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동주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사회학 박사)
남부발전 한경풍력발전기 화재 원인, 객관적인 조사 통해 빠짐없이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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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한경풍력발전단지 풍력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풍력발전단지 대형 사고가 또 터졌다. 한국남부발전의 한경풍력발전단지 4호기(1.5㎿) 풍력발전기가 12일 불타버린 것이다.

지난 2015년 7월 7일 유니슨이 제작해 제주에너지공사가 소유·운영하는 김녕풍력발전실증단지의 750㎾급 풍력발전기 화재사고, 2016년 10월 6일 태풍 차바로 인한 김녕풍력발전실증단지 효성 5㎿급 풍력발전기의 날개(블레이드) 파손 사고까지 포함하면 원희룡 도정 들어 세 번째다.

앞으로 또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일단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이면 제주도에 상업용 풍력발전을 가동한 지 20년이 되는 시점이고, 초기에 설치된 기종들이 노후화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관리에 보다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제주도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목표 달성의 수단 중에 풍력발전 보급목표가 절반을 넘기 때문에 일개 기업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벌써 제주지역 풍력발전기 화재사고는 2010년 10월 행원단지, 2015년 7월 김녕단지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런데 그 동안 여러 사고를 겪은 제주도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함께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실행에 소홀한 면이 컸다. 

지난 2010년 10월 발생한 행원풍력발전단지 2호기 화재 및 전도사고에 대해, 당시 제주도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에 원인조사를 의뢰했고 결과를 보고받았다. 그런데 그 시설물을 그대로 현물출자를 받아 출범한 제주에너지공사는 2015년 7월 발생한 김녕풍력발전실증단지 1호기 화재사고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지 않았고, 화재 전후 상황이 녹화된 동영상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서둘러 조사를 마무리했다. 

결국 2016년 8월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에너지공사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풍력발전기 화재 원인이 풍력발전기 제조사의 기계적 결함에 의한 것인지, 풍력발전기 유지관리 소홀 등으로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짐으로써, 제작사에 특혜 제공 및 화재조사 결과 발표내용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였다”고 평가를 하면서 ‘기관경고’ 처분을 요구했다. 

당시 이성구 사장의 안이한 대응과 원희룡 도정의 지방공기업에 대한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원인 규명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대신 보험금 수령을 통해 새로운 풍력발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도의회에 보고까지 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여름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소방당국과 공동으로 화재대응훈련을 했지만 원인도 모른 채 대책을 세운 것이라 실효성이 높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한경풍력 화재 사고는 사실상 ‘미제사건’으로 남겨진 김녕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의 대응처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한경 풍력의 경우, 김녕 풍력과는 다르게 나셀(발전기통) 내부에 자동 소화시스템이 설치된 곳이다. 제주도 또한 김녕 풍력 화재사고 이후 도내 전체 풍력발전기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하면서 '성산풍력 및 한경풍력 등의 풍력발전기는 소화설비 및 통합관제시스템이 가장 적절하게 설치되어 있는 것'(2015년 9월 11일 보도자료) 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화재 발생시, 소화장치 작동이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산림청 헬기가 동원되고 수 차례 물을 뿌릴 때까지 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소화 장치 작동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여기에는 ‘풍력발전기 상태 감시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그 중에는 열화상 감지 및 화재감시 설비도 포함돼 있다. 이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 본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서 화재가 시작됐는지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화재 감지 이후의 대응조치에 대해서도 평가를 통해 추후 효과적인 행동매뉴얼 작성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더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반복해선 안돼

물론 위와 같은 조사와 대응을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남부발전은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이고 제주도가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운영중인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도민과 관광객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제주특별법에 규정된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해서도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제주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제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내습으로 인해 발생한 김녕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파손사고에 대해서 제주도는 도 소유의 발전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고 조사에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풍력발전실증단지는 제주도가 관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당시 태도는 상당히 부적절했다. 특히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력판매수입이 제주도 회계로 들어오기 때문에 단순히 남의 일이라고 치부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제주도민들은 카본프리 아일랜드의 계획의 가능성에 대한 적지 않은 불신을 가질 수 있다.

한편 풍력발전기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안전검사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미흡한 상태다. 현재 풍력발전기는 전기제품이어서 전기사업법에 따라 4년에 한 번 안전검사를 받고 있는데 주로 전기 분야에만 치우쳐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기는 전기 뿐 아니라 기계와 제어, 타워와 블레이드, 기초 구조물 등 다양한 분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각각의 분야에 대한 안전점검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과 지진 등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있어서 구조물 안전에 대한 점검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이미 제주도는 2015년 7월 김녕풍력 화재 사고 이후 조례 개정을 통해 안전관리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풍력발전기의 전기·기계·타워·기초구조물 부분 등에 대한 검사기준, 검사방법, 검사주기 및 검사기관 지정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해서 2016년 2월 최종보고서를 제출받기 까지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1년이 넘도록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2016년 10월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현정화 의원은 당시 문원일 경제통상산업국장을 상대로 2년 주기의 정기안전검사 실시를 요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조례 개정은 커녕, 지침도 없는 상태다. 

위와 같이 그 동안 발생한 풍력발전단지 사고에 대해 제주도정의 모습은 매우 안일했고, 꼼꼼한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따라서 이번 한경풍력발전단지 4호기 화재사고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정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전임 도정에서처럼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 원인을 밝혀주고 모든 자료를 공개한다면, 기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카본프리 아일랜드 계획의 진정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버린다면 정책의 신뢰성에 상당히 큰 손실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경풍력 1단계의 역사적 의미

한국남부발전이 운영하는 한경풍력발전단지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눠서 추진했다. 그중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1단계 사업은 2002년 8월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03년 6월부터 2004년 2월까지 약 152억원을 투입해 건설했다. 덴마크의 NEG-Micon 사의 1500㎾ 풍력발전기 4기를 STX엔진㈜에서 설치했다.(NEG-Micon은 2004년 같은 덴마크 풍력 기업인 Vestas에 합병됐다.) 

대한민국 풍력발전의 역사에서 한경풍력 1단계 사업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최상의 전기 공급계획인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2년 8월 17일)에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로서는 처음으로 풍력발전 건설계획(대체전원(제주)#1: 6㎿)이 포함돼 추진됐다. 

사실 한전은 지금도 핵발전과 석탄화력을 주요 발전원으로 삼아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의 행원풍력 성공 이후, 기업이 추진한 최초의 풍력발전을 한전 발전자회사가 담당한 것이다. (그 당시 남부발전 사장은 이임택 씨 였는데, 퇴임이후 삼달풍력을 추진한 한신에너지 사장을 하다가, 현재 제주도 동부 지역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면서 한국풍력산업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다음으로 한경풍력 1단계 사업은 제주도지사가 허가한 첫 번째 대규모 풍력발전사업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는 1986년 개정된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3000㎾ 미만의 발전사업에 대한 허가권한을 지자체장이 위임받아서 시행했었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 추진된 행원풍력발전단지는 대부분 1000㎾ 미만의 풍력발전기를 여러 개 묶어서 3000㎾ 미만의 발전사업에 대한 도지사 권한 위임 조항을 활용해서 허가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2002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바뀌면서 ‘개발사업 시행승인’ 대상에 ‘3000㎾를 초과하는 대체에너지 개발사업’도 포함됐다. 한경풍력발전 1단계 사업은 6000㎾ 여서 산업자원부 장관의 전기사업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제주도의 개발사업 시행승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의제처리 가능했다. 

따라서 한경풍력 1단계는 법률 개정에 따른 제주도지사의 첫 대규모 풍력발전 허가이기도 했다. 물론 현재는 2007년과 2011년의 두 차례에 걸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전기사업 허가 권한 자체를 제주도지사가 이양받았다.

덧붙여서 한경풍력 1단계는 우리나라 최초의 ㎿급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사례다. 그 전까지 제일 큰 풍력발전기는 행원에 설치된 750㎾ 였는데, 점차 기술력의 발전에 따라 대형 풍력발전기 생산이 가능했다. 남부발전에서도 사업 계획을 준비하면서 운전시점에서의 사업 투자 효용성과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서 1㎿급 이상의 기종을 선정하기로 했고, 결국 1.5㎿로 결정했다. 또한 2008년 2월 준공한 한경풍력 2단계 사업도 현재 가동 중인 가장 큰 발전기인 3㎿풍력발전기를 최초로 설치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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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편 한경 풍력 1단계 및 2단계 사업을 통해 한국남부발전이 얻은 전력판매수입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 동안 약 69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이후의 판매수입은 정보공개가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남부발전의 한경풍력과 성산풍력은 제주도가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풍력개발이익 공유화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삼달풍력과 함께 제주도에 기부금을 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와 지역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해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에 자발적 기부금 납부를 지속적으로 권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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