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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민지원 위민행정은 공직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민 지원’이란 이름으로 제주도내 공무원 ‘차출’ 또는 ‘동원’ 사례들이 집중적으로 반복되면서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라는 공직내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무조건 동원'으로 일관하는 공무원 대민봉사 활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제주의소리

[초점] 쓰레기-AI-마늘수확-월드컵 응원-모자반 수거-제주포럼-대청결운동 ‘툭하면 동원’ 

위민(爲民)행정을 해야 하는 국민의 공복(公僕) 공무원의 잦은 동원은 숙명일까? 원칙도 기준도 시스템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잘못된 관행일까? 

쓰레기 클린하우스 단속, AI 긴급방역 지원, 불법주정차 단속, 마늘수확 일손돕기, U-20월드컵 응원, 괭생이 모자반 수거, 제주포럼 도지사 특별대담 참석, 시민 대청결의 날 참여까지…

최근 6개월 동안 ‘지원’이란 명분으로 진행된 사실상의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서귀포시 등 산하 기관의 공무원 ‘차출’ 또는 ‘동원’ 사례들이이어서 공직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말 그대로 ‘툭하면’ 부서별 차출이나 동원이 이어지면서 “시대가 변하는데 제주도 공직사회만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다”거나 “공무원은 맨날 봉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부터 생활쓰레기 감량을 위한 요일별 배출제 시범운영이 시작되면서 ‘클린하우스 집중인력 배치’에 퇴근 후부터 심야시간에까지 클린하우스 별로 공무원들이 배치됐다. 

클린하우스 단속에 참여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은 그 사유를 명시해 부서별로 사전 제출토록 하는 등 전형적인 공무원 동원 사례로 지적됐다.  

이후 올 연초부터는 국내 고병원성 AI 발생과 관련, 신속한 살처분을 통한 확산방지를 위해 AI긴급방역 지원에도 대규모 공무원 인력이 차출된 바 있다. 

지난달부터는 공무원 동원이 집중적으로 반복되면서 공직 내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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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대민 지원’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제주도내 공무원 ‘차출’ 또는 ‘동원’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라는 공직내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6월11일까지 서귀포시에서 열리고 있는 U-20월드컵 경기 응원에도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티켓 판매까지 할당 받는 등 '공무원이 봉이냐'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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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대민 지원’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제주도내 공무원 ‘차출’ 또는 ‘동원’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공무원들이 마늘밭 수확 일손돕기 활동을 펴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우선 마늘과 보리 등 제주지역 밭작물 수확시기가 돌아오면서 농촌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지사까지 현장 봉사에 참여하는 등 대대적인 ‘공무원 농촌 일손돕기 자율 참여’가 추진됐다. 

제주도가 행정시와 산하기관에 내려 보낸 공문에는 ‘직원 동원이 아닌 자율참여’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부서별 인원을 사전 배정하는 등 사실상의 동원이었다.  

이후 중국 연안에서 발생한 괭생이모자반이 지난달 중순 이후 제주해안에 대량 유입되면서 처리에 애를 먹자 다시 공무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제주시는 일일별로 인력 수요량을 파악하고 각 국 주무과 인솔 하에 읍면동 별로 지정장소를 정해 괭생이모자반 수거에 총력을 쏟고 있는 상태다. 

이번 괭생이모자반 처리 인력지원 운영 기간은 ‘처리 완료시’인 수거가 완전히 마무리 될 때까지라 사실상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지원 업무다. 

지난 달 2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열리는 U-20월드컵 경기 중 제주 서귀포시에 배정된 총 7경기에도 어김없이 공무원들이 '서포터즈'로 포장돼 동원되고 있다. 

이들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동원된 공무원들은 동원도 서러운 일인데 입장권까지 각 실과와 읍면동 별로 판매 할당량까지 내려져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달 31일 개막한 ‘2017 제주포럼’ 행사의 셋째날인 오늘(6월2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된 ‘프랑스 장뱅상 플라세 국가개혁담당 장관과 원희룡 도지사와의 특별대담’ 행사에도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제주도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내려 보낸 협조 공문에 따르면 행정시 모든 부서별로 각 5명씩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도록 했고, 행정시 총무과가 참석 명단을 수합해 도 평화대외협력과로 사전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시민과 함께 하는 대청결의 날’이 오는 5일 새벽 6시부터 진행될 예정이기도 하다.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제주에서 17개 시·도 대표들이 찾아오는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을 앞둬 대대적인 환경정비 행사라는 게 행정의 설명이다. 

이날 대청결 환경정비 행사에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정착 홍보와 대중교통체계 개편도 시민들에게 사전 홍보하기 위한 자리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무원 A씨는 “과거로 되돌아간 듯 하다. 과거 80~90년대에나 하던 ‘대청결 운동’을 요즘도 하겠다는 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행정”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상반기 내내 쓰레기니, AI니, 마늘작업이니, 괭생이모자반 수거니 하는 일로 정말 툭하면 공무원을 동원하는데 도대체 업무는 언제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심야 주차단속 등 관련부서의 현장 업무가 수시로 시행되면서 공무원들은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폭주한다. 공무원이 봉이냐는 한탄이 예사롭지 않다. 

또다른 공무원 B씨는 “옆 부서에선 낮에 온종일 마늘밭 봉사에 갔다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밤에 월드컵 응원에 차출돼 나간 경우도 있을 정도”라며 “이번 주는 괭생이모자반 수거에 마늘밭에 제주포럼 참석 동원까지, 거기에다 내주 월요일 새벽엔 청결운동 동원까지 대부분 부서의 절반 이상이 동원행사에 끌려 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대민행정과 위민행정이 공무원의 사명이긴 하나, 그 외에도 모든 사안마다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 ‘공무원 동원’으로 처리하려는 행태는 전형적 구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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