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에 확정하겠다는 생각먼저 버려라"

1. 현행법 체계하에서는 제주도의 행정구조개편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우리 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① 특별시와 광역시 및 도, ② 시와 군 및 자치구의 2종으로 한다(지방자치법 제2조1항).”고 규정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이들 사이에 관계는 대등하다. 특별시.광역시.도와 시.군.자치구는 법상으로는 대등한 법인이며, 그 사이에는 상.하의 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만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에서 지도.수용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은 종전에 의하고 이를 변경하거나 자치단체를 폐치.분합할 때에는 법률로서 정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지방자치법 제4조 1항).

그렇다면 현재 제주도가 추진 중인 행정구조개편안(특히 혁신적 대안의 경우)은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가? 불행히도 아니다.

때문에 용역보고서에도 나와 있듯이 “법률로 특례가 인정되는 특례시의 지위를 가지도록”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현행법 체계하에서 행정구조개편안 처리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막말로 4개 시군이 주민투표 자체를 반발하고 나설 경우, 이를 강제할 어떠한 수단도 없으며, 주민투표가 실시된 이후라 하더라도 결과에 불복할 경우 이 역시 정치적.도의적 책임 이외에 어떤 강제수단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지난 7월 16일 열린 제105회 서귀포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강상주 서귀포시장이 답변한 내용을 들어보자. [강상주 서귀포시장은 “제주지역 경제규모 등 도세가 열악한 상태임을 감안할 때 행정구조를 축소시키는 것은 제주도의 위상저하, 중앙절충의 한계, 권한의 비대한 집중 등 역기능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중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제민일보 7월 16일자)

2. 주민투표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법률적인 문제 외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치자! 그리고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기로 했다고 치자! 그러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까? 아니다.

이런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두 가지 안에 대해 도민 대다수가 혁신적 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치자!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로라면 점진적 안과 혁신적 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된다고 한다).

문제는 일부 시군에서 점진적 안에 대한 찬성표가 조금 더 많이 나온 경우이다. 이 경우 다른 모든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도민 전체의 의견을 우선할 것이냐,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을 우선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재현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밖에도 주민투표에 앞서 검토하고 결정해야할 문제는 너무나도 많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단순과반수로 할 것이냐, 아니면 일정수 이상의 주민투표참여를 전제로 한 과반수로 결정할 것이냐, 그도 아니면 일정비율 이상의 득표를 획득한 경우에 한해 주민투표의 효력을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선거연령 문제, 주민투표관리위원회 구성 등등...

올해안에 안을 확정한다?

이상 지적한 몇 가지 문제점 들에 대한 검토.토의만으로도 올해안에 안을 확정하는 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올해안에 행정구조개편안을 확정하겠다는 이유는 뭔가? 필자는 그 절체절명의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전의 글(“제주도, 주민투표법안 수정 왜 서두르나?”)에서 “주민투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주민투표대상에 관한 충분한 정보공개와 토의’에 있으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의 시.군 통합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여수시.여천시.여천군의 시.군 통합은 94년과 95년, 97년 무려 3번에 걸친 주민투표 끝에 성사되었다).

제주도「행정구조개편안」 확정은 제주도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진정한 도민의 의사의 반영하겠다는 생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올해안에 반드시 안을 확정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현성욱님은 제주사회연구소 "미래" 선임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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