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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마냥 매기는 등급...버스는 그림의 떡”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2017년 04월 20일 목요일 16:19   0면

제주 420장애인문화제서 장애인등급제 폐지 등 5대 요구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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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열린 제주 420장애인문화제에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강조한 김태우 씨. ⓒ 제주의소리

“우리가 고기인가요? 어떻게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거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요? 버스 계단은 우리에겐 거대한 장벽입니다”

20일 오후 3시 제주벤처마루 앞마당에서 열린 ‘420 장애인문화제’.

제주장애인인권포럼(대표 고현수)과 제주도장애인부모회(회장 박영재)가 일회성·형식적 행사가 아닌 ‘진짜 그들의 목소리’를 위한 판을 깔자 가슴 속에 꾹꾹 담아둘 수 밖에 없었던 얘기들이 터져나왔다.

이날 고현수 대표는 “정부는 장애인을 1~6급으로 고기 상품 나누듯 등급을 매겨서 어떻게 그 혜택을 줄여볼까만 생각하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니 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내 자식보다 단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재 회장은 “장애인을 둘러싼 열악한 환경은 그대로 놔둔 채 장애인의 날 단 하루만 시혜와 동정을 하는 그들만의 잔치만 벌이고 있다”며 “부양의무제 폐지,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분 발언에 나선 장애인들은 그 동안 겪어왔던 어려움들을 털어놓았다. 장애인에 대한 대우가 나아진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의 벽은 높았다.

김태우 씨는 “장애인등급제는 국가가 돈을 아끼려는 꼼수이자 인권유린적인 대표적인 제도”라며 “우리가 한우 처럼 등급이 매겨지는 데다, 장애인 당사자가 처한 상황이나 요구가 아닌 단순 등급에 따라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버리게 된다”고 꼬집었다.

장애인등급제는 행정 중심적 판단인데다,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 등급이란 낙인을 찍는다는 점에서 폐지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씨는 “장애인이 된 시점이나 그 정도, 유형이 다양한데 단순한 등급 만으로는 개인별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면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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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열린 제주 420장애인문화제에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대표. ⓒ 제주의소리

정철현 씨는 이동권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정씨는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은 장애 등급이 1~2급인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고, 3급부터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신체장애인들에게 이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에서 시내에 오는 것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장애인이 많다”며 “당국이 약속한 저상버스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화제 참석자들은 △장애인등급제 폐지 △시내버스 30% 이상 확보와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 이용범위 확대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 철회 △치료·재활 중심에서 지역사회 내 자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 건강권 보장 △장애인 유권자 투표편의를 제공하는 장애인 참정권 보장 등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날 문화제는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기존 형식적인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대신 장애인의 날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문화제에서는 유이연 작가의 퍼포먼스, 띠앗합창단과 김원필 밴드의 공연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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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열린 제주 420장애인문화제. 유이연 작가가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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