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위원회, ‘행정체제 개편’ 현안보고…“새 정부 출범에 맞게 방향설정 재검토해야”

제주도가 진행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감안하지 않은 ‘구닥다리’ 용역에 머물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은 기초자치 부활이든, 시장 직선제든 제주도민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자치조직권 특례’를 주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정작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4년 전 논의가 되풀이되면서 도민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새 정부 ‘분권정책’ 기조에 맞게 방향 설정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 행정자치위원회는 18일 제351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로부터 '행정체제 개편' 현안보고를 받았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충홍)는 18일 제351회 임시회 회기 중 1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로부터 ‘행정체제 개편 연구용역’ 추진상황을 보고 받았다.

용역을 수행 중인 제주연구원은 지난 2012년부터 도민 선호도가 높았던 3가지 대안에 대한 장·단점과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3가지 대안은 △현행유지 △행정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선호도가 4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33.0%는 현행체제 유지, 21.3%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선호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5%였다.

행정권역/자치권역 구분에 대해서는 도민의 57.0%가 현행체제(제주시-서귀포시 2개 권역) 유지를 선호했고, 19.9%는 과거처럼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등 4개 권역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후보 공천여부와 관련해서는 정당소속을 금지해야 한다(48.5%)는 의견과 정당소속을 허용해도 된다(42.1%)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의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 연구용역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 따른 환경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원점에서의 논의를 주문한 셈이다.

박원철 의원(한림읍,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의 기조는 지방분권을 확립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옛날 얘기만 하고 있다.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또 “연구용역을 대안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다 주겠다고 하는데, 옛날 식 논의만 계속 하다보니 오히려 더 혼란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식 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은 대안별 장단점 분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기초자치단체 부활 대안의 단점으로 △특별자치도의 기본전체가 훼손돼 특별자치도의 지위가 상실될 수 있다는 점 △도-기초자치단체 간 정책갈등과 대립 초래 △중앙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향과 맞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특별자치도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주겠다는 게 기본 취지다. 기초자치단체가 있다고 해서 특별자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용역에서는 자꾸 ‘행정시장 직선제’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 지난 대선 후보들 공약을 보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조차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했다”며 “새 정부의 기조 등 변화된 흐름이나 정세에 맞게 획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지, 구태의연한 방식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경희 의원(비례대표, 자유한국당)은 “내년도 지방선거에 맞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서둘러 추진하는 감이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모든 걸 주겠다’고 한만큼 ‘자치조직권 특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손유원 의원(조천, 바른정당)은 “저는 지난 도정질문 때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었다”며 “직선으로 선출되면 시장의 위상은 높아지겠지만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은 전혀 없다. 속된 말로 허수아비 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기초의회가 있어야 한다. 기초의회 없이 ‘위민행정’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공약한 만큼 당분간은 현행체제로 가면서 (최적의 행정체제 개편 대안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봉 의원(노형을, 더부어민주당)은 ‘선 행정시장 직선제 후 제도 보완’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은 “논의만 하다보면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우선은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단 시행하고 제도적 보완은 특례를 가져온 후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행정도 조직개편은 1~2년 단위로 하지 않으냐”면서 “자치조직과 관련한 선택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 제주실정에 맞게 분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창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진은 대안별 장·단점을 분석해 제시하는 것이지, 특정 대안을 최적안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정부 흐름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고창덕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연구진에서) 행정시장 직선제를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그건 아니”라며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중앙부처의 동향을 파악하서 방향을 재설정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 과정 과정마다 의회와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체제 개편 연구용역’이 6월말 완료되면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연구용역 결과와 도민설명회 의견, 선호도 조사결과 등을 종합해 최종 권고안을 원희룡 지사에게 권고하게 된다. 제주도는 바통을 이어받아 연말까지 이를 제주특별법에 반영하기 위한 법률개정을 추진하게 된다.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적용하려면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제도개선이 마무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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