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26_219162_5006.jpg
▲ 제2회 UCLG(세계지방정부연합) 세계문화정상회의가 10일부터 13일까지 제주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취재수첩] 제2회 세계문화정상회의 일정 마무리...청년포럼, 문화21 상시 적용 ‘과제’

10일 개막한 제2회 UCLG(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세계지방정부연합) 세계문화정상회의가 13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UCLG는 UN(국제연합)이 2004년에 만든 국제 조직이다. 국제사회에서 지방정부간 협력을 통해 지방정부의 가치, 목표, 이익을 증진시키는 취지다. UCLG가 주최하는 세계문화정상회의는 지난 2015년 스페인 빌바오에서 처음 열렸고, 그 다음 장소가 바로 제주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기자는 행사 전체 기간 매 시간 마다 열리는 세션에 참석했다. 전체 일정이 끝나고 나니, 세계문화정상회의는 대다수의 도민들이 함께할 행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 이유는 행사 자체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3박 4일 동안 열린 32개 세션(회의)은 세계 100여개 도시의 시장·부시장부터, 국장, 비서관, 자문관, 협력관, 과장을 비롯해 각종 기구·단체 운영진에 예술인이 참여하고 진행했다. 다루는 주제도 ‘지속 가능한 도시의 문화를 위한 약속과 실천’으로 전문적이다. 비록 현장 접수만 하면 모든 도민이 참여할 수 있게 했지만 문턱이 높은 행사임은 분명했다. 부대 행사로 제주시 원도심(성내) 탐방 프로그램과 미술 전시가 있었지만 누구나 참석하기 좋은 시간은 아니었다. 

세션 역시 어려웠다. 연사들이 소개하는 사례나 화두는 주목할 만 했지만, 상세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소개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세션마다 연사가 최소 5명, 많게는 8명 넘게 등장했기에 촉박한 시간 속에서 ‘이런 게 있구나’라고 맥락을 이해하는데 급급했다.

만약 이 행사가 대다수의 도민을 대상으로 했다면 위에 열거한 이유를 들며 제법 문제 삼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계문화정상회의는 사실상 국제기구인 UCLG가 중심이 되고 제주도는 거기에 발맞추며 장소를 제공한 셈이다. 다른 행사와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무엇을 세계문화정상회의의 성과로 잡아야 할까. 세계 66개국, 100여개 도시, 1000여명이 제주에 와서 그들에게 제주를 알렸다는 성과? 그동안 제주에서 열린 많은 국제행사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홍보’라는 효과를 내세웠지만, 이건 성격이 다르다. 노력 여하에 따라 보다 홍보 이상으로 많은 것을 제주에 남길 수 있다고 본다.

190561_219099_2846.jpg
▲ 감귤 보관 상자로 만든 세계문화정상회의 입간판. 감귤 상자 발상은 최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비영리 창작공간 전시 <AR TOWN>을 관람한 채은주 제주도 문화정책과 문화예술부서 주무관의 아이디어와 제주감협의 지원, 제주 작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졌다. ⓒ제주의소리
190561_219097_2845.jpg
▲ 문예회관 야외에는 제주 컨텐츠 소개 부스, 카페가 감귤 상자로 설치됐다. ⓒ제주의소리
190561_219098_2845.jpg
▲ 국제회의장으로 변신한 제주문예회관. ⓒ제주의소리

주목할 건 청년포럼과 문화21 행동강령이다.

청년포럼은 이번 세계문화정상회의 세션 가운데 하나로 문화, 예술계에 종사하는 제주 청년들의 모임이다. 제주도는 세계문화정상회의를 통해 2018년부터 제주뿐만 아니라 UCLG 소속 도시 내 청년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청년문화 포럼’을 UCLG,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함께 개최한다고 행사 종료날인 13일 밝혔다.

문화21 행동강령 역시 눈에 띈다. 지난 2015년 제1회 빌바오 세계문화정상회의에서 만들어진 문화21 행동강령은 ‘문화, 시민권리, 지속가능성 관계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국제 문서’로 평가받는다. 간단히 말해 ‘문화가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지키며 유념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문화21 행동강령은 9개로 구성돼 있다. ▲문화권리 ▲유산, 다양성, 창의성 ▲문화와 교육 ▲문화와 환경 ▲문화와 경제 ▲문화, 평등, 그리고 사회통합 ▲문화, 도시계획, 그리고 공공 공간 ▲문화, 정보, 그리고 지식 ▲문화 거버넌스이다. 각 내용에는 사전적 의미와 함께 큰 틀에서 행동강령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방향을 설정해놨다.

UCLG는 문화21 행동강령에 대해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지방정부가 이용할 수 있다”면서 “특정 문화부서보다도 전체로서의 지역 정부에게 유용한 자료가 되기를 목적으로 한다”고 보다 큰 가치를 부여했다. 실제 세계문화정상회의 세션에서는 문화21 행동강령을 도입한 행정 사례(미국 워싱턴DC, 포르투갈 리스본, 스웨덴 말뫼, 필리핀 마카티, 맥시코 맥시코시티 등)가 발표됐다. 이들 도시 공직자들은 문화21과 함께 정책 입안, 도시계획, 도시운영 과정에 문화를 적극 도입한다고 강조했다.

이쯤에서 앞서 나온 질문을 다시 기억해보자. 5월 제주에서 열린 제2회 UCLG 세계문화정상회의의 성과는 무엇일까? 입도 외국인 1000여명? 세계 각국에 제주 소개? 국제회의장으로서 제주도문예회관의 재발견? 

모두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기자는 청년포럼과 문화21 행동강령이란 새로운 문화 동력을 만들어내고 얻은 것에 무게를 두고 싶다. 

제주지역에서 청년 예술인에 대한 고민은 최근 들어 꾸준하게 제기된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청년포럼은 그런 요구에 제주도가 적절하게 부응한 좋은 사례라고 평가한다. 다만 2018년으로 앞둔 글로벌 청년문화 포럼을 위한 ‘포럼’이 된다면 120% 실패로 끝나게 된다고 확신한다.

12일 열린 첫 번째 청년포럼에 참석한 청년 예술인들이 쏟아낸 여러 가지 요구사항은 ‘실제 정책 반영’이란 한 가지로 정리된다. 결정권을 쥔 기성세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행에 옮겨달라는 간절한 요구다. 청년포럼이 일상적으로 활발하게 열려야 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190661_219193_5910.jpg
▲ 12일 열린 청년포럼 첫 회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문화21 행동강령은 문화예술의 섬을 선포한 제주도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원희룡 도정은 문화·예술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앞선 도정보다 분명 높은 평가를 받는다. 도정 운영 목표에 ‘문화’ 삽입, 관련 예산 3% 반영 등은 인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이상 문화예술의 섬으로 가는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까진 나아가진 못했다. 문화21 행동강령을 구호만 있던 제주 문화예술의 섬의 뼈대로 삼는 건 어떨까? UCLG에 속한 세계 도시들이 합의해 만든만큼 적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111001001.png
▲ UCLG가 제작한 문화21 행동강령의 요약본. 제공=제주도청.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청년포럼을 글로벌 행사와 관계없이 꾸준히 확대·운영하고 그 안에서 나오는 요구를 정책으로 적극 구현해야 한다. 문화21 행동강령은 도청의 새로운 문화정책의 기준·지침으로 삼도록 연구할 가치가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공들인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문화정책과, 문화예술담당 부서의 노력이 한 순간에 사라지지 않고, 대규모 국제행사인 UCLG 세계문화정상회의가 ‘남는 행사’로 남기 위해서는 말이다.

IMG_7263.JPG
▲ 제2회 UCLG 세계문화정상회의는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문화정책과, 문화예술 부서가 많은 역할을 맡아 준비했다. 왼쪽부터 김미영 제주도 문화정책과 문화예술담당, 김현민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 채은주 문화예술부서 주무관. ⓒ제주의소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