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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위 오씨 입도조묘
[기고] 오신범 제주 제2공항 수산1리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차장

지난 4월12일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요약본의 가장 큰 이슈는 장애물 제한 표면 저촉 여부에 대한 검토 내용이었다. 요약본에는 “제2공항 동측 수평 표면에 저촉되는 대수산봉의 경우 비행 안전을 위해 절취가 필요하며, 토공량 산정시 그 절취량을 반영한다”고 기술돼 있다. 다만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자연경관 보존 등을 위해 제2공항의 선회 접근 경로를 동쪽으로 이용하도록 하면서 공항 예정지 서쪽의 장애물(오름)은 절취되지 않도록 한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선회접근 방향을 동쪽으로만 제한하고, 동쪽 방향에 있는 대수산봉은 약 40m 가량 절취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다음날인 13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KDI 예타조사 결과는 도면상 단순 제한 표면 장애물 여부만을 검토한 것으로, 국토부는 비행 안전절차 마련 등을 통해 예정부지 내 오름 절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향후 기본계획 수립 시 제2공항의 선회 접근 절차를 동쪽으로 이용하도록 해 서쪽 지역 장애물은 절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신력 있는 두개의 국가기관이 대수산봉 절취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은 도민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제주 사회에서 핵심 논쟁으로 부상했다. 이 글을 통해 관련 규정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도민들에게 명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특히 군위오씨 종친에게 종친의 한 사람으로 현재의 상황을 명확하게 알리고 자 한다.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한 국제규정은 공항 주변의 “장애물의 제한 및 제거”라는 장애물이 없는 공역(空域)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 제한 표면을 정의하거나 항법상의 장애물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표준기준이 ICAO의 부속서 14 및 FAA 규정 제77장에 수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법시행규칙 제4조(기본표면의 폭), 제5조(진입표면의 경사도), 제6조(진입구역의 길이), 제7조(수평표면의 반지름의 길이), 제8조(원추표면의 수평거리등)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각각 명시돼 있다. 인천국제공항이나 제주 제2공항인 경우 수평표면은 반경 4,000m이내에 높이 45m이하 장애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은 수평표면상에 있는 삼목도, 오성산이 표고 52m(활주로 해발 7m)만을 남겨놓고 정상을 절토했으며, 여기서 나온 토사는 각종 공항시설을 짓는 데 사용했다.

국토부는 비행 안전절차 마련 등을 통해 예정부지 내 오름 절취 계획은 없다고 말했으며,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사전타당성용역 검토 결과 장애물 미절취가 가능한 성산 지역으로 입지를 선정한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타당성연구용역에서는 항행안전시설을 CAT-I 등급으로 용역을 실시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용역은 CAT-I보다 항행안전시설 등급이 높은 CAT-II를 위한 비용을 산출하기도 했다.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은 CAT-I등급으로도 대수산봉을 절치하기 않아도 된다고 한 반면에 예비타당성 조사용역은 CAT-II 등급 항행안전시설을 설치해도 대수산봉을 절취해야 한다고 요약본에 명시했다.

KDI 예비타당성 조사용역 요약본 내용처럼 비행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비행장 주위의 장애물을 완화하는 차폐이론을 적용해 서쪽 9개 오름을 절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서쪽 수평표면과 원추표면은 공역 제한을 통해 서쪽 항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동쪽 대수산봉에 대한 차폐이론을 적용해 공역을 제한하게 되면, 전체 수평표면에서 1/4영역만이 선회접근 경로로 삼을 수밖에 없다. 항공기의 계기비행 한계고도에서 조정사가 육안으로 목표물을 식별하지 않으면 착륙에 실패한 것으로 간주해 실패접근 절차에 따라 다시 복행하게 되는데, 이 때 대수산봉이 절취돼 있지 않는다면 제주 제2공항은 착륙에 안전하지 않는 국제공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ICAO 규정에서는 “선회접근 구역은 착륙을 위해 계기접근을 하는 항공기가 직접접근을 하여 착륙할 수 없는 조건 하에서 최종 착륙을 위해 비행장 상공을 선회한 후에 착륙하도록 설정된 구역”으로 정의돼 있다. 이 구역 내에서는 해당 구역내 가장 높은 장애물의 높이에 해당구역 최저장애물회피고도 400피트(약 120미터)를 가산하여 조정사가 이 높이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면 강하를 하지 못하게 된다. 제주 제2공항은 동일한 기상조건 하에서 착륙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제주 제2공항이 발표가 된 지난 2015년 11월 10일 국토부 나웅진 공항정책과 과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일부 산을 깎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11월25일에는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병종 교수는 오름을 깎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지금 현재 안대로라면 오름을 깎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기본계획이 세워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군위 오씨 중말파 19대손이다. 대수산봉 동남쪽 아래에는 군위 오씨 입도조 석현공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대수산봉은 군위오씨 정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대수산봉 조상묘 맥상에 이동통신 중계 철탑이 설치돼 종친에서 철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면서 대수산봉을 40m 절취해야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이제 군위오씨 종친에서 이 문제를 공식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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