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정치 경제 발전 이끌 동력...신세력과 기득권 충돌 속 '시민 참여' 중요해

지금 우리는 이중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국내의 촛불혁명과 전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이다.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프랑스혁명과 영국 산업혁명의 변혁과정을 추적하면서 이를 이중혁명으로 명명하고, 자본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주장했다. 프랑스혁명은 정치를 바꾸고 산업혁명은 자본주의 경제를 태동시켰다. 홉스봄에 의하면 두 혁명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자본주의 정치 경제를 낳은 통합적인 혁명이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거쳐야 할 변화의 모범으로 보았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두 가지의 혁명적인 상황은 홉스봄이 규정한 이중혁명 시대와는 전혀 다른 역사적 배경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정치와 경제,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변화임에 틀림없다. 촛불혁명은 한국의 ‘87년 체제를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고, 4차 산업혁명은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을 재충전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촛불혁명과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갈 기본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촛불혁명에서 주목할 것은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권력의 쇠퇴가 과연 어떤 형태로 우리 눈에 포착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소통의 질과 양, 속도가 급변하는 시대에 권력의 수명과 주기가 짧아졌다. 시민의 의식 수준이 권력자들의 머리위로 높아져 권력의 진입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오늘날 권력자들은 권력 장악력이 과거보다 훨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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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정치가 견제와 균형, 투명성이 강화되고 지방분권이 확대되면서 권력은 빠른 속도로 분화중이다. 재벌 중심의 경제 권력은 시민 사회의 견제와 정부의 개입, 노조와 소비자의 힘이 강해지면서 독과점이 축소되는 등 권력 이동을 감수해야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권력 현장은 신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쟁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력의 약화와 경제 문제 때문에 정쟁이 격화되어 무질서를 유발하고 과거의 독재 체제를 그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권력의 변화 양상에 대한 인식 제고와 극단 세력의 발흥을 제어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을 갖추고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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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새로운 동력으로 손꼽히는 4차 산업혁명. 출처=다음 책.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과 경제효과 측면에서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있고 기존의 기술을 어떻게 혁신하느냐와 시장에서의 적응양태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융합과 초연결 사회로 상징되는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 우리 경제에 접목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담론의 주요 골자는 누가 어떻게, 초래되는 결과와 대응책이다. 

먼저 정부 주도냐 기업의 자율적 대응이냐 하는 추진 주체를 두고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재벌 집단의 혁신성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혁신역량을 최고조로 구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생산성의 증가보다는 대량실업의 초래와 노동시간 단축,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에 대한 대책으로 기본소득 보장 등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과도한 기대보다는 기술발전의 양상이 미칠 파급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사전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현 시점에서 이중혁명이 몰고 올 변화는 불규칙하고 가변적이어서 예측이 어렵다. 과거의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의 궤적이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변수는 많다. 정치 경제 사회 구조·권력조직·국제관계의 변화 양상과 장기적 추세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제도와 실천 양식을 찾아야 한다. 어떠한 위기 상황도 타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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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와 함께 과거 이중혁명의 명분과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사용된 ‘진화’라는 용어를 현재의 관점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진화’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후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 열강이 약소국을 침략, 지배하기 위한 논리로 활용되었다. 극단적인 세력에게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진화’는 경쟁을 기치로 승자 독식을 옹호하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현 이중혁명 시대에는 부적합한 단어다. 세상에 대한 인식의 산물인 용어 하나라도 제대로 사용한다면 이중혁명의 미래는 밝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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