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시 연동 주민 김익수

일방통행은 갈등을 빚는다.

힘 센 측이 권력을 거머쥐고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상대방을 무시하며 밀어붙인 결과다.

일단, 갈등이 빚어지면 대부분 해결은 쉽지 않은 채 장시간 지속돼 왔다. 역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 있다. 권력 독점과 일방주의다. 칼자루를 쥔 것처럼 착각해선 안된다. 구시대의 발상은 이미 유물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4일 590억 원을 투자해 신제주 도청 주변 지역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제주형 주차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주택가 이면도로 보행과 일방통행 지정과 주차환경개선사업, 도청사 주차장 유료화 사업 등이 포함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지난 월 초에 일방통행과 주차환경개선사업 설명회를 1차로 연동주민센터 자생단체장을 대상으로, 2차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센터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용역을 담당한 책임연구원의 교통량과 주차난에 대한 분석 및 일방통행로를 지정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에 대한 효율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교통기획단장의 사업 배경과 도청사 주차장 유료화, 제 2청사 주차장 유로화에 대한 배경 설명도 있었다. 이 대책의 핵심은 차량 증가와 주차 공간 부족에 따른 보행자 중심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방통행로를 지정해 시범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설명회는 덧붙여서 도청 직원들은 승용차 출근이 금지되고, 도청 주변 8백 미터 이내 지역에서는 공무원 차량에 대한 단속도 실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 의견은 이렇다. 도청 주변은 상가가 아닌 주택가다.

도청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기관단체가 밀집되어 있다. 이에 따라  주택가는 대부분 관공서 직원들의 주차로 이면도로를 막아 버리고 있다. 또한 주차개선사업은 일방통행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차량운행에 우회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변 주택가는 주말이나 출근 시간 후에는 집 앞 주차장이 텅텅 빈다. 그런데, 주중이나 출근 후 퇴근 시까지 주변은 공무원들의 승용차로 앞을 다투며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도청사 주차장이나 제2청사 주차장을 공영주차장처럼 복층화 사업을 통해 주차 대수를 늘리면, 굳이 유료화를 하지 않고 공무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집 앞주차로 인한 민원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국의 계획대로 유로화해서 직원들의 자가용 타는 것을 억제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는 설명이나,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 굳이 유료화해서 민원인들도 잘 활용하지 않을뿐더러 시설만 만들어 놓고 개점 휴업을 하려는 건지 설득력이 없다. 시범 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봐 가면서 개선점을 찾겠다고 당국은 설명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구제주에서 남쪽으로 올라오는 중심지인 연동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교통신호등은 동.서로 좌회전을 막고 있어서 차량소통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이것부터 우선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식수대를 철거하게 되면, 한 차선이 늘어나 러시아워 시간에는 교통소통에 다소 원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행정이 보는 시각, 동민들이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대 토론회를 마련해 보자. 그래도 늦지 않다. 

소통은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 주는 데서 시작되고, 갈등은 일방적 통행으로 시작된다. 지식과 지혜를 총동원해서 풀어 가야 한다. 그래야 갈등도 발생하지 않고,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대왕은 의논하는 정치를 실현했다.

불통하는 행정이 아닌, 소통하는 행정, 행정편의가 아닌 주민 편의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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