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㊼ 물의 정치학...촛불도 태극기도 없도록 해야 

5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란 말도 있지만 내 마음에 딱 맞는 후보를 찾지 못했다.

노자의 ‘도덕경’ 제8장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시작으로 물의 7가지 덕성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치인의 지녀야 할 7가지 원칙을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첫째,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이다. 물은 만물을 두루 이롭게 하고 그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복지정책을 잘 수립하고 평화통일과 사회통합을 지향하라는 이야기다.

둘째, 여선인언선신(與善仁言善信)이다. 물처럼 누구에게나 어질게 대하고 믿음직스럽게 말하라. 여야가 함께하는 공동정부로 협치를 실현하고 공약은 반드시 지키되, 지키지 못할 공약은 사유를 들어 국민을 설득하라는 이야기다.

셋째, 정선치사선능(政善治事善能)이다. 물의 정치로 세상을 다스리고 무슨 일이든 순리적으로 처리하라. 국회, 언론 등을 통한 민의수렴과 소통으로 위민정치를 구현하고 패권정치, 패거리정치,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을 철저히 예방하라는 이야기다.

넷째, 동선시(動善時)다. 때에 맞게 움직이는 물처럼 할 일을 제 때에 하라.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개혁의 방향과 속도,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서 임기 초에 전력적으로 개혁을 단행하라는 이야기다. 힘 빠지면 아무 일도 못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치인이 ‘물의 정치학’을 터득하지 못할 때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치인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않을 때, 곧 멸사봉공이나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을 잃었을 때 정치생명도 끝장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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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 할 필요 없이 정치의 요체는 국태민안(國泰民安)과 국리민복(國利民福)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살기에 편안하면 그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겠는가.

다시는 촛불도, 태극기도 광화문 광장에 나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게 나라냐!’고 분노하는 국민도 없어야 한다. 이 나라 정치인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통령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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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물처럼 살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그 까닭은 역시 ‘물의 덕성’과 관련이 있다. 

① 물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겸손)
② 무엇과도 잘 섞인다. (소통, 친화)
③ 투명하다. (정직)

추기경 말씀은 ‘물의 인간학’을 설파한 것이다. 나도 물처럼 살기로 결심해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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