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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꽃다운 제주 여인, 도깨비에 씌인 사연

문무병 mmb5056@gmail.com 2017년 04월 21일 금요일 10:12   0면
[문무병의 제주, 신화 2] (30) 영감본풀이 

3. 영감본풀이

시놉시스

이본(異本) '영감 본풀이 3'을 보면, 다른 영감본풀이와 달리 도깨비 7형제의 신통력을 말하고 있다.

빈 문서 2001-p.jpg

이를 정리 하면, 도깨비들은
가.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가졌다.
나. 정밀한 기계 조작 능력을 지녔다.
다. 엄청난 힘을 가졌다.
라. 강인한 인내력을 가졌다.
마. 거대한 장신(長身)이다.
바. 죽여도 죽지 않는다.
사. 태워도 타지 않는다.

본풀이

서울 먹장골 허정승‧김정승‧유정승 3부처(夫妻)가 아들 일곱, 딸 일곱을 낳았다. 이 아이들은 태어나자 글도 장원 활도 장원이라 서울의 삼정승 육판서 들은 밥줄을 놓게 되었다고 나라 안이 떠들썩하였다. 허정승의 아들들을 잡아 죽이려 하여도 산천영기를 타고난 지라 잡을 수도 죽일 수도 없었다. 아버지가 허정승이 이 아이들 이름을 짓기를, 

큰 아들은 멀리 세상을 보는 천리안을 가졌으므로 '먼산 허망댕이', 
둘째는 복잡한 가계를 갖다놓아도 어렵지 않게 푸는 '잔 금 열쇠', 
셋째는 아무리 무거운 물건도 가볍게 지는 힘을 지닌 '지어야 갸븐쇠', 
넷째는 어떠한 매를 맞아도 가렵다 가렵다하며 거뜬히 참아내는 인내력을 가진 '때려야 가려운쇠', 
다섯째는 깊은 물도 발등에 안 차는 큰 키를 자랑하는 '깊어야 야튼쇠', 
여섯째는 몸을 아무리 베어도 다시 붙는 생생력을 지닌 '잡아야 붙은쇠', 
일곱째 아들은 아무리 태워도 타지 않는, 타는 물같은 불연소성을 지닌 '구워야 언쇠'라 했다. 

허정승의 아들 도깨비 일곱 형제가 삼정승 육판서 원로대신의 집이거나 천제의 집일지라도 다 털어먹고, 난리를 일으키니 조정에서는 역적을 잡아 죽일 궁리를 하였다. 그러나 도깨비 형제들도 큰아들 먼산 허망댕이는 좌우천기 짚어보고 내일은 잡아 가둘 듯하니, 둘째를 내보내기로 한다. 둘째 잔 금 열쇠는 열쇠가 없어도 문을 여는 능력이 있어 잠궈 놓은 인두집을 풀고 빠져나와 셋째를 대신 보낸다. 셋째 지어야 갸분쇠는 인두집을 지어도 무거운 줄을 모르니 얼마든지 형을 살릴만 했다. 허망을 짚어 다 아는 허망댕이가 내일이면 이들을 때려 죽이려 한다는 걸 알고, 지어야 갸븐쇠 대신 때려야 가려운쇠를 보낸다. 넷째 때려야 가려운쇠를 때려 죽이려 하자, 여기 때려도 가렵다 저기 때려도 가렵다 하므로 깊은 물에 던져 죽이려 한다. 다섯째 깊어야 얕은쇠가 대신 나서서 아무리 깊은 곳에 던져도 발등에도 안 찬다 하니, 만상 천제들은 때려도 못 죽이고 깊은 물에 던져도 못 죽이니 칼로 베어 죽이자 의논한다. 허망댕이는 이 사실을 알고 여섯째를 대신 보낸다. 여섯째 잡아야 붙은쇠가 나간다. 칼로 벨 때마다 탁탁 붙으니, 진퇴양난 삼정승 육판서들은 때려도, 물에 던져도, 칼로 베어도 못 죽이니 화형을 시키자고 의논한다. 일곱째 구워야 언쇠가 가슴에 ‘얼음 氷’자를 쓰고 나가니, 화염 속에서도 죽지 않는다. 

결국 삼정승 육판서는 역적 도깨비 일곱 형제를 죽이지도 잡지도 못해, 살려줄 테니 떠나라 한다. 위로 아들‧딸 4형제는 서울 삼각산, 강원도 금강산, 충청도 계룡산, 전라도 지리산으로 내려가고, 아래로 아들‧딸 3형제는 제주도로 내려왔다.  딸들은 배를 지키는 '아기씨 선왕'이 되었다. 그런데 막내아들은 피리단자 옥단자 검은 대악기를 잘 불고, 노래 잘 부르는 대다 얼굴도 천하일색으로 잘 생긴 똑똑한 천하 오소리 잡놈이다. 이게 들어서 천변흉험(千變凶險)을 주는데, 처녀를 잘 유혹하여 범접하고, 어물어장에도 참석하고, 돼지 잡아 '영감놀이'하는 데도 참석하여 놀고 간다. 영감놀이 할 때는 도깨비 일곱이 등장하는데, 처녀 도깨비 일곱까지 남녀 도깨비 모두 열 넷이 등장하여 밤새도록 놀고 제주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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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입동 칠머리당 요왕질치기.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4. 도깨비굿 '영감놀이'

영감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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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탈.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도깨비를 제주도에서는 ‘도채비’라 하며 영감·참봉·야채·뱃선왕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도깨비를 신으로 모시고 제사하는 방법도 큰굿의 '영감놀이'에서부터 어부들이 고기잡이 나가기 전 매 달 초하루 보름에 하는 '뱃코사(뱃고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형태로 연행된다. 도깨비는 외래신으로 남‧여 양성을 구유한 선‧악 양면성을 지닌 신이며, 불의 신, 선박의 수호신, 기계의 신, 야장신, 부의 신, 목축신, 산신이며, 춤 잘 추고, 술 잘 먹고, 노래를 잘 부르며 놀기를 좋아하는 ‘천하 오소리 잡놈’이니. 좋게 말하면 예술을 아는 광대의 신, 축제의 신, 술의 신이다.

영감은 양면적인 신이다. 남자와 놀면 여자 같고, 여자와 놀면 남자 같은 양성 구유의 신이다. 부와 풍어의 신으로서는 선신(善神)이며, 호색의 역신(疫神)이고, 인간에 병을 주는 재앙신(災殃神)으로서는 악신(惡神)이기 때문에 선악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영감 신은 양성 구유의 신으로 영감‧도령‧각시‧아기씨의 모습으로 제주 삼읍 정한 장소(숲이나 해변)에 모신 선앙(船王) 신당이 있다. 또 영감신은 잘 먹으면 선신(善神)으로 인간에게 부(富)와 재물(財物)을 가져다 주며, 못 먹으면 앙심을 품고 질병과 재앙을 주는 선‧악 양면성의 신이다.

호색성‧돈육 식성의 신. 잘 먹는 신은 역시 축제의 신이다. 특히 고기와 술은 축제의 음식이다.

영감 본풀이에서 보면, 영감이 좋아하는 식성은 돼지고기와 술, 수수 범벅, 좋아하는 장소는 산과 바다와 어장촌(漁場村), 좋아하는 잠자리는 과부의 방이다. 영감은 미녀를 좋아하고 음침한 곳에 깃들인다. 미녀를 좋아하는 호색성은 도깨비가 불의 신으로서 ‘생식의 불’이 타는 것이며 이는 풍요로운 수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성적인 에너지’는 너무 넘치거나 과부족일 때, 질병 현상으로 나타난다. 과부의 병이 그렇다.

영감 도깨비의 춤

'영감 놀이'에서 죽음을 극복하는 춤, 소생의 춤은 환자가 살기 위하여 추는 춤이며 동시에 영감 신을 놀리는 신명의 춤으로 예술의 힘으로 발현되는 춤이다.    

'두린굿'을 고찰해 보면, 환자의 마음에 맺힌 한(恨)이 환자를 병들게 한 것이며, 이 병은 영감 신이 들린 것이다. 굿판은 '서우젯소리'로 신명을 부추기며 환자를 울린다. 주위에서는 환자가 춤추기를 권유하지만, 환자는 의욕을 잃고 춤을 추지 않는다. 이는 환자 속에 빙의한 영감 신, 즉, 눈에 보이는 처참한 모습의 환자와 눈에 보이지 않는 영감 신(疫神=病)이 한 몸으로 되어 전혀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갈등의 극한 상태다. 환자의 치료는 영감 놀이를 통하여 외부로부터 들어 온 살(煞)을 물리치는 것이며, 살(煞)을 물리치는 방법이 춤을 통하여 영감 신을 놀리는 것이다. 환자가 춤을 추어야 병이 낫는다고 한다. 

춤추는 영감 신은 술의 신이며 광대의 신이다. 

낮에는 연불, 밤에는 신불, 인간의 가슴 속에서는 사랑의 불로 타오르는 불은 생산의 불이든 생식의 불이든 파괴의 불이든 어둠을 현란하게 밝히는 것이다. ‘어기여차 살장고 소리’에 맞추어 또는 ‘서우젯소리’에 맞추어 신명의 춤을 추는 도깨비의 축제, 영감 신을 놀리는 ‘광란의 축제’는 원초적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영감 놀이'에서 영감 신의 분장은 종이 탈을 쓴다. ‘종이탈’은 가면극 형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며, 영감 신을 전형화 하는 소도구이다. 단순히 백지로 얼굴을 가릴 정도의 소박한 가면이다. 백지로 얼굴을 가렸다는 의미는 악신(惡神)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는 부정적 관념이거나, 악신(惡神)은 무형(無形)의 존재라는 관념의 표현이며, 인간에게 재앙이나 질병을 주는 불가시적인 공포의 대상을 안전에 노출시켜 희극적으로 형상화한 모습이다. 

'영감 놀이'는 분명히 풍자(諷刺)와 해학(諧謔)의 놀이굿이다.

영감신 곧 양반은 굿청에 들어오면 제 입에 맞는 음식이나 찾고, 너무 술을 처먹어 수전증이 심한 주제에 술과 돼지고기를 실컷 얻어먹는다. 그리고는 해녀들이 사경(死境)을 헤매면서 따낸 전복‧소라‧미역 등 제주의 명산물을 한 배 가득 싣고 치송해야 병의 원인인 동생을 데려가 준다. 이것은 과거 제주(濟州) 목민관(牧民官)들이 일상 했던 행위를 반영한 것이다. 괴인성(怪人性)‧호색성(好色性)‧호식성(好食性)‧우둔성(愚鈍性) 등 도깨비의 인격성이 목민관(牧民官)의 그것에 딱 들어맞는 것으로 제주 서민들의 눈에 비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목민관들의 그 부패한 행위를 굿을 통하여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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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춤.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두린굿'의 영감놀이 

이 자료는 1984년 3월 14일부터 17일까지(4일간) 고향을 떠나 서울 왕십리 구슬공장에서 일하던 19세 처녀가 정신병이 들어 제주시 함덕리로 낙향했는데, 병의 원인은 제주도에서 ‘영감신’이라 부르는 도깨비의 범접 때문에 얻은 것이라 했다. 굿의 진행은 환자가 ‘언제, 어떻게 하여 정신 이상이 되었는가’하는 연유를 닦아가는 '초감제'로부터 시작하여 ‘서우젯소리’ 장단에 맞추어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는 '춤취움', 환자가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쓰러져 환자로부터 범접한 귀신이 누구라는 자백을 받는 '대김받음', 귀신을 달래어 쫓아 보내는 '옥살지움'과 '도진'으로 끝을 맺는다. 

연유닦음

스물 한 살 이 애기, 돈 벌어 어리고 미혹한 동생들 공부나 시키자고, 태순 땅(태 사른 땅) 떠나, 경기도라 서울 객지에 나가, 공장생활로 밤엔 밤대로 고생, 낮엔 낮대로 고생하여, 어리고 불쌍한 이 아이, 어느 누구 넋들이고, 혼 들여 줄 사람 없어, 온갖 잡귀, 허튼 넋 다 붙었으니, 이 모든 허튼 넋 거두어다 넋 한번 못 들여 줘 이 불쌍한 아이, 넋이 나고, 혼이 났습니다. 지치도록 공장일 하다 정신없고, 정신 이상까지 되어지니, 불쌍한 이 아이 먹던 밥 멀리 두고, 자던 잠 멀리 두어, 그리운 건 고향산천 그리운 건 저 어멍 하나, 배고파 울던 내 그리운 동생들, 고생하는 김에 늙으신 어멍 고생시키지 말고, 나대로 돈 모아 시집도 가야지 하며 죽도록 일만, 일만 하다가 이 아이 넋이 났습니다.

'서우젯소리'는 춤의 신명을 부추기는 민요조의 무가다. 이 노래는 한의 가락에 맞추어 신명으로 부르는 민요인 것이다. 서우젯소리를 ‘내 냉김 소리’라고도 하는데 ‘내’는 ‘물살’ 또는 ‘파도’를, ‘냉김’은 ‘넘김’을 뜻하니 파도를 타고 넘듯 삶의 극한적 어려움(병)을 극복해 나가는 한(恨)의 가락이라 할 수 있다. 환자는 심방이 부르는 ‘서우젯소리’에 맞추어 춤을 춘다. 춤은 고난을 극복하는 수단이며, 춤의 신명으로써 삶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서우젯소리에 의한 ‘한풀이’인 것이다.

서우젯소리는 환자가 춤을 추고 쓰러질 때까지 몇 날 며칠까지라도 계속된다. 서우젯소리는 귀신과 생인을 울리는 노래이며, 귀신을 생인으로부터 떨어져 떠나가게 하는 노래이다. 심방의 서우젯소리에 환자는 울다가 춤을 추고, 춤을 추다 운다. 우는 환자는 생인의 참모습이요, 춤추는 환자는 환자에게 범접한 귀신의 모습이다. 이 '두린굿'에서 환자의 병은 영감(도깨비)의 범접에 의한 것이다. 신을 놀리는 것은 춤이요, 생인 환자를 놀리는 것은 눈물이다. 눈물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에 대한 처절한 직면이다. 환자는 자기가 직면한 비극적 상황을 긍정하고 눈물을 통하여 삶의 맺힘(恨)을 풀고 신명을 획득한다. 환자의 살려는 의지는 끊임없이 춤을 추어 신을 놀린다. 춤을 추던 환자가 쓰러지면 영감신은 환자로부터 떠난다.

환자가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쓰러져 환자로부터 범접한 귀신이 누구라는 자백을 받는 것을 '대김받음'이라 한다. 두린굿의 막판은 환자에게 범접한 영감신을 쫓아보내는 '영감놀이'를 한다. 영감놀이는 환자의 주술적 치료다.  

굿의 진행은
① 환자가 ‘언제, 어떻게 하여 정신이상이 되었는가’하는 연유를 닦아 가는 '초감제'로부터 시작하여 
② 서우젯소리 장단에 맞추어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는 '춤취움'
③ 환자가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쓰러져 범접한 귀신이 누구라는 자백을 받는 '대김받음'
④ 귀신을 달래어 쫓아 보내는 '옥살 지움'
⑤  그리고 굿의 마지막에 '영감놀이'를 하고
⑥ '배방선'하여 신을 보낸 다음
⑦ '도진'으로 끝을 맺는다. 

'두린굿'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몸에 빙의한 신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이다. 환자와 영감(疫神)이 하나되어 분리될 조짐을 보이지 않다가, 서우젯소리에 따라 환자가 춤을 추기 시작하고, 환자 속에 빙의한 신이 감응하여, 춤이 고조되고, 신이 나서 춤을 추게 되면, 춤은 격렬해지고 환자는 격렬히 춤을 추다 쓰러진다. 춤을 추다 쓰러질 때마다 환자는 온전한 정신이 들어오곤 하는데, 이 때 심방은 버드나무 회초리를 들고 환자를 협박하며, 환자 속에 빙의한 신의 정체를 밝혀낸다. 이를 '대김받음'이라 하며, 이는 환자를 춤추게 하는 과정에서 세 번 행한다. 

①초대김→②이대김→③삼대김의 과정에서 춤을 추고 쓰러지고 대김을 받는 과정에서 신의 정체는 드러나게 되는데, 환자 속에 빙의한 영감신은 구체적으로 ‘아무 날 아무 시에 죽은 아무게 귀신’이란 것까지 밝혀내게 된다. 다음은 '대김받음'의 한 사례다._#2

(서우젯소리에 맞춰 춤을 추던 환자의 춤이 빨라지면, 서우젯소리는 멈추고 연물소리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제히 울리고, 환자는 발작적으로 펄쩍 펄쩍 뛰며 춤을 춘다. 죽어가던 환자에게 언제 그런 힘이 생겨나는지 모를 정도다. 춤이 극치에 이르고, 더 이상 힘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실컷 춤을 춘 환자는 지쳐서 쓰러진다. 갑자기 심방은 버드나무를 들고 쓰러져 있는 환자에게 달려 간다.)

심방 : (위협조로) 이리 와, 이리 와! 너, 춤추는 이유를 말해, 빨리!
이모 : (달래며) 어서 대답해불라, 응.
마을 사람 : 어서 대답 허여, 하고 싶은 말을. 어서.
환자 : (흐느껴 운다)

(중략)

환자 : 그냥, 막 병을 고치려고 췄수다.
심방 : 뭐? 병을 고치려고? 춤을 춘다고 병이 고쳐지나? 어디서, 어째서?
환자 : 서울 마장동에서
심방 : (이 말을 놓지지 않고) 마장동 어디?
환자 : 화장실에서 넋났수다. 또 사람 죽은 시체도 봤수다.
심방 : 음, 사람 죽은 것, 그럼 그게 꿈에 나타나나? 그것 밖에 없어, 또?
환자 : 아버지만 생각납니다.
심방 : 그 귀신 갈꺼 안 갈꺼?
환자 : 갈 꺼우다.
심방 : 언제? 내일? 모레?
환자 : 오늘.
심방 : 몇 시에(말이 없자) 몇 시에 갈꺼냐?
환자 : 열 시에.
심방 : 어디로 갈 건지 방향을 말해!
환자 : …….
심방 : (버드나무 회초리로 때리며) 어디로 갈꺼냐?
마을사람 : 가고픈 디를 혼저 골으라.
환자 : 가겠습니다.
심방 : 그럼 어디로 갈꺼냐?
환자 : …….
심방 : 여기 있겠대? 너하고 다시 살림살꺼?
환자 : 아닙니다.

(중략)

심방 : 네게 의탁해서 춤추는 귀신들 어디로 갈꺼냐니까, 그냥 배를 태워두면 제멋대로 갈꺼? (답답하단 듯이) 이게 정말 속태우네……. 갈 곳을 말해 봐, 그래야 배를 띄우지, 어디로 배를 띄울까 ?
환자 : 서울로.
심방 : 어디로?
환자 : 서울.
심방 : 서울, 그럼 너, 이 다음부터 아픈 데 없고, 신체 건강할꺼?
환자 : 예.

심방은 이와 같이 하여 환자의 몸 속에 의탁한 신의 정체를 알아내고 언제 어디로 신이 떠날 것이냐를 환자의 자백_#3을 통하여 확인한 뒤, 환자에게 마지막 '막석풀이'로 춤을 추라 하고, 무악에 맞춰 빠른 도랑춤을 춘다. 넋을 찾았으니 '영감놀이'를 하여 영감을 보내고, 넋들임과 푸다시 굿을 한다. '막푸다시'는 환자의 몸을 돗자리로 싸고 돗자리에 불을 붙여 활활 태운다. 이 때 불은 환자의 몸에 있는 영감신(疫神)이며 병으로 상징되는 ‘도깨비 불’이며, 몸속에 불을 끄는 것이다. 불은 병이며 신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영감놀이'를 하는데, 환자의 몸에서 영감신을 찾았으니, 다른 도깨비들을 불러 환자의 몸속에 빙의한 도깨비를 데리고 나가게 하는 것이 '영감놀이'다. 먼저 영감상을 차려놓고 영감을 청한다. 제장 안으로 들어 온 여섯 도깨비들은 영감 상에 차려놓은 도깨비들이 좋아하는 음식, 돼지고기, 술, 수수떡, 담배 등을 잘 대접받고 환자의 몸속에 있는 호색신 ‘천하 오소리 잡놈’ 막냇동생 도깨비를 데리고 떠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여섯 도깨비는 동생을 데리러 온 것이며, 동생을 데리고 떠나면 환자는 정상인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를 '영감놀이'라 한다. 

▲ 각주

#2
이 굿은 1984년 3월 14일-17일(4일간) 함덕리 평사동에서 정신이상이 된 19세 처녀를 치료한 '두린굿'의 일부다.평사동에는 ‘돈짓선왕’을 모신 당이 있고(필자는 어딘지 모름), 평사동 사람들 중 해녀, 어부들이 다닌다. 때문에 집안에 환자가 있어 '두린굿'을 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선왕신인 ‘영감’을 모시고 하는 굿이다.그러므로 이러한 병굿은 결국 병굿이며 당굿이라 할 수 있다.

#3
사실, 이때 환자가 하는 이야기는 환자 속에 깃든 신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대김받음은 영감신(疫神)이 환자를 괴롭히지 않고 환자의 몸을 떠나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 영감놀이의 주쟁이 벙것을 쓴 도깨비들.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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