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도의회 의원 손유원(조천읍, 바른정당)

제주도가 한라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해서 제주의 환경자산인 오름, 곶자왈, 습지, 천연동굴 등을 국립공원으로 추가로 지정해 제주도 면적의 22%에 달하는 제주국립공원을 확대 지정하려 하고 있다.

국립공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 제주도는 “현재 환경보존을 위해 법적으로 개발이 묶여 있는 환경자산 면적 22%를 공원화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도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힐링공간도 제공해주고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되고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런 대가없이 이럴 수 있다면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점이 있다. 제주미래 비전의 핵심가치인 ‘청정과 공존’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인구밀도는 2016년 기준 9개 도 중 경기도 다음으로 높아 경상남도를 앞지르고 있다. 제주시 중심 시가화지역인 구도심 5개동과 연동, 노형 지역의 인구밀도는 3335명에 달해 인천, 대구를 넘어서고 있다. 교통체중, 주차난,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결과다. 더 이상 도심지에서의 압축개발은 곤란하다.

머지않아 2025년이 되면 인구 100만 시대가 도래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읍면지역이나 중산간 지역으로의 외연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오름의 75%인 276개가 해발 600m이하 지역에 분포돼 있고, 특히 이 중 101개는 해발 200m 이하 지역에 있다. 곶자왈 역시 70% 정도가 중산간에 분포하고 있다. 국립공원이 확대돼 오름과 곶자왈이 공원지역이 되면 이 오름과 곶자왈 주변으로 완충지역이 설정돼 이에 합당한 녹화계획, 건폐율, 고도 및 경관 규정이 새로 세워져야 한다. 이에 따라 토지이용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재산권도 침해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생물권보전지역 확대, 해안변 그린벨트 지정, 환경총량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으니 20~30년 후는 말할 필요도 없고 당장 8년 후 닥칠 인구 100만 시대에도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제주도는 또 “곶자왈 면적의 57%, 오름의 45%에 달하는 사유지를 재산권 피해 보상 측면에서 국가가 매입하도록 해 소유자들의 재산권 피해를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바람직한 행정의 자세다. 그러나 국가가 매입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가 나서야 한다. 몇 년 전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을 정부가 되찾아가겠다고 해서 제주도가 화들짝 했든 적이 있고, 알뜨르비행장 부지도 제주도로 이양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의 환경자산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 제주도가 비축해둬야 한다. 이를 위해 토지비축제도도 마련돼 있고 곶자왈공유화재단도 설립된 것이 아니겠는가.

국립공원 확대는 면적이 크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제주도 전 지역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국 23개소 국립공원의 국토대비 육상비율은 3.8%에 불과하다. 다른 곳으로 외연을 넓혀갈 수 없는 섬이라는 특수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적 가치만을 내세우려는 국립공원 확대 계획은 마치 대지 면적은 적으면서 건물도 넉넉히 짓고 정원도 크고 멋지게 꾸미려는 허황된 욕심을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경자산 이용자에게 환경보전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가칭 ‘제주환경보전기여금제(입도세)’가 추진되다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로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 된 적이 있는데, 그 대안으로 국립공원을 확대해 입장료를 합법적으로 받겠다는 발상이라면 이 또한 소탐대실의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실속 없이 면적만 축낼 것이 아니라 한라산국립공원, 유네스코 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올레길 등으로도 제주의 브랜드는 충분하며, 이 자산을 갖고 재정수입 확보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원당봉을 둘러보고 나서 차를 타고 선흘곶자왈 탐방한 후 다시 구좌곶자왈을 살펴보고, 다시 차를 이용해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과연 국립공원이라고 간판을 달고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민 86.7%가 국립공원 확대계획에 찬성하고 있다는 도민인식 조사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도민들이 국립공원 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알고 찬성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1.jpg
▲ 손유원. ⓒ제주의소리
지금은 부질없는 국립공원 확대에 매달릴게 아니라 교통체증 및 주차난 해소, 축산 악취 해결, 쓰레기 처리, 탄소배출량 줄이기, 생활권 공원 확대 등 생활환경 개선과 인구증가에 따른 성장관리에 매진해야 할 때다.

행정은 항상 신중하고 냉정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되돌려놓기가 쉽지 않아 그 피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확대계획은 다시 원점에서 신중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 제주도의회 의원 손유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