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립묘지 조성 위한 진입로 매입 난항....“토지 전체 매입해야”vs“현실적으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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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진입로 매입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제주시 충혼묘지 진입로. 제주도와 도 보훈청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 제주의소리

제주시 충혼묘지 진입로 매입을 두고 토지주와 당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토지주들이 제주도 당국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진입로에 여러 개의 현수막이 등장한 것은 지난 달 초. 제주도 보훈청이 부지매입을 미루고 있으니 당장 손해배상을 하라는 내용, 제주도가 사유지를 무단점유하고 있으니 즉각 보상하라는 문구도 있다.

갈등의 핵심은 사유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로 매입을 두고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 있다. 토지주는 도로를 포함해 필지 전체를 매입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당국은 현실적으로 토지 전체 매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애국지사와 군인, 경찰 등 1049기가 안장돼있고 현충일 전후로 7500여명이 참배하는 제주시 충혼묘지가 사라봉공원에서 지금의 노형동 아흔아홉골로 이전한 것은 1982년. 제주도는 진입로를 뚫기 위해 오솔길이었던 좁은 길을 왕복 2차선으로 포장했다. 당시 토지주는 재일동포였는데, 당국은 연락이 닿지 않아 도로를 매입하지 못한 알려졌다.

이후 2003년 L씨 등 6명이 이 토지를 매입하면서 땅 주인이 바뀌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2년 이후 제주국립묘지 조성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부터. 1만기를 안치할 수 있는 국립묘지 조성을 위해 제주도 보훈청은 현재 2차선인 진입로를 왕복 4차선으로 확장키로 했다. 현재 진입로 면적은 4600㎡인데, 확장을 하게 되면 2배인 9200㎡의 매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매입 협상 과정에서 토지주들이 일부 매입이 아닌 토지 전체 매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

도로는 물론이고 32만㎡ 규모의 토지 전체를 통째로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국은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대신 도로를 포함해 도로 동쪽 부분까지는 매입하겠다고 역제의했으나 토지주들은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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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로 매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시 충혼묘지 앞 토지. 당국은 도로를 포함해 도로 동쪽 부분까지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토지주들은 이를 거부했다. 빨간 선 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사유지. ⓒ DAUM

토지주 중 한 명인 L씨는 1일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2014년에 도 보훈청이 부지 전체 매입의사를 밝혔다가 최근엔 일부만 매입하겠다는 쪽으로 말이 바뀌었다”며 “도로만 매입해버리면 우리 입장에선 앙꼬 없는 찐빵만 갖는 셈이다.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국이 도로를 포함해 도로 동쪽 부분까지 매입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동쪽은 앞으로도 개발이 가능한 땅인 반면 서쪽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보전지역 해제 등으로 땅의 값어치가 많이 달라졌다”며 “민원인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우린 억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토지주들이 도로가 난 것을 인지한 뒤 해당 토지를 구입한데다 일부가 아닌 토지 전체 매입은 무리한 요구로 보고 있다.

제주도 보훈청 관계자는 “국립묘지 조성을 위해 도로 매입이 필요하지만 토지주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제주도)재산관리 부서와의 논의를 통해 동쪽 일부분 매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토지주들은 현충일을 앞두고 도로 폐쇄까지 고려했으나 현행법 위반 소지 등을 감안해 길을 막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변호사 상담 등을 통해 통행료 징수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제주시 충혼묘지 일대에 추진 중인 제주국립묘지 조성 사업은 내년 초 착공 뒤 2019년 말 완료 예정이다. 올 하반기 중 국립묘지 조성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청회와 도의회 보고에도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유일한 출입로를 두고 토지주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 보훈청 관계자는 “최대한 협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보려 노력할 것”이라며 최종수단인 강제수용에 대해서는 “아직은 그 단계까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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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진입로 매입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제주시 충혼묘지 진입로. 제주도와 도 보훈청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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