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 흘렀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빚어진 강정마을 공동체가 두 동강 난 세월이다. 2007년 4월26일, 소위 ‘박수 총회’로 비유되는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수십명이 박수로 결정한 것부터 잘못 꿰어진 비극이었다. 그동안 마을은 찬반으로 갈라져 깊은 상처만 남았다. 주민 설득 없이 국책사업을 강행한 정부와 국방부, 무책임한 제주도를 향한 주민들의 분노가 여전하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강정마을 공동체 복원과 명예회복이 주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생명평화마을, 강정의 지난 10년’을 총 12차례의 기획으로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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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10년째 갈등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5월9일 대통령선거에서 선출될 제19대 대통령과 5월10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통해 ‘강정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제주의소리

[생명평화, 강정 10년] ⑫ <에필로그> ‘진상조사·명예회복’ 결자해지 마지막 기회

출구전략. 군사 용어로 작전지역이나 전장에서 인명과 장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철수하는 전략을 말한다.

지난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회가 소위 ‘박수 총회’로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이후 10년간 허우적대고 있는 ‘강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다. 

‘판’은 깔렸다. 5월9일 치러질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정당 후보들이 ‘강정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손을 내밀고 있다.

가정 먼저 풀어야할 게 해군이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의 철회다.

해군은 지난해 3월 강정주민 등 121명을 상대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이 해군기지 건설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300억원을 요구하자 해군이 손실액의 일부를 강정주민 등에게 청구한 것이다.

<제주의소리>가 5개 주요정당 후보들에게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에 대한 입장을 확인한 결과, 4명(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이 ‘찬성’했다.

더러는 사법처리 대상자에 대한 사면도 공약했다. 지금까지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이다 사법처리를 받은 주민과 평화활동가는 206명에 달한다.

다만, ‘진짜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 ‘안보사업’이라는 이유로 찬-반 입장을 유보했다.

각종 여론조사 1-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구상금소송 철회-사면복권’을 공약한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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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히 구상금소송 철회, 법적인 사면복권만이 아니다. 송강호 박사 폭행사건 등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10년의 상처를 치유해달라는 것이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4월11일 대선후보들에게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관련 국가폭력 진상조사 및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강정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을 제안했다.

‘강정특별법’은 지난 10년간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모델로 삼았다.

법률안 초안까지 마련된 만큼 결국 대선후보들의 반응과 선택에 따라 ‘강정특별법’이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들은 이에 응답해야 한다.

강정특별법 제정과 별개로 현재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논의 중인 가칭 ‘강정 공동체회복 지원 조례’ 제정에도 관심을 써야 한다.

지난 4월18일 제주를 방문한 문재인 후보는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적으로 치유돼야 한다”며 강정마을 공동체회복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출구전략을 모색하면서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자존’을 살리는 일이다.
자칫 보상 문제에 집중될 경우 강정주민들이 여태 보상을 위해 해군기지를 반대해왔다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체이면서도 강정마을과 대화에는 담을 쌓았던 중앙정부,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한 제주도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여·야를 떠나 ‘강정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진정성이 포개질 경우 10년째 암흑의 터널 속을 헤매고 있는 강정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이 미-중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생명평화문화마을’로 만들어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강정주민들은 “강정이 생명과 평화의 문화가 넘실거리는 마을로 살아가길, 또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인류의 고향으로 자리매김 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유봉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월 해군기지가 완공된 만큼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빚어졌던 극심한 갈등과 대립, 마을공동체 붕괴에 대해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대선 후보들이 19대 대선 과정에서 정책적 결단을 통해 새로운 정부에서는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갈등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 갈등해결의 모델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은 마련됐고, 강정주민들도 ‘관용’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 누가 되든 대한민국 19대 대통령과 새 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10년째 허우적대고 있는 ‘강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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