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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시 비양도의 염습지인 펄랑못의 모습. 무더운 날씨에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습지 곳곳이 녹조류로 뒤덮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 5만㎡ 염습지 '펄랑못' 녹조류 뒤덮여...2013년 한국자산공사로 이관, 관리주체 애매

고려시대 화산폭발로 형성돼 '천년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 비양도의 염습지가 최근 무더운 날씨에 관리주체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아름다운 풍광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제주의소리>가 28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동남쪽에 위치한 염습지 ‘펄랑못’을 확인한 결과 곳곳이 녹조류로 뒤덮여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산책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녹조류가 바위까지 밀려들었다. 수면이 온통 녹색으로 변하면서 수심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강한 햇볕에 일부 지점에서는 악취까지 풍겼다.

현장을 찾은 관광객 이모(38)씨는 “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비양도에서 습지가 마치 썩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 놀랐다”며 “서둘러 원인을 찾아 제 모습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펄랑못은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간만조 수위를 보이는 염습지다. 길이 500m, 폭 50m, 수심 1.5m에 연면적은 5만4000여㎡에 이른다.

서쪽 능선에는 해송과 억새, 대나무 등 25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보호식물인 황근이 자생하고 해녀콩과 갯질경이, 갯하늘지기, 갯잔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밀물 때는 해수가 들어차고 썰물에는 지하수가 차올라 담수호가 되는 독특한 습지 형태다. 2003년에는 문화관광권 사업에 선정돼 964m의 생태탐방로가 조성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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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시 비양도의 염습지인 펄랑못의 모습. 무더운 날씨에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습지 곳곳이 녹조류로 뒤덮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겨울에는 천둥오리와 바다갈매기 등 철새가 찾는 등 뛰어난 생태 환경을 보이지만, 정작 관리주체가 애매해 보호 대책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펄랑못은 공유수면이 아니라 지번이 부여된 지목상 유지(溜池)다. 1980년대 건설부 소유였지만, 1989년 용도가 폐기되면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기재부는 그동안 제주도에 위임해 관리하도록 했지만, 2013년 국유일반재산에 대한 지자체 위임규정을 삭제하도록 국유재산법이 개정되면서 관리권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갔다.

국유재산은 크게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나뉜다. 당시 정부는 지자체로 흩어진 국유재산 관리를 일원화한다며 행정재산을 제외한 일반재산을 모두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관했다.

2013년 6월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간 일반재산만 펄랑못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61만 필지에 이른다. 연면적은 459㎢로, 당시 평가액만 18조5000억원 규모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습지 등은 일반재산이라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것이 맞다”며 “당시 일괄 이관으로 지목상 유지까지 우리 쪽으로 넘어와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주체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맞지만 일반재산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자체와 이와 관련한 논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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