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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제주시 하천교량 비리 수사과정에서 업체측으로부터 압수한 한북교 현장검측 보고서와 세금계산서 등 증거물.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공무원 퇴직 후 브로커 변신, 평소 떡값·선물로 유착...검찰, 7명 챙긴 7억여원 환수 나서 

제주 하천 공사 비리로 불거진 건설업계 관피아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현직 공무원들이 업자와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아파트와 자동차 등 각종 금품을 받아 챙겼다.    

제주지방검찰청은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공무원 김모(58.5급)씨, 직권남용 혐의로 전직 공무원 강모(62.3급)씨 등 전현직 공무원 7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전현직 공무원에게 돈을 건네고 하천 교량 공사에 참여한 S업체의 실질적 운영자 강모(62)씨는 뇌물공여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적용해 함께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제주시청에 근무하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강씨의 업체가 하천 교량 특수공법 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현직 공무원 7명 중 제주시 국장 출신 강모(63)씨와 전 북제주군 공무원 출신 고모(61)씨는 퇴임 후 업자와 공무원 사이에 브로커 역할을 하며 돈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강씨는 2012년 퇴임 후 교량공사 관급자재 납품 회사에 취업해 알선을 대가로 업자 강씨로부터 급여와 차량 등을 받고 빌라를 싸게 분양 받는 등 4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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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구속기소 과정에서 밝혀낸 제주시 하천 교량비리 뇌물수수·청탁 등 사건 흐름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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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수사의 시작이 된 제주시 한북교 하천교량 사업 현장. 현재는 부실시공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돼 안전진단이 이뤄지고 있다. 빨간 원은 솟구침 현상이 일어난 부분.ⓒ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씨 역시 알선을 대가로 업자 강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뇌물수수 등의 사실을 알리겠다며 공무원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사업을 따내는 등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공무원 중 최고위직인 또 다른 강씨(3급)는 2013년 10월부터 2월사이 한북교 교량 공사에 업자 강씨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제주시청 과장을 지낸 김모(62)씨는 2011년 9월 하천 교량 사업에 강씨 업체가 참여하도록 지시하고, 2000만원을 받은 뒤 2015년 퇴임 후 S업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전직 공무원 4명을 제외한 현직 3명도 제주시청 근무 시절 업자 강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

현 제주도청 직원 김모(58.5급)씨는 2013년 10월 한북교 공사에 강씨 업체가 참여하도록 지시해 3000만원을 받고, 제주시 직원 좌모(50.6급)씨는 같은 방식으로 1500만원을 받았다.

제주도 청령담당관실 직원인 김모(47)씨는 강씨의 업체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업체가 지은 제주시 노형동의 빌라를 시세보다 8500만원 싸게 분양 받고 현금 800만원도 챙겼다.

검찰은 공무원들이 평소 업자에게 떡값과 선물 등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한 뒤 사업 발주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챙겨 온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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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수 제주지검 차장검사가 24일 오전 11시40분 2층 회의실에서 제주시 하천비리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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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수사의 시작이 된 제주시 한북교 하천교량 사업 현장. 현재는 부실시공 논란으로 공사가 중단돼 안전진단이 이뤄지고 있다. 공사 중단으로 병목 현상이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공무원들은 강씨의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교량 형식 선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발주처 설계계약 취지에 반해 뚜렷한 기준도 없이 관급자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에서 '특허공법을 적용하는 공사의 경우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봤다.

해당 업체는 발주처로부터 받은 공사 선급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다.

김한수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금품 로비에 연루돼 업자와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갈취와 적극적 뇌물요구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교량 특허공법 간 큰 차이가 없음에도 업체의 로비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한 구조였다”며 “국고보조금 지급과 관리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현직 공무원들이 받아 챙긴 7억1300만원을 환수하기 위해 아파트와 예금계좌 등을 추징 보전하는 등 후속 조치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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