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전기차 확산보다 중요한 인프라 구축

전기차가 화두이다. 언뜻 보면 너도 나도 전기차를 사겠다고 한다. 친환경 차라는데 당연히 기회가 되면 전기차로 바꾸어야 한단다. 그 정도로 제주도민의 환경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휴일 야외활동을 망치기 일쑤인 요즘, 제주의 청정 환경이야말로 제주의 미래를 지켜주는 일등 자산임을 이제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대략적으로 보아 전기차 유지비가 기존 가솔린차의 반밖에 안된다고 하니, 전기차를 이용하는 게 훨 경제적이다. 게다가 전기차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정부에서 대략 2000만원 정도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이러니 제주를 전기차 메카로 만들겠다는 원희룡 제주도정의 목표가 허망한 것만은 아닌듯 하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면, 무언가가 부족하다. 당장이라도 전기차를 이용하려는 머리 속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 전기차를 구입하는 데로 가기 까지에는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글은 평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바 2%의 부족을, 무엇보다도 충전기 확충이라는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메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방책 찾기이다.  

다행히도 이번 19대 대선에 출마한 유력 후보자 5인 모두 제주 전기차 특구 관련 질문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점에서 보면, 앞으로 ‘2030 탄소 없는 섬’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 전기차 특구에서 조세감면, 규제완화, 제도개선 등의 혜택을 받을 공산은 크다. 그렇더라도 보다 효과적이면서도 합당한 진전을 위해서는, 제주 내부적으로 전기차 특구로 나아가는 인식과 방식에 있어서 선후와 경중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전기차 특구와 관련하여, 문재인-심상정 두 후보가 정확히 지적한 바, ‘지금과 같은 전기차 공급 확대는 지양’되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자립과 자동차 줄이기 등 보다 근원적인 중시가 없이, 그저 손쉽게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기대어 전기차 확산에만 급급해서는 ‘카본 프리’ 미래는 공염불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기차 구입 보조만이 아니라 전기차 사용을 용이하게 하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할 것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용이 편리한 충전소의 대대적인 확충이다. 

제주의 전기차 충전소 실태를 보면, 전국 1050여개 충전소 중 제주는 급속 113개와 완속 249개를 포함하여 총 273곳에 충전기 362기를 보유하고 있다. 충전기 인프라에 관한 한 4곳 중 1곳이 제주에 있으니, 일단 전기차 특구를 향한 제주의 출발은 그럴 듯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충전이 불편하다며 다들 전기차 구입을 미루고 있다. 30분이 걸리는 급속 충전기는 그런대로 전기차의 여러 가지 편익을 고려하여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4시간이나 걸리는 완속 충전기는 ‘빨리 빨리’의 한국인 성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그 하나의 이유라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제주에 충전기를 설치할 때는 전부 급속으로 할 것을 권유하면서, 전기차 구입 지원에 비례하여, 아니 오히려 그에 선행하여 충전소 설치에 과감한 재정투자가 있어야 함을 촉구하고자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정보를 종합하여 보면, 급속 충전소 설치비용이 2000만~3000만원 든다고 하니 이를 평균하여 2500만원 정도로 잡고서, 2017년 제주도에 배정된 6353대 전기차 구입에 지원하는 비용 중 10%를 충전기 설치비로 전환하면 500기의 급속 충전기가 들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존 113개 급속 충전기의 4.5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에 따라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을 대폭 해결해 줌으로써 도민들 모두가 전기차 구입 행렬에 동참하게 되리라 보는 건, 너무 순진한 필자만의 기대일까. 

또 하나, 전기차 충전기의 확충과 관련해 전천후 멀티형 이동충전 차량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여기서 멀티형이란 다양한 전기차 기종 모두에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다기능형 충전기를 탑재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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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의 경우 예를 들면 읍면동 43곳에 최소 10대씩 총 430대의 전기차 충전 전용 차량을 확보하여 이들 차량의 동선을 스마트폰 앱에 올려놓으면, 이에 맞추어 이동 충전 차량과 만나 훨씬 손쉽게 충전을 할 수 있다. 기존의 고정형 충전소의 경우 체계적인 관리도 잘 되지 않아 예산 낭비와 민원 사항이 되고 있음에 비추어보면, 멀티형 이동 충전차량은 16시간 2교대의 전담 기사가 충전기를 책임 관리하면서 운용되는 만큼이나 모바일 시대에 더 잘 어울려 보인다. /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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