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유 있는 ‘사전 검증’ vs 우려되는 ‘교실 건강’…예결위 일부 예산 증액으로 해법 찾아야 

▲ 제주도교육청이 도내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등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위한 교실내 공기청정기 설치 예산이 최근 도의회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대부분 삭감돼 논란인 가운데, 이번주 예정된 예결위 예산심사에서 교육위 예산심의 취지와 어린이 교실건강 모두를 고려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교육청의 1년 예산이 1조원을 넘었다. 10년전 5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처음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교육 예산 1조원 시대를 맞은 도교육청은 상향된 도세 전입금을 건강·청정·안전 등에 사용할 것을 도민과 교육가족에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집중 편성한 일선학교 공기청정기 설치 예산이 최근 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강성균) 추경 예산심사에서 대부분 잘려 나갔다.  

도교육청이 ‘2017년도 제1회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에 도내 공·사립 유·초·특수학교 공기청정기 설치 예산 52억4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교육위가 공기청정기 운영주체와 구입 기종 등의 사전 검증과 준비 부족을 이유로 약 5억 원만을 남긴 47억여 원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창 논란이다. 교육청이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등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위한 ‘명분 있는’ 예산편성이, 본격적인 사업추진 전 철저한 검증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육위의 ‘이유 있는’ 삭감과 부딪히면서 자칫 사업자체의 무산 위기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위는 남은 5억원의 예산으로 도내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에서 1학교 1학급에만 우선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본격 사업추진 전에 ‘사전 검증’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교육청은 내년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사업취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결국 예산을 쓰지 못해 명시 이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52억여원의 예산 중 5억원을 남긴 47억여원이 잘리면서 손·발이 묶였다고 토로하는 교육당국이나, 전면적인 사업실시 전에 학교별로 어떤 공기청정기가 좋은지 사전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교육위의 예산심사 취지나 양쪽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지난 5월7일 오후 4시. 제주도 보건당국이 제주 전역에 미세먼지(PM-10) '매우 나쁨' 주의보를 발효했다. 제주시청에서 한라산이 뿌옅게 보이는 이날 제주 지역 미세먼지 1시간 평균값은 178㎍/㎥, 최고값은 214㎍/㎥이다.
▲ 미세먼지가 가득한 제주의 하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렇다면 이쯤에서 대안 찾기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교육당국은 교육위의 철저한 ‘사전 검증’ 취지를 수용해 도내 모든 공·사립 유치원·초등·특수학교 총 2097개 학급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소중한 예산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현미경 심사’를 해야 하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다. 전자교탁과 전자칠판 등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지도 않은 물품을 대량 구입해놓고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는 사례도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철저한 사전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충분히 이유 있다.  

다만 교육위도 47억여원을 잘라내 남은 5억원으로 도내 공·사립 유치원·초등·특수학교에서 단 1개 학급씩만 공기청정기를 우선 설치하라는 주문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논란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학교별로 어떤 학년에 어느 학급만을 우선 시범 선정해야 할지가 학교 내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선정에 있어 구체적 원칙과 기준 없이 ‘1학교 1학급’만 우선 시설하라는 교육위의 예산삭감 취지는 일선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어린이들은 미세먼지와 황사에 특히 취약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에 더 취약한 유치원부터 시범 설치할 수 있도록 이번 주 예정된 예결위 심사에서 진화된 수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제주도내 유치원은 총 258학급(제주시 196학급·서귀포시 62학급)에 달한다. 현재 남은 5억원의 예산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위가 요구한 ‘사전 검증’과 교육당국이 주장하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예결위에서 최소한의 예산증액을 필요로 한다.  

증액 규모에 따라 읍·면지역 유치원의 선행 설치, 또는 도심권(동 지역) 유치원 선행 설치를 통해 교육위가 요구한 사전검증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도내 공·사립 유·초·특수학교에서의 공기청정기 전면 도입을 선택할 수 있을 테다. 

상임위인 교육위의 예산심사 취지는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예산심사는 수정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빗대 ‘종합예술’로 비유된다. 또한 흔히들 예산심사를 ‘전쟁’에 비유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의 일방적 승패로 귀결되는 예산심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종합예술을 하듯 아름다운 수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당국이나 교육위가 오직 경쟁적으로 챙겨야 할 것은 아이들의 ‘건강과 청정·안전’이기 때문이다. 

한편 도의회 교육위를 거친 도교육청 추경 예산은 26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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