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아 적응 훈련 관건..."정부, 제주 앞바다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지정해야"
남방큰돌고래 금등(25세 추정.수컷)이와 대포(24세 추정.수컷)가 약 20년만에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지난 4월 해양수산부는 서울시, 해양환경관리공단, 서울대공원과 함께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재롱을 부리던 금등이와 대포를 제주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공원에서 고등어 등 활어를 잡아먹는 훈련을 한 금등이와 대포는 22일 오전 10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제주에 도착했다.
금등이와 대포는 제주공항에서 무진동차량을 타고 오후 2시께 제주시 조천읍 함덕 정주항에 도착했다.
포획 직후 제주도내 한 돌고래 공연업체에서 생활하다 금등이는 1999년, 대포는 2002년 각각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15년 넘게 서울대공원에서 사람들 손에 자라던 금등이와 대포는 이날 함덕 정주항 방파제 앞 약 200m에 설치된 해상가두리에 입수했다.
금등이와 대포는 이곳에서도 고등어와 오징어 등을 잡아먹는 훈련을 하다 자연 상태에서도 충분히 먹이를 사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될 때 쯤 완전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만, 적응 정도에 따라 방류 시기는 바뀔 수 있다.
방류 시기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방류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금등이와 대포에 앞서 제돌이도 1년간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2013년 7월18일 제주 앞바다에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함께 훈련하던 삼팔이와 춘삼이도 가두리 훈련을 거쳐 바다로 향했다.
2015년에도 불법 포획돼 공연장에 투입된 태산이와 복순이가 가두리에서 적응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방류됐다.
전문가들은 금등이와 대포의 나이를 걱정하고 있다. 이미 자연으로 돌아간 제돌이와 삼팔이, 춘삼이, 태산이, 복순이는 불법 포획된 지 5년도 안 돼 자연의 품에 안겼지만, 당시 10세가 안된 어린 개체였다.
나이가 많고, 사람과 함께 지낸 시간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금등이와 대포는 제돌이 등 돌고래와 함께 야생 방류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지만, 서울대공원과 해수부 등은 방류를 결정했다.
이기섭 서울대공원 원장은 “20년 가까이 사육된 금등이와 대포가 자연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연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방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야생 방류 대상이 아닌 금등이와 대포가 제주 앞 바다로 돌아온 것은 돌고래에 대한 관공서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바다 난개발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제주 앞 바다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앞바다에서 11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5~15마리가 무리 지어 서식한다.
자료가 부족해 멸종위기 등급 자체가 매겨지지 않았지만, 발견되는 개체수가 극히 적어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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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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