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성초 학부모들 "유흥가 확산 방지책 시급"...교육당국은 "현행법상 한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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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삼성초 학부모들로 구성된 '올바른 교육환경, 깨어있는 학부모 모임'이 13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 제주시, 제주지방경찰청, 제주도자치경찰단, 제주시교육지원청 등 관련 기관 7곳에 제출할 탄원서를 들고 있는 학부모들. ⓒ 제주의소리

학교 인근에 밀집한 청소년 유해업소를 참다 못한 제주지역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현행법 상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제주 삼성초 학부모 31명으로 구성된 '올바른 교육환경, 깨어있는 학부모 모임'은 13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인근 유해업소 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의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들은 "삼성초 인근에는 유흥·단란주점, 마사지샵, 다방, 여관·여인숙, 모텔 등 청소년 유해업소가 밀집해 있다"면서 "이미 유흥가가 형성됐다는 이유로 후발 신규사업자도 손쉽게 교육청 심의를 통과해 별다른 제재 없이 성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학교 주변이 방치되는 동안 우리 학교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만 해도 47곳의 유흥·단란주점과 18곳의 숙박업소가 운영 중"이라며 "이는 비단 삼성초 만이 아닌 제주 전 지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주도교육청과 제주시교육지원청 등 교육당국을 향해 "관련 심의 내용을 상세 공개하고, 학교 인근 유해시설 감축안을 담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며 "청소년 이동경로에 따른 교육환경보호구역 정비안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도와 제주시에 대해서는 학교 인근 유흥가 영업 실태에 대한 위법성 조사, 상시 단속 TF팀 신설을 주문했다. 현재 연 2회에 불과한 합동단속반의 학교 인근 유해업소 불법영업 단속을 적어도 월 2회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도의회를 향해서는 제주지역에 맞는 교육환경보호 조례 제정 추진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학교 앞 무인텔 등 인근 유해업소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가능하도록 국회에 요청해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이들은 "학교 앞 교육환경 위해시설들에 대해 더 이상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제주도, 제주시, 교육청, 교육지원청, 지방경찰청, 도의회 모두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시급히 공동대응책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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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영역이 교육환경보호구역 중 절대보호구역, 푸른 영역이 상대보호구역. 삼성초 인근에는 상대보호구역 내에 단란주점, 유흥주점, 숙박업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환경보호구역 GIS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학생 보호를 위해 설정된 '교육환경보호구역' 중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를 '절대보호구역', 200m까지를 '상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유해업소 설치를 규제하고 있다.

단란주점, 유흥주점, 숙박업소 등은 절대보호구역 안에는 영업이 불가능하지만 상대보호구역의 경우 교육지원청 내 지역교육환경보호위원회(이하 지역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같은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지역위원회는 13명 이상 17명 이하의 공무원, 교육청 직원, 학부모,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되 학부모가 위원 총수의 50%를 넘어야 한다. 제주시의 경우 15명의 위원 중 학부모가 10명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위원회는 올해 들어 4월까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신규 영업을 신청한 유흥·단란주점 등 유해시설 38건을 심의해 15건을 해제(통과)시키고, 23건에 대해 금지 결정을 내렸다.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 업소들 중 39%는 통과된다는 얘기다.

통과 비율이 2015년 66%에서 최근 39%까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새로 영업을 신청하는 업소에만 해당되고 기존 업소는 관련이 없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으로 제주지역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유해시설은 909곳에 이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영업 업소들이 존재하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신규 신청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며 "게다가 단속권한도 없어 교육청 차원에서 불법행위를 적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초 학부모들은 관련 기관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통해 공론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온라인 서명에는 480여명이 참여했다.

모임 대표인 학부모 김이승현씨는 "2015년의 경우 제주시 지역위원회 심의에서는 유흥·단란주점이 100% 통과됐을 정도"라며 "아이들은 학부모와 학교 뿐 아니라 지역민들이 함께 돌보며 키우는 만큼, 행정당국과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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