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감독 연출작 <이중섭의 눈> 10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상영회

어느새 제주를 대표하는 미술인으로 자리잡은 故 이중섭 화가에 대해 조명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영화가 찾아온다. 김희철 감독이 제작한 <이중섭의 눈>이다. 

제주영상위원회는 10일 오후 7시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메가박스 제주점 7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이중섭의 눈> 상영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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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이중섭의 눈> 상영회. ⓒ제주의소리

제주이주 4년차 김 감독의 최신작인 <이중섭의 눈>은 화가 이중섭의 인생 가운데, 제주 생활부터 서울서 숨질 때까지 6년을 극 연기와 자료로 조명한 다큐 영화다. 최열 씨가 펴낸 《이중섭 평전-신화가 된 화가, 그 진실을 찾아서》(2014, 돌베개)를 기초로 하면서, 당시 이중섭과 인연을 맺은 여러 예술가들의 발언을 주로 소개했다.

제주부터 부산, 통영, 마산, 진주, 대구, 그리고 숨을 거둔 서울까지...영화는 짧고 강렬한 빛을 뿜어냈지만 결국 한 줌의 재로 타버린 이중섭의 마지막 예술혼에 집중한다. 특히 당시 정치·사회적 상황을 함께 다루면서, 자료 사진·영상과 극 연기를 적절하게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제주4.3, 한국전쟁, 전후 반공 이데올로기 등을 무리하지 않게 짚어내면서 이중섭이란 인물이 어떤 시대 환경에서 살았는지 보여준다. 풍부한 영상, 사진 자료와 대역 연기는 진행을 매끄럽게 돕는다. 무엇보다 이중섭과 동료 예술가들로 변신한 연기는, 실제 인물의 시간과 최대한 어울리려고 신경 쓴 소품·배경과 더해져 기대 이상으로 영화에 녹아들었다. 이중섭을 연기한 가수 방승철은 유사한 외모를 뽐내며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이중섭의 눈>은 다큐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다큐 느낌과는 다른 독특한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 속 설명과 대사를 ‘변사’가 낭독하는 시스템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이중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이중섭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섭의 눈>이 제8회 전주프로젝트마켓 다큐멘터리 피칭 부문 최우수상(2016),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넷팩상(2017)이란 성과를 거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15년 제주다양성영화 제작사업 지원으로 작품 완성을 도운 제주영상위원회는 9~10일 첫 상영회를 준비했다. 10일은 감독·관객과의 대화 자리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김 감독은 “몇 년 전 영화 작업도 어렵고 여러모로 개인적인 일도 겹치면서 휴식을 위해 제주를 찾았는데, 그때 이중섭미술관을 처음 방문했다. 이중섭과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에 감동을 받아서 4년(2008~2011)간 멈췄던 영화 작업을 (이중섭으로) 다시 해보자 마음먹었다. 이전 작업들이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강했다면 이중섭은 밝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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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감독. ⓒ제주의소리
김 감독은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진실의 눈>(2004), 진도조작간첩사건을 다룬 <무죄>(2007), 안기부, 경찰 대공 분실, 군보안대 취조실 등 국가 폭력이 가해진 장소를 찍은 <기억하는 공간>(2008) 등을 제작한 바 있다.

그는 “맨 처음에는 이중섭과 아내 마사코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이중섭이 살았던 사회 환경 속에서 '그의 생각은 어땠을까?', '그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을까?'라고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작품은 강요배 화백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도움과 운으로 완성된 영화다. 아직 수정할 부분이 남아있다. 작은 영화라 어떻게 배급돼서 관객과 만날지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 엔딩 자막에는 영화에 도움을 준 많은 제주도민과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중섭을 연기한 방승철 씨는 “대사가 없어도 이중섭 작가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니 (연기를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림이 나오기 까지 얼마나 깊은 고민이 있는지 예술인이란 같은 범주 안에서 많은 점을 느낄 수 있던 기회”였다고 인상적인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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