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미옥 제주도 보건위생과 주무관 "병문안 문화 바꿔야"

지난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메르스는 인체감염 속도가 매우 빠르고 확대돼 온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주목할 부분은 확진환자 186명 중 입원환자 다음으로 환자의 가족과 방문객이 감염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환자 가족과 방문객의 감염사례를 계기로 우리의 병문안 문화가 화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우리나라 메르스 발생원인 조사에 나섰던 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은 메르스의 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병문안 문화'를 지적했다. 그해 11월 민·관합동 선포식이 있었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기준'을 권고하였다. 

제주도는 권고를 수용하기 위해 제주도내 6개 종합병원과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권고안은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장애가 되고, 환자나 병문안객 서로간 감염의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일일 병문안 허용 시간대를 지정하여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병문안 허용 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주말·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로 제시됐다. 

그 외 시간에는 면회를 삼가하자는 것이다. 이 병문안 시간은 어느 의료 기관에서나 동일한 시간에 병문안이 가능함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국적 공통기준이 적용됐다.

병문안 문화는 지금에 와서 새삼 강조하게 되는 사항이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은집에서 모두 금줄을 쳐 놓았다. 금줄은 산모가 아기를 낳았음을 알려주며, 삼칠일 즉 21일동안 금줄을 쳐놓아서 외부인의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각종 세균으로부터 갓 태어난 아기와 출산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산모의 건강을 생각해 잠시 외부인의출입을 막았던 우리조상들의 지혜를 엿 볼 수가 있다. 

우리의 문화는 정을 중요시한다, 더욱이 제주는 괸당문화라는게 있어 가족은 물론 친지나 주변사람이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는게 도리이고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 입증을 해주듯이 응급실에 치료를 받으러 간 가족을 만나러 갔다오고 가족,친지에게 병문안을 갔다가 감염된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병원의 일반병실은 외국1인병실과 달리 다인실로 돼 있고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돼 있다. 한 병실에 5~6명의 환자와 함께 간병인이나 보호자,환자의 지인들이 문병을 갈 수 있도록 열린공간으로 되어있어 감염에 취약한 실정이다.
   
이제는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진료,회진,교대시간,환자 식사시간등을 피해 병문안 자체를 줄여나가고 병문안 문화개선에 실천을 해야 할 때이다. 이와 더불어 입원환자 등에게 감염성 질환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거나 스스로 주의 또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병문안 제한이 필요하다.

미옥사진2.jpg
▲ 오미옥 주무관
감기나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질환자, 급성 장 관계 감염이 있는 사람(설사를 하거나 복통, 구토 등), 피부에 병변이 있는 사람, 최근에 감염성 질환자와 접촉한 경력이 있는 사람, 임산부, 만 70세 이상의 노약자, 만 12세 이하의 아동, 지속적 치료(항암치료 등)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자로서 제한을 해야 하고 친지, 동문회, 종교단체 등에서의 단체 방문은 제한 할 필요성이 있다.
    
제주도는 도민 인식 개선과 바람직한 병문안 문화 정착을 위하여 병문안 행태 개선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나친 병문안은 환자나 나 자신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 환자와 병문안객의 건강을 위하여 병문안 시간 준수에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실천을 당부 드린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