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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들어올린 문재인 ⓒ 오마이뉴스 이희훈 자료사진

[문재인 당선, 승리 요인] 9일 밤 11시40분 광화문서 문재인 “위대한 국민의 승리” 사실상 당선 인사…촛불혁명, 대세론 보수분열, 다자구도 등 ‘승리 요인’   

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 탄핵 정국의 마침표를 찍는 ‘1700만 촛불 민심의 승리’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국민 촛불민심이 이뤄낸 현직 대통령 파면과 이어진 5월 조기대선에서 9일 밤 11시40분 현재 예상대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됐다.  

개표 방송을 진행 중인 지상파 방송 3사는 개표율 10%를 넘긴 이날 밤 10시경부터 문재인 후보의 ‘당선 확실’ 자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도 밤 11시40분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와 환호하는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 혼신을 다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며 사실상의 당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2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3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이미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대선 본선 5당 후보들은 선거 막판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국면’을 활용(?)해 저마다 선거 판세가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분석과 함께 ‘대역전’ ‘선거 기적’ 등을 장담했고, 부동층 유입을 위한 기싸움과 세(勢)결집을 펼쳤지만 문재인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문재인 당선인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108만 표차로 분패했으나, 4년 절치부심 끝에 '준비된 대통령'을 내걸고 압도적인표 차로 청와대의 새 주인이 됐다. 

지난 8일 마지막 광화문 유세에서 “촛불 승리의 역사,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완성하겠다”고 한 그의 약속이 첫 단추를 꿴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승리 요인은 ‘촛불 혁명의 힘’이었다. 적폐청산, 정권교체의 화두가 통했다. 

또 한 가지의 승패 분수령은 ‘구도’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5자든 3자든 다자대결 구도에선 문 후보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양자대결 경우엔 예측하기 힘든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결국 다자구도에 의한 보수표 분열, 분열에 의한 보수층 조직력 쇠퇴, 사라진 영·호남 몰표 등 역대 대선에 비해 확실히 옅어진 지역색 등이 결정적으로 한 몫 한 셈이다. 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전국 대부분에서 문 당선인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 당선이 확실시된 문재인 후보가 9일 밤 11시40분께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두손을 번쩍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Jt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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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문재인 당선인이 9일밤 11시40분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JTBC 방송화면 갈무리 ⓒ제주의소리

최대 경쟁자였던 자유한국당의 ‘함량미달 후보’ 논란도 결과적으로 문 당선인의 수월한 승리를 도왔다. 홍준표 후보 얘기다. 

친박을 '양아치'라고 비난했던 홍준표 후보가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판결을 부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선 과정에서 탄핵반대세력의 핵심인 친박과 아예 한 몸이 됐다. 

한때 ‘성완종 뇌물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검찰이 그를 기소하자 당시 새누리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던 홍 후보다. 당 윤리위 규정도 ‘기소로 정지된 당원권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이 나야 회복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당은 무주공산 좌초 위기에서 무리한 ‘예외규정’을 적용해 그를 대권후보로 내세우면서 ‘함량 미달 후보’ 논란을 자초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힘이 실린다.  
역대 대선 판세에 비해 TV토론회가 역대급 영향력을 끼쳤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중앙선관위 3회, 방송사 3회 등 모두 6회 치러진 TV토론에서 각 당의 후보 5명이 촌철살인과 실언을 주고받는 동안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했다.

선거 막판 후보별로 지지층 결집도 일부 있었지만 구도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선거 초반부터 유지해온 문재인 후보가 ‘1강 구도’와 ‘대세론’을 끝까지 지키면서 한편으론 싱거운 선거가 됐다. 

대선 풍향계로 꼽히는 제주는 이번에도 문재인 당선인의 승리를 정확히 맞췄다. 문 당선인이 제주에서 압도적 차로 홍준표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한 것은 전임 박근혜정부의 ‘제주홀대’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제주출신 인사 발탁 사례가 전무했다.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 멤버인 현경대 전 의원이 평통 수석부의장에 이름을 올린 정도였고, 대통령 재임 동안 제주역사의 가장 큰 아픔인 ‘4.3’ 추념식에 단 한차례도 참석치 않은 점도 도민의 원망을 사기 충분했다. 

결국 이번 19대 대선은 ‘진보 대 보수’, ‘촛불 대 친박’ 등의 대결구도에서 촛불민심과 진보진영의 명쾌한 승리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의 민심은 박근혜 정권에서 저질러진 국정농단 사태와 갖가지 적폐에 대해 당시 집권세력인 보수정당 전체를 심판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공개된 마지막 여론조사와 투표마감 출구조사까지 문 후보가 40% 대의 지지율로 ‘1강’ 체제를 꾸준히 굳히며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치 안았고, 추격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2중’ 후보와는 큰 격차를 보였다는 점도 이같은 민심을 대변한다. 

이날 투표장에서 만난 시민 송지훈(37) 씨도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상 재벌과 관료, 왜곡된 정치와 비뚤어진 언론권력을 바라만 보는 세상이 아니”라며 “민주주의 가치가 조롱당하고 헌법과 법률이 독재자를 떠받드는 수단이 되는 것을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직선거법 14조는 '궐위 선거에 의한 대통령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는 '당선이 결정된 때'를 선관위원장의 당선 선언 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개표 및 집계 속도에 따라 10일 오전 8∼10시 사이에 선관위원장의 ‘당선 선언’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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