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와 겡이치 일본 총영사, '쓰레기' 당면한 제주에 “지역사회 협력-가치관 전환이 대전제”

IMG_9010.JPG
▲ 23일 열린 서귀포 쓰레기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테라사와 겡이치 주제주일본국총영사(맨 왼쪽). ⓒ 제주의소리

2015년부터 주제주일본국총영사로 재임하고 있는 테라사와 겡이치가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주지역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궁극적인 해법은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협력과 가치관에 전환에 있다는 조언도 건넸다.

서귀포시와 쓰레기 줄이기 시민실천 운동본부는 23일 오후 2시 시청 대회의실에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3개 도시 쓰레기 업무 담당자를 초청해 쓰레기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가라쓰, 가시마, 기노카와 등 일본 곳곳의 환경정책 담당자들이 직접 서귀포를 찾아 각 지역의 쓰레기 정책을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테라사와 겡이치 총영사의 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테레사와 총영사는 과거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태평양 서부의 미크로네시아 등 태평양 지역 섬들의 현실을 조명했다. 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취약점을 설명했는데, 이 진단은 제주의 현실과도 일치했다.

그는 “섬은 내부자본의 집적이 부족하고 2차산업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 자본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며 “외부자본에 의한 개발은 섬 지역 주민들의 행복보다도 단기간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려 하는데, 이 경제논리가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크로네시아는 소비품의 대량 수입으로 인해 대량의 쓰레기가 발생했고, 대형 개발 사업으로 대량의 건설폐기물도 나오게 됐다”며 “섬 지역에는 일반적으로 대형 페기물 처리시설이 없고 매립지에 매립해야 하는 상황인데, 매립지의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 금방 포화상태에 접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본적 대책으로 절약(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되살리기(Return)의 4R 전략을 제시하며 실제 세계 곳곳에서 실행중인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석유로 다시 만드는 유화(油化)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프레스토와 같은 일본 업체의 유화장치는 4억원 정도가 드는 설비로 24시간 동안 2000kg를 처리할 수 있고, 미츠미네 공업사의 제품은 하루에 3톤까지 페트병의 유화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주에도 유화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가 있다고는 들었으나 한정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며 “유화 비즈니스는 석유가격 변동에 좌우되기 쉬운 만큼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주의 경우 가축에서 나오는 분뇨 처리도 하나의 과제인데,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본 북해도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물 퇴비화 시스템의 경우 냄새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일본에서는 개발한 미생물 분해 모델이 실적을 내고 있다”며 “준호기성(準好氣性) 매립 구조를 사용한 소위 ‘후쿠오카 방식’은 고도의 기술이나 자금력이 없는 개발도상국에서도 활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IMG_8977.JPG
▲ 23일 열린 서귀포시 쓰레기 정책 토론회. ⓒ 제주의소리

이날 테레사와 총영사는 일본판 환경보전금을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일본 후지산의 경우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1000엔(1만원) 수준의 ‘후지산 보전협력금’을 도입했다”며 “이는 후지산의 환경보전과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사용된다”고 말했다.

테레와사 총영사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쓰레기 문제 해결이 모든 지역사회가 협력해야 풀 수 있는 거대한 현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행정당국의 부분적인 대처로는 미흡하고, 사회 전체의 종합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행정당국과 경제계, 민간단체, 일반 시민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동의 의식을 갖고, 시민과 기업도 책임을 부담해야 지속가능한 미래가 올 수 있다”며 “학교에서의 환경교육, 지역의 전통문화를 자연과 환경에 대한 존중으로 잇는 향토애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GDP, 땅값 등 수량적 확대 대신 진정한 풍요로움을 찾는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매결연도시인 가라쓰, 가시마, 가노카와 시 등 일본 3개 도시의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사가현에 위치한 인구 12만4000여명의 가라쓰 시는 가연성쓰레기를 주 2회 배출하는 대신 재활용쓰레기는 월 1회만 배출할 수 있다는 원칙, 음식점과 가게 등 사업장의 쓰레기는 행정에서 절대 수거하지 않는 규정 등을 설명했다.

가시마 시는 오전 6시~8시로 제한한 배출시간을, 가노카와 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배출자의 이름을 표기하는 배출 실명제를 주요 정책으로 소개했다.

민간차원에서 서귀포시 쓰레기 정책 논의·제안 역할을 담당하는 협치기구 ‘쓰레기 줄이기 시민실천 운동본부’의 장명선 본부장은 “여러 선진 쓰레기 정책을 배울 수 있는 계기이자 서귀포시 쓰레기 정책의 문제점을 되돌아 보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며 추후 논의를 통해 이날 제기된 다양한 대안들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