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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산 코발트 광산을 방문한 행불인유족회.
[4.3행불인유족회 영·호남 순례] 민간인 학살 경산 코발트 광산-마산형무소
 
[경산·마산 = 이동건 기자] 한 곳에는 너무 많은 흔적이 남아 있었고, 다른 한 곳은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제주 4.3 영령들의 기억은 온전했다. 
 
23일부터 3일간 영·호남 순례를 떠난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불인유족협의회가 경북 경산시와 경남 창원으로 통합된 옛 마산을 잇따라 찾았다. 
 
경산에서는 민간인 수천명이 학살된 코발트 광산, 또 제주 4.3 피해자들이 갇혔던 마산형무소 옛 터를 찾기 위해서다. 
 
일제강점기 광물 코발트를 채취할 수 있었던 광산은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1950년 7~9월 민간인 학살터로 바뀌었다. 
 
대구·부산 등 형무소 수감자와 보도연맹원 등 정부 추산 2000명, 유족 추산 3500명이 목숨을 잃은 장소다. 제주4.3 다음으로 많은 민간인이 학살된 사건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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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발트 광산 갱도 앞 표지판 주변에 모여 당시 민간인 학살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행불인유족회.
당시 불법 재판으로 대구와 부산, 마산, 서대문, 인천 등 형무소에 갇혔던 4.3 피해자들도 코발트 광산에 잠들어 있다. 
 
코발트 광산 갱도에는 아직도 수천구의 유골이 잠들어 있다. 지난 2005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설치됨에 따라 유골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되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9년간 발굴 작업은 그대로 멈췄다. 
 
광산 갱도 안에는 아직도 유해 발굴 작업에 쓰이던 물건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다. 유골 수백구만 수습됐을 뿐. 현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듯 했다. 
 
코발트 광산에서 제주 4.3 피해자가 몇 명이나 목숨을 잃었는지 현재 추산이 되지도 않는다. 누가 보더라도 곳곳에서 학살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히려 유해 수습 등을 통해 '뒤틀린 역사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씻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철문으로 굳게 닫힌 갱도에선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나왔다. 마치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는 학살 피해 영령들의 한 맺힌 목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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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발트 광산 갱도.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지만, 문을 열면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유해들이 널브러져 있다.
발길을 돌려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곳은 옛 마산형무소 터. 
 
흔적이 거의 없어 행불인유족회원들은 자신들의 옛 기억을 떠올렸다. 기어코 도로변에 있던 옛 마산형무소 터 표석을 발견했다. 
 
마산형무소 터에는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져 있었고,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경산 광산과 다르게 너무 많은 옛 흔적이 사라지고 남아 있지 않았다. 
 
각종 사료에 따르면 4.3 당시 불법 재판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피해자들 대부분이 대구형무소에 수감됐고, 이들 중 일부는 학살되거나 부산·마산·진주 형무소로 이감된 이후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마산형무소 수감자 1681명이 1950년 6~7월 사이 마산 앞바다 등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차도 바로 옆 인도위에 세워진 마산형무소 옛 터 표석이 더욱 쓸쓸해 보였다. 표석 앞에서 행불인유족회는 간단하게 제를 올렸다. 
 
유족들 대부분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사를 서둘러 모셨다. 그러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옛 마산형무소 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역사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는 곳에서, 조금이라고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려는 유족들의 몸부림이었다. 그렇다. 역사의 흔적이 혹여 사라지더라도 유족들의 기억은 더 뚜렷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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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떠올리면 옛 마산형무소 터를 찾는 행불인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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