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캐릭터 선택한 韓 김웅현, 나뭇가지 구조물 제작 中 천유판...아라리오 제주서 전시

30~40대 한국과 중국 청년작가가 각자의 고유한 작업으로 오늘날의 현실을 표현한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아라리오뮤지엄은 6월 24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동문모텔 I과 탑동바이크샵에서 각각 김웅현(34) 작가, 천유판(45, 陈彧凡)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고 밝혔다.

#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바라본 현실

김웅현 작가는 <헬보바인과 포니(Hellbovine & Pony)>이란 제목의 전시에서 사회적 이슈에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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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웅현 작가의 전시가 6월 24일부터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I에서 열린다. 제공=아라리오 뮤지엄. ⓒ제주의소리

'헬보바인'은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1001마리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역사적 사건과, 미국의 게임제작사 <블리자드>의 게임 <디아블로(Diablo)> 속 소 캐릭터를 결합한 주제다. 현실에서의 소는 온순하게 남북 평화를 상징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소는 커다란 창을 들고 주인공을 공격하는 ‘카우 킹(Cow king)’이다. 물론 강력한 아이템을 갖춘 주인공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한다.

작가는 1998년 북한을 방문했던 소 가운데 한 마리가 다시 남한으로 돌아와, 작가에 의해 도축된다는 상상을 그렸다.

‘헬포니’는 미국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 속 유니콘을 연상케 한다. 헬포니는 지난 2011년 북한과 연관된 사건이 연관돼 있다. 당시 북한은 고구려 동명왕 시절 전승실화 속 동물 기린마(麒麟馬)가 살았다는 굴과 관련 유물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기린마를 ‘유니콘’으로 오역해 보도하면서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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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웅현의 작품 <Hell Bovine and Pony>, 2016, mixed media, 216x136x105cm. 제공=아라리오 뮤지엄. ⓒ제주의소리

현장에는 이 같은 소재를 다룬 영상, 사진, 설치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24일 오후 6시엔 어미 유니콘 모형이 새끼 포니를 출산하는 퍼포먼스가 열린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자란 세대에 속하는 김 작가의 작업세계는 ‘언리얼(unreal)’로 요약될 수 있다”며 “실제로, 헬보바인과 헬포니에 차용된 사건은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측면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이 미디어를 거치며 현실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2012년 국민대 미술학부, 2014년 국민대 대학원을 거치며 회화를 공부했다. 2011년 첫 개인전 <MAN vs W.Wild.W>을 열었고 지난해 개인전 <공허의 유산> 시리즈를 세 차례 개최했다.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2012), Sema(서울시립미술관) 선정작가(2016)이기도 하다.

# 돌처럼 단단한 나뭇가지 속에 갇힌 현실

평소 중국과 독일,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천유판 작가는 이번이 첫 번째 한국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은 <롤링스톤(A Rolling Stone)>으로, 작가의 대표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15점의 작품이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인 <롤링스톤>에서 고향 푸지엔(福建)서 직접 가져온 용안 나무 가지를 커다랗게 쌓아 올렸다. 이는 흡사 돌과 같은 형상을 띄는데, 촘촘한 틈 사이로 ‘Identity(정체성)’, ‘Government(정부)’, ‘House Price(집값)’, ‘Household Registration(거주지 등록)’ 같은 사회적 의미를 지닌 단어가 네온 불빛으로 비춘다. 더불어 용접 기계로 캔버스 천을 한 점 한 점 태우기를 수 천 번 반복해 완성한 작품 <화일(化一)>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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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유판의 작품 <롤링스톤(A Rolling Stone)>, 2015-2017, 용안나무-네온-가변설치. 제공=아라리오 뮤지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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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유판의 작품 <Floating Tree>, 2016, 용안나무-네온-가변설치. 제공=아라리오 뮤지엄. ⓒ제주의소리

천유판 작가는 중국 남부의 소도시 푸지엔에서 태어나 항저우(杭州, Hangzhou)로 이동해 중국미술학원(中国美术学院)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작업활동을 위해 현재 상하이(上海, Shanghai)로 거처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그의 개인적인 이주 경험은 산업화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대도시로 떠나오는 현대인의 이동 현상과도 맞물린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알 수 없는 어떠한 힘에 의해 굴러다니는 돌(a rolling stone)에 비유하며 이주의 경험과 기억, 시간을 바탕으로 현실과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한다”며 “현대화 과정에서의 집단 경험을 그려낸 천유판의 이번 전시에 우리나라 관객들도 깊은 공감을 느낄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1997년 푸지엔 사범대학교 미술학과, 2007년 중국미술학원 응용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부터 이번까지 베이징, 베를린, 타이페이, 홍콩, 제주 등에서 일곱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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