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언 (사)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 중독전문가

▲ 고광언 (사)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
매해 5월31일은 담배 연기 없는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연기 없는 사회(Smoke Free Society) 조성을 목표로 지난 1987년에 정한 세계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이기 때문이다. 이 날은 흡연이 개인과 공공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됐는데 국내에서도 매년 이날을 전후해 다양한 행사와 함께 대대적인 계몽활동, 범국민 금연운동 등이 펼쳐진다.

이렇듯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금연을 시도하고 홍보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사실 금연에도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금연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흡연 욕구의 작동방식을 알고 그에 맞는 방법을 써야 효과적으로 금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왕도는 없지만 분명 수월한 방법은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START’ 기법을 제안한다. 우선 △ 금연시작 날짜를 정하고(Set) △ 금연할 것을 주위에 알리며(Tell) △ 어려운 일들을 예상해 보며(Anticipate) △집· 차· 일터에서 담배· 라이터를 치우고(Remove) △ 의사와 상담하라(Tell)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 없이 무턱대고 시작하면 실패 확률이 크다. ‘금연, 어떻게 해야 할까 (How to quit smoking)’ 블로그를 운영하는 미국의 유명 금연 전문가 안토니오 하웰 박사는 “금연 일정을 너무 느긋하게 잡기보다는 한 달 내로 잡는 게 좋다” 고 조언한다.

특히 니코틴은 여타물질과 비교해서도 그 중독성이 유독 강한데, 신경세포들 간에 직접 관여하여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낼 뿐 아니라 그 성분상 뇌 속 신경 전달체계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뇌의 다양한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금연과정 중 혈액 속의 니코틴 농도가 감소하면서 생기는 금단증상을 견디지 못하고 수일 혹은 수개월 내로 다시 담배에 손을 대고야 마는 등 실패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긋하게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흡연을 촉발하는 요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식사 후나 커피를 마실 때 등 사람마다 제각각이므로 각자 본인의 습관을 분석한 후 금연원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가령 커피를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예 커피를 끊는 식이다.

흡연은 심장병, 각종 암 등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낳기도 하는데 이런 흡연의 폐해를 인식하는 것보다 금연의 이득을 이해하는 게 금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금연을 시작한지 48시간이 지나면 혈관 속의 니코틴이 사라지며, 1개월 후에는 혈압이 떨어지고, 3개월 후에는 폐 속에 누적된 가래가 상당수 배출되고, 1년 후에는 심장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이 흡연자의 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하니, 그 이상 먼 미래를 바라볼 것도 없이 단기간에 건강이 회복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오랜 시간 습관이 된 행동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해마다 같은 결심을 반복해 보지만 작심삼일의 굴레를  벗어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금연시도를 연초의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고 대충 하기보다 ‘이번에는 진짜, 정말 끊는다.’ 라는 굳은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다. 금연을 통해 건강과 자신감, 행복, 믿음과 같은 소중한 자산이 내면에 쌓이고, 결국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오늘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금연 계획을 세우고 몸과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겠다는 각오를 다져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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