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회의원들은 '논의 중단' 제안, '4개 행정시 권고안' 혼란 예상...3자 협의체서 결론날 듯

예상대로 였다. 결론은 '행정시장 직선제'였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최종 권고의 배경이지만, 현실은 되레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다만,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기존 2개 행정시(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4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로 행정권역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권고한 것은 예상 밖이다.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1년여 남기고 '실현 가능성'을 이유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적 대안으로 권고했지만, 제주특별법 개정 주체인 국회의원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어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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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는 기존 2개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에서 4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로 행정권역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제주의소리

여기에 기존 행정시 권역을 4개 행정시로 나누면서 새로운 행정시청사 입지와 공무원, 행정배분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향후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고충석 제주국제대 총장)는 2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를 4개 행정시로 개편하고, 각 시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방안을 원희룡 지사에게 권고했다.

행개위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동안 '현행유지안' '행정시장 직선제안' '기초자치단체 부활안' 등 3가지 대안을 놓고 용역을 발주, 14차례에 걸친 읍면동 설명회, 2차례의 도민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행개위는 특별자치도의 지방분권과 재정상 특례를 포기하고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되돌아가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을 납득시키기 어렵고, 특별법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행개위는 실현가능성이 높고, 행정체제의 문제점을 충분히 개선하면서도 도민의 정치적 참여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 '행정시장 직선제안'이 현 시점에서 최선의 대안이라고 결론냈다. 

특히 올해 12월까지 제주특별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제도적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기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행개위는 행정시장은 행정기관장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현행 교육감 선거와 같이 정당공천은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시 인구가 약 73%, 서귀포시 인구가 27%로 '산북과 산남'이 불균형적 구조 아래서 도지사와 제주시장간 비정상적인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읍면지역에 대한 정책우선순위 및 집중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행정권역 조정 필요성의 주요한 배경이 됐다.

이에 따라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행정시장 행정권역은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권역에서 4개 권역으로 재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행정시의 권역조정은 주민의 정책선호 동일성, 경제 및 산업구조의 유사성, 인구 등 제주시 집중화 완화 및 지역균형발전, 생활권역과 행정권역의 근접성을 고려해 제주시(洞 지역), 동제주시(조천, 구좌, 우도, 성산, 표선, 남원), 서제주시(애월, 한림, 추자, 한경, 대정, 안덕), 서귀포시(동지역)로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날 행개위가 원희룡 도정에 최종 제출한 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은 실현가능성은 물론 권역조정과 관련해서 혼란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에 즉각 직면했다. 

행개위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내년 지방선거 때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당장 특별법 개정 주체인 국회의원들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분권 강화와 헌법 개정,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을 약속한 만큼 정부 정책방향과 개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제주출신 오영훈 의원(민주당, 제주시 을)은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우선될 게 아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헌법개정을 약속했고, 제주특별법도 전면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의 정책, 헌법 개정의 방향 이런 부분들과 별도로 행정체제개편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헌법 개정 약속, 그리고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약속을 고려할 때 행정체제 변경과 행정시장 직선제 문제를 조기에 실행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 의원은 "헌법 개정 수준을 보면서 더많은 자치권과 더많은 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과 준비를 해야 할 때이지 당장 행정시장 직선제를 하느냐, 마느냐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고충석 행개위원장은 "헌법 개정이 행정체제개편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더 증대시키고, 고양시켜주는 쪽으로 헌법을 개정하게 될 것"이라며 "헌법 개정을 보면서 하자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떤 대안이 제주도 발전을 위한 것이냐를 판단한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해보고 안되면 기초자치단체로 갈 수 있다"며 "행정시장 직선제가 최적안으로 도민 사회 갈등이 종식되는 게 위원회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의 발언대로 행정시장 직선제가 도민사회 갈등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지만, 바람과 달리 행정권역 재조정은 당장 더욱 큰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새로운 시청사 마련도 녹록지 않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4개 행정시로 권역을 조정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행정시장을 선발할 수 있다고 행개위는 권고했지만, 기존 청사가 있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외에 신설 계획인 동제주시와 서제주시의 청사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당장 골칫덩이다. 

여기에 시청사 유치에 따른 행정시 내의 읍·면 간 갈등이 야기되고, 공무원 배치와 조직 문제로 인한 혼란도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소방과 경찰 등도 해결해야 하고, 국회의원 선거구 등도 달라져서 행개위 권고대로 당장 1년 안에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행개위 부위원장인 민기 제주대 교수는 "행개위 조례에 따라 최종 권고안을 도지사에게 제출했다"며 "도지사가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이제 행개위의 손을 떠났다"고 말했다.

행개위는 이번 권고안으로 도민갈등이 종식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지만, 오히려 더 많은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공은 원희룡 지사에게 넘어갔다. 원 지사는 일단 행개위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하면서도 제주도와 도의회, 국회의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행정체제개편은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 말그대로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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