공연문화 발전에 공감하는 이들이 참여하면서 지난해 10월 주식회사로 법인등기를 마치고 김씨 외에 추가로 1명이 공동대표를 맡아 운영되고 있다. 

법인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A사의 법인 설립 목적은 △영화·음악 등 문화콘텐츠 제작 △공연기획, 문화사업 주최 및 대행 △광고기획, 광고매체 운영, 광고판매, 광고대행 등  문화기획 사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김씨의 지인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자신이 A사 대표임을 강조하며 투자를 권했고, A사가 최근 3~4년 사이 유명 가수 등 연예인들을 초청해 진행한 각종 문화공연들이 규모와 내용 면에서 호평을 받아 믿을만한 투자처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투자자 중 일부는 문화공연에 초청된 연예인들과의 식사 자리에 초대돼 김씨로부터 “당신의 투자금이 이런 좋은 공연에 쓰이고 있다”고 설명 듣는 등 김씨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꾸준히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가 "각종 사업 입찰을 위해서는 통장에 넉넉한 잔고가 필요하다"며 투자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김씨에게 대부분 2015년과 2016년 걸쳐 집중적으로 거액의 돈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투자금에 대한 배당금 형식의 이자는 법정이자율을 훨씬 웃도는 고율로, 피해자들의 투자금과 배당금·배당률 등이 각각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김씨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사용한 은행 계좌가 지난해 10월 법인 등록한 A사의 법인통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상 김씨 개인명의나 다름없는 ‘김OO(A사)’라는 별개 계좌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남아 있는 A사의 임직원들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창업자이자 공동대표인 김씨가 지난주 갑자기 잠적했고, 사기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회사로 몰려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A사의 임원 B씨는 피해자들이 김씨에게 빌려준 돈은 회사 자금으로는 쓰였는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김씨의 사거래에 의한 것이었기에 채무관계와 사용처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김씨에게 투자한 돈이 A사의 문화공연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 A사의 사업에 사용됐는지는 불투명한 상황인 것. 

피해자 C씨는 11일 <제주의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자신의 회사인 A사가 제주대학교 축제를 대행하고, 영국해양박물관에서 해녀 관련 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는 식으로 소개하며 투자를 받았다. 김씨와 작성한 투자계약서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사 임원 B씨는 “회사 차원에서 영국에서의 해녀 전시회 등을 기획한 적이 없고, 평소 김씨는 회사의 대외적인 업무를 맡고 있어 평소 사무실을 자주 방문하진 않았다”며 “다만 김씨가 잠적하기 전날(9일) 저녁에도 전화 통화로 회사 업무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갑자기 잠적해버려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A사는 과거에는 김씨의 개인사업체로 운영돼왔지만, 지난해 10월 주식회사로 전환해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김씨가 복잡한 채무관계가 얽힌 상태에서 잠적해버려 회사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 개인의 사기 행각임에도 회사까지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돼 분통하다. 김씨 행방을 쫓는 수사에 회사 관계자들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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