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23일 대구 달성군 가창댐에서 4.3행불인 희생자들을 위한 제를 올리고 있는 4.3행불인유족회원들. 

 

[4.3행불인유족회 영·호남 순례] 2박3일 첫날 23일 대구 달성 가창댐·대구형무소 터 찾아

[대구 = 이동건 기자]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한 맺힌 절규와 고통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아버지'를 부르짖는 외침 뒤의 흐느낌도 그만큼 길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가창골, 작은 마을 가창골은 지금은 가창댐 저수지 물속에 잠겨있다. 제주 4.3 당시 행방불명된 수많은 영령들도 함께 말이다. 행불인이라는 이름으로 주검이 되어 저수지 안에 묻혀버린 숱한 '제주 4.3영령'들을 유족들은 애타게 부르짖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불인유족협의회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영·호남 순례를 떠났다. 행불인 유족을 비롯해 제주도 관계자 등 총 64명이 이른 아침부터 제주공항에서 대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제주4.3 당시 도민 약 499명이 학살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창댐.
 
첫날인 23일 첫 번째 방문지는 대구 가창댐. 지난 1959년 준공돼 1986년 확장공사한 가창댐은 높이만 45m에 달한다. 1144만㎡ 규모로 대구시민들의 상수원이다. 
 
가창댐에 대한 논란도 있다. 가창골 학살 현장을 숨기기 위해 댐을 건설했다는 문제제기다.  
 
가창댐이 준공되기 이전 전국 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창골에서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누가, 왜 학살당했는지 등 진상은 제대로 조사되지도 않았다. 학살당한 사람들 중 499명은 4.3때 전국각지 형무소로 끌려갔던 제주도민으로 추정되고 있다. 학살 유해는 제대로 수습도 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당시 학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창댐을 건설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사실이 민주화 이후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가창댐에 학살당한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위령탑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대구 10월 항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회장 채영희)는 매년 4월5일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가창댐에서 4.3 영령에 올리고 있다. 대구 민간인 학살 유족회도 이날 가창댐 일정에 동참했다. 
 
행불유족회는 제주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온 음식을 가창댐에서 풀었다. 제사를 준비했고, 유족들이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제사. 제가 시작되자 몇몇 유족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가창댐안 물속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물속에 있는 가족들의 유해를 찾기라도 하듯. 
 
가창댐.jpg
▲ 대구 달성군 가창댐에 수몰된 사라진 마을 '가창골'에 묻힌 4.3행불인 희생자 유족들이 가창댐 현지를 찾아 당시 참혹하게 희생된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흐느끼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마침 이날은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며 4.3 영령과 유족, 제주도민에게 고개를 숙였던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행불인유족회와 대구 민간인 학살 유족회도 4.3 영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잠시 묵념했다. 이어 언제나처럼 가창댐을 향해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세 번을 외쳤다. 외침과 함께 곳곳에서는 어린 아이와 같은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창댐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행불인 유족회는 곧바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4.3 피해자들이 갇혔던 옛 대구형무소터를 꼭 보고 싶다는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 방문했다. 
 
대구형무소 자리에는 높은 펜스가 쳐져 있었다. 펜스 사이로 보이는 대구형무소터에서는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만 한창이었다. 
KakaoTalk_20170523_134228512.jpg
▲ 펜스 사이로 보이는 옛 대구형무소 터.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