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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지사는 22일 성산읍을 찾아 읍내 13개 마을 이장, 성산읍 자생단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고성리 복지회관을 찾아 자생단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원 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원 지사 왼쪽은 이중환 서귀포시장. ⓒ제주의소리
성산읍 1박2일 현장방문 “제2공항, 오름 절취 없는 순수 민간”...민원성 의견도 다수 등장

제주 제2공항 사업을 원점 재검토 해달라는 성산읍 주민의 간곡한 읍소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즉답을 피했다. 원 지사는 “허심탄회한 말씀 감사드린다. 솔직하게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제2공항으로 인한 오름 절취, 공군부대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22일 오후 성산읍을 찾아 읍내 13개 마을 이장, 성산읍 자생단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번 방문은 고성리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는 1박 2일 일정으로 계획됐다. 제2공항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발주를 앞두고, 반대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 여론을 듣기 위한 자리로 해석된다. 고창덕 특별자치행정국장, 고운봉 도시건설국장, 윤창완 농축산식품국장, 김창선 해양수산국장, 임성수 공항확충지원본부장, 김영진 상하수도본부장 등 도청 국장급 간부는 물론 이중환 서귀포시장 등 서귀포시 간부들도 동행했다.

오후 6시 저녁 식사를 겸한 이장들과의 만남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하지만 제2공항 문제를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이장 간에 고성이 나오면서 다소 불편하게 마무리됐다. 

김석범 수산1리장은 지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간곡하게 제2공항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제2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달라. 만약 재검토 후 다시 선정 절차를 밟아 지금 위치로 나온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지사께서 큰 마음먹고 재검토 해주길 바란다. 백성들이 울고 있는데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요청에 원 지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뒤 원 지사는 “의견을 잘 알았고, 진지하게 말씀을 염두에 두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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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공항 문제를 논의하다 벌어진 이장간의 말다툼. 무거운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원희룡 지사(오른쪽에서 세 번째). ⓒ제주의소리

제2공항 부지의 70%를 차지하는 온평리의 현은찬 이장은 “제2공항은 주민이 참여한 뒤에야 공항이 될 것인지 결정할 사항이다. 제2공항이 생기면 공군기지로 사용될 수도 있는데, 이건 제주도민 전부가 막아야 할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수산1리장과 온평리장이 ‘(대통령)선거 전 도지사와 공항 부지 5개 마을 이장의 만남에서 당시 현장과 다른 의견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내용으로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자리가 어수선하게 마무리됐다.

자생단체와의 만남에서도 제2공항에 대한 우려는 이어졌다. 주민들은 오름 절취, 공군부대, 소통 부족, 주민 갈등 심화를 꼬집었다. 특히 "제2공항 찬반 논쟁이 이어지면서 지역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투명한 정보 제공과 조속하게 사업 여부가 결정되길 당부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오름 절취 내용이 있는 용역은 제2공항 두 번째 연구용역(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이다. 구속력도 없고 비용만 계산한 것이다. 본래 계획에서는 오름은 단 1m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한 공군기지 문제는 “새로운 대통령 공약이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으로 짓겠다는 것이다. 제2공항은 군이 들어오지 않는 조건으로 설계된다. 군이 필요하면 정석비행장을 써야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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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읍 자생단체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원 지사. ⓒ제주의소리

도지사가 마을마다 찾아다니면서 더 많이 소통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에 “비공개로 수차례 설명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도 적극 반대가 있고, 다소 관망하며 반대하는 분도 있으니 나눠서 만나게 된다. 주민이 원하는 어느 자리라도 찾아가겠다”고 화답했다.

이 밖에 이장들은 ▲야시장 포함한 대형 관광단지 개발 ▲광치기해변 인근 개발 ▲성산읍 상수도 문제 ▲해양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생단체장들은 ▲임대아파트 확대 ▲버스노선 개편 ▲지체장애인 일자리 확대 등을 건의했다. 

원 지사는 간부 공무원들을 대동해 저녁 9시가 넘도록 대화를 이어가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상당수 주민은 이날 대화 주제와 관련성이 적은 민원성 의견을 피력했고, 성산읍의 가장 큰 현안인 제2공항은 비교적 비중이 낮게 다뤄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지적에 원 지사는 "오히려 공항 이야기는 (평소에) 충분히 하고 있다. 주민들이 언론에 공개하지 말자고 해서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오늘은 공항 뿐만 아니라 일상 업무도 직접 현장에서 듣고, 행정의 허점도 찾는 자리"라며 의미를 부여한 뒤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는 주민과 공무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앞으로 활발히 현장 방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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