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 대학생아카데미] 문정인 “박근혜 정권, 시스템 아닌 지도자 심기 따라 외교 결정”

북핵 문제, 사드 배치, 중국 경제 보복, 일본과의 마찰 등 각종 외교·안보적 문제를 풀어나갈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일까. 민생이 곧 안보라는 관념을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와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 2017학년도 1학기 여덟 번째 강의가 22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3호관 강당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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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C 대학생아카데미' 2017학년도 1학기 여덟 번째 강의가 22일 열렸다. 이날은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 특임교수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이날 강의는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 특임교수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제주를 대표하는 국제 외교 전문가로 손꼽히는 문 교수는 2016년부터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김대중도서관장, 영문 계간지 《Global Asia》의 편집인을 맡고 있다.

문 교수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를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북한이 핵,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도록 막지 못한 ‘북한 관리의 위기’, 군사력에 몰두하는 치킨 게임으로 치달은 ‘평화의 위기’, 트럼프와 사드로 인해 미국·중국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일본 관계 역시 악화 일변도를 겪고 있는 ‘강대국 외교의 위기’, 북한에 이어 각국이 핵 개발에 나서는 ‘핵 도미노의 위기’, 실제 준비 없이 ‘속 빈 강정’처럼 안보 강경론을 내세우는 ‘안보 태세의 위기’를 꼽았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북한은 핵실험을 한 번 실시했다. 국제 원자력 전문가들은 첫 실험이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 성공한 핵실험을 4번이나 진행했다. 핵실험 시작을 고려해도 2차부터 5차까지 당시 정부가 위기관리를 전혀 못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은 핵무기가 없다'고 밝혀도, 다섯 차례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가졌다고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문 교수는 북한을 상대로 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제재와 압박 ▲군사적 억제력 강화 ▲미사일 방어 ▲선제 또는 예방타격 ▲북한 붕괴 유도 ▲대화 협상, 평화적 해결로 정리했다.

특히 미사일 방어 가운데 하나이자 최근 가장 큰 화두인 사드(THAAD)에 대해 ‘만능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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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연세대 교수. ⓒ제주의소리
문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이 미국·일본과 함께하는 미사일 방어체제에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한다. 사드는 중국을 향하고 새로운 냉전 구도를 형성하기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런 구도를 너무 간과했다. 일각에서는 사드를 만능처럼 이야기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드가 당장 없다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우리에게 쏘고, 배치한다고 바로 요격할 수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미사일 전문가 가운데는 사드 탄두에 있는 레이더가 과열(overheat) 증상으로 위장탄이나 로켓 파편도 구분 못한다고 평가한다.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은 완벽하다고 하는데 현지 전문가는 아니라고 한다”며 "사드는 사거리가 1만km 이상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대상으로 하는 방어시스템이다. 만약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면 7~8분이면 경기도 오산까지 온다. 경북 상주에 있는 사드가 6~7분만에 스커드미사일을 탐지, 준비해서 요격한다? 난 회의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절차적 문제, 경제적 문제, 지정학적 문제 등을 고려하면 사드는 국민 공론화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 검토와 국회비준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문 교수는 “박근혜 정권은 시스템이 아닌 지도자의 심기에 따라서 남북문제와 외교 정책을 좌지우지해 문제를 일으켰다. 대북 정책을 흡사 외주처럼 중국과 미국에 맡겼다”며 “다음 주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차기 대통령은 ‘안보가 민생’이라는 현실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안보는 공기와 같다. 안보는 특별한 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는 거꾸로 안보를 위해 민생을 희생해야 한다고 본다. 이건 가장 잘못된 판단”이라며 “한반도 문제에 강대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우리가 주도권을 펼칠 수 없다.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한미, 한중, 북중 관계가 좋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하고 한반도가 안정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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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교수는 "민생이 안보라는 개념을 가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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