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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대학교 본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초점] 임금 삭감 투표 "찬성이 1표 많아" VS "과반 안된다" 팽팽...고충석 총장 거취도 주목 

정상화 기로에 선 제주국제대학교가 교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해 재정 안정을 꾀한다는 자구책을 내놨지만, 임금 삭감에 대한 내부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국제대는 지난 16~17일 이틀간 ‘대학 재정자립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2017학년도 교직원 보수체계 조정(안)’을 놓고 교직원 130명이 투표를 진행했다. 총 124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찬성 62표, 반대 61표, 무효 1표, 기권 6표가 나왔다. 

현재 기권 6표에 대한 해석 차이로 보수체계 조정(안)에 대한 찬·반 여부가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 

투표 결과만 따지면 찬성표가 반대표 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집행부(대학측)가 밝힌 ‘전체 교직원 중 과반’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투표에 앞서 고충석 총장을 비롯해 보직교수들은 교직원 전체회의와 이사회 등에서 "전체 교직원 중 찬성이 과반이 안되면 총 사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일부는 전체 교직원의 과반이 되려면 찬성표가 66표 이상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기권표를 제외하면 과반이 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효표를 반대표로 분류하고 기권표를 제외하더라도 찬성 62표, 반대·무효 62표로 같으므로 어느쪽도 과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대학측이 임금 삭감안을 표결에 붙인 것은 재정이 부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대는 지난해 6월 옛 탐라대 부지 2필지 31만 2217㎡와 건물 11개동 3만 316㎡를 제주도에 팔아 415억원9500만원을 교비 수입으로 확보했다.

이중 150억여원을 2012년부터 밀린 교직원들의 급여로 지급했고, 금융권에 갚은 부채도 90억여원에 달한다. 여기에 법정부담금과 시설개선비를 내치고 남은 돈은 약 72억원 안팎이다.

교육부는 옛 산업정보대학과 탐라대의 통폐합 조건으로 옛 탐라대 부지를 매각해 교비로 확보하라고 주문했지만, 국제대가 탐라대 부지 매각을 추진할 때만 해도 일부는 “옛 비리재단을 돕는 일”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국제대는 탐라대 부지를 제주도에 매각했지만, 내부에선 “탐라대 부지를 매각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 알았지만, 그대로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대 전체 교직원의 한해 임금은 약 64억원. 대학측은 시설 공사 비용 등 지출할 곳이 많기 때문에 현재 임금 체계라면 2018년 쯤이면 대학 재정이 바닥난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학측은 재정이 부실하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나쁜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대는 대학 통폐합 이후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1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선 제외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학령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오는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1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각 대학의 여건과 학사 관리 교육 과정, 성과 등 지표를 토대로 각 대학을 A~E 5개 등급으로 평가했다. 

A~C 등급은 그룹1, D~E 등급은 그룹 2로 나뉜다. 

그룹 2에 속하면 사실상 부실 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D등급의 경우 정부 지원 신규 사업이 제한되고, 학자금 대출도 일부 제한된다. 또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Ⅱ유형)이 지급되지 않는다. 

Ⅱ유형은 대학의 판단에 따라 주어지는 성적 장학금으로, 국가장학금 Ⅰ유형을 받은 학생이 Ⅱ유형을 중복해서 지급받을 수도 있다.

국제대 측은 교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해 재정 안정을 도모하면서 평가를 받을 경우 점수가 D등급 상위 5% 안에 들 수 있다고 봤다. 

D등급 상위 약 5% 안에 들면 교육부는 C등급으로 한 단계 올려주고 있다. 

국제대의 임금 삭감안은 월급을 많이 받을수록 삭감 규모를 크게 해 전체 교직원의 기본급 대비 평균 20.83%를 삭감하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한해 교직원 임금은 총 50억원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신입생 충원율을 70%로 잡으면 오는 2021년부터 대학 재정이 흑자로 전환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은 61.2%, 대학원은 62.9% 정도다.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대학이 9%, 대학원 10%. 대학측은 신입생 충원에 따른 등록금 수입을 한해 약 100억원 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일부 교직원들은 임금을 삭감한다 해도 다가오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만무하다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의 완전 정상화를 위해서는 자본이 튼실한 새로운 재단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학측이 새 재단 유치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고충석 총장은 “지금 국제대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직원들의 임금 삭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투표 결과에 따른 해석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보직 교수(집행부)들과 회의를 갖고,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국제대는 재단 경영진의 횡령 등으로 위기에 처한 뒤 경영부실대학교로 지정된 동원교육학원 산하 제주산업정보대학과 탐라대학교를 통합해 2012년 3월 문을 열었다.

통폐합 이후에도 임원 간 분쟁으로 이사회가 파행되면서 내분을 겪었다. 제주도는 2013년 9월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2016년 10월 8명의 새로운 이사진을 꾸렸다.

옛 탐라대 부지 매각으로 안정화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던 국제대가 재정 불안과 함께,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절묘한 투표 결과로 인해 다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대학 운영을 주도해오다 이번에 배수의 진을 친 고 총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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